두타산(1353m. 동해)
여름, 신록의 바다.
속세의 번뇌를 버리고 불도를 닦는다는 뜻을 지닌 두타(頭陀)산으로 가는 길,
강원도 동해시 두타산은 백두대간 능선 위에 솟은 산으로 바다가 코앞이고
웅장한 산세가 일품이며,
무릉계곡을 품은 것으로 유명한 그 곳.
2019. 6. 22
댓재_햇댓등_두타산_두타산성_학소대_무릉계곡
13.1km ; 7시간(느리게...)
댓재에서 출발해 두타산까지 비교적 완만한 능선을 따라 오르고,
하산 길에 무릉계곡을 거친다.
산행 들머리인 댓재(810m)는 백두대간 산꾼들만 찾는 곳이었는데,
두타산 등산객들이 몰리면서 제법 사람들이 늘어났다.
댓재 표지석 건너편에서 산행을 시작하면
두타산까지는 6㎞ 남짓,
댓재를 출발하여
원시숲이 내뿜는 달고 서늘한 공기를 마시고 거친 숨소리를 내밷기를 15분쯤
작은 봉우리 햇댓등에 올라붙는다.
햇댓등.
산이나 봉이 아닌 "등" 이란 명칭은 산림청에서 붙였다고 하고
등은 둔덕의 방언이라고,
가운데 불숙 솟은....그런,
두타산을 향한 길은 좌측으로 급격히 꺾인다.
햇댓등을 떠나 두타산의 흐벅진 품을 걸으면
기화요초가 만발하고 귀한 약초들이 자란다는 굽이치는 백두대간 마루금으로
바다 가까이 백두대간 능선이 흐르는 구간이다.
부침이 심하진 않지만 뚝뚝 땀을 흘리며 묵묵히 걸어야 하는 대간길이다.
햇댓등, 명주목이, 통골목이… 지나온 곳마다 이름이 예쁘다.
통골목이에서 1243봉까지 이어지는 가파른 오르막이 고비다.
1243봉부터 부드러운 능선에서 꽃구경을 하다 어느 순간 고개를 들어보면
널찍한 두타산 정상이 나타난다.
산정은 시원한 조망을 보여준다.
북쪽으로 청옥산(1403m)의 넉넉한 품은
어느 순간 오른쪽으로 휘어지며 출렁이는 백두대간 능선은 장쾌하다.
두타산이란 이름은 불교와 관련이 깊다.
두타(頭陀)란 팔리어 ‘dhuta’ 를 그대로 음역한 것으로
그 뜻은 심신에 묻어있는 때를 털고 의식주에 대한 집착도 버리며
오로지 수행에 전념하는 것을 말한다.
부처님의 제자 중에 가섭존자를 두타제일이라고 부른 것도 이에 연유한다고,
하산은 청옥산으로 이어진 능선을 따르지 않고,
‘무릉계곡 관리사무소’란 팻말이 붙은 북쪽 능선을 따라
두타산성을 이어간다.
쉰움산 갈림길에서 무릉계곡 방향을 따라
대궐터 삼거리를 지나면
고풍스러운 소나무들과 빼어난 암봉이 어우러져 선경을 연출한다.
두타산성이다.
산성은 1414년 조선 태종 때 축성했다고 전해지나 102년 신라 파사왕 때 처음 쌓았다고도 한다.
고려 충렬왕 때 이승휴(1224~1300)가 이곳에 은거하며
스스로 두타산거사(頭陀山居士)라 불렀다고 한다.
한민족이 단군을 시조로 한 단일민족임을 처음으로 밝힌 역사서
제왕운기(帝王韻紀)는 이곳에서 탄생하게 되었다고
두타산성으로 산성십이폭을 지나면
이른 더위에 시원한 계곡이 간절해진다.
산은 육산으로 부드럽지만 계곡에 이르면 화려한 골산의 모습을 하고 있다.
무릉계곡에 이르러 쌍폭과 용추폭포는 포기하고 학소대로 향한다.
산행인 듯 수행인 듯 걷는 듯 해탈한 듯
이 여름은 시작부터 맹위를 떨치니
시원한 물 흐르는 학소대에서 오랫동안 쉬어간다.
여름 산의 보물은 계곡이다.
서늘한 공기가 흐르고, 길섶에는 야생화 만발한 곳.
이제 계곡에 탁족의 시간이다.
신발끈을 풀고 첨벙! 발을 담그면 이것이 우화등선 아닌가.
크고 흰 너럭바위(6600㎡)가 무릉계곡의 상징으로 통하는 무릉반석
넓적한 자연 암반을 흐르는 맑은 물이 이루어놓은 곳곳의 작은 못에 발을 담그고 쉬기 좋다.
이곳에서 많은 글씨가 새겨져 있는데
그중에는 매월당 김시습의 것도 있고,
조선 전기 4대 명필의 한 사람인 양봉래의
‘무릉선경 중대천석 두타동천’(武陵仙境 中臺泉石 頭陀洞天)이라는 달필도 보인다.
사람들은 왜 모를까
김용택
이별은 손끝에 있고
서러움은 먼 데서 온다.
강 언덕 풀잎들이 돋아나며
아침햇살에 핏줄이 일어선다.
마른 풀잎들은 더 깊이 숨을 쉬고
아침 산그늘 속에
산벚꽃은 피어서 희다.
누가 알랴 사람마다
누구도 닿지 않은 고독이 있다는 것을
돌아앉은 산들은 외롭고
마주 보는 산은 흰 이마가 서럽다.
아픈데서 피지 않는 꽃이 어디 있으랴
슬픔은 손끝에 닿지만
고통은 천천히 꽃처럼 피어난다
저문 산 아래
쓸쓸히 서 있는 사람아
뒤로 오는 여인이 더 다정하듯이
그리운 것들은 다 산 뒤에 있다.
사람들은 왜 모를까 봄이 되면
손이 닿지 않는 것들이 꽃이 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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