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왕산(1561m, 정선)
천년의 숲,
고갯길을 넘어 다시 정선 가는길
민둥산에서 어슴푸레 넘겨다 본 북쪽 가리왕산으로 든다.
이번엔 평창과 경계를 이룬 정선땅이다.
2018. 9. 1. 토요일
장구목이-장구목이 임도-가리왕산-마항치삼거리-어은골임도-자연휴양림
10.8km
숙암리 장구목이골 입구에서 걸음을 시작하면
골짜기는 가는 여름이 아쉬운 사람들에게 얼음장같이 차가운 계곡물을 선사한다.
이 길엔 나무들이 빼곡하다.
한 낮을 지나는 태양조차 쉬이 숲을 관통하지 못하는
이곳에서 사람은 여전히 침입자일 뿐이다.
남한에서 아홉 번째로 높은 가리왕산(해발 1561m)은 봉산(封山)으로도 유명하다.
조선 세종 때부터 가리왕산은 민간인들의 출입을 금한 봉산이었다.
그러나 평창 동계올림픽을 위해 봉우리 한 쪽을 내어주고만 가리왕산.
수십만 그루의 크고 작은 나무들이 흔적 없이 잘려나갔고
그 자리를 스키 슬로프가 대신하고 있다.
가리왕산 산행의 대표적인 코스가 정상에서 중봉을 거쳐 숙암분교로 하산하는 코스이나
잘려나가 끝이 난 하봉을 대신해 마항치로 내려선다.
한국의 대표적인 풍혈지역이다.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이 겨울에는 따뜻한 바람이 땅속에서 불어온다.
사계절 내내 일정한 온도로 씨앗을 품고 있는 풍혈지역은 그 자체로 종자은행이다.
더욱이 산 전체에 광범위한 풍혈지역이 흩어져 있어
생태적 가치가 그 어느 곳보다 높다.
아직 장전계곡에 가 보진 못했다.
태고의 원시림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이끼계곡이라는데
장구목이 골에서 이끼계곡을 대신해 본다.
습도가 높아 한바탕 땀을 쏟아낸 후
등로 중간에 임도를 만난다.
별 생각없이 임도를 따라가다 보면 하산로를 잃고 헤매는 경우가 있으니
반드시 표지판을 유의해서 보고 등산로를 따라가야 한다고 한다.
이 임도를 따라 가면 될 듯하기도 하지만
임도의 길이가 무려 100킬로미터나 된다고
임도를 지나 등로는 된비알이다.
가끔씩 불어주는 바람소리와 새소리 물소리를 위안 삼으며
호젓한 산행을 이어간다.
주목지대에 이른다.
가리왕산은 살아 천년, 죽어 천년 간다는 주목의 유일한 자생지다.
설악산에도 덕유산에도 주목이 살지만
더 이상 남한 내륙에서는 어린 주목이 자연 발아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어린 주목부터 늙은 주목까지 어울려 살고 있는
가리왕산 생태계가 파괴되면 우리나라에서 주목은 멸종한다고 한다.
능선에 오르면 길은 완만해지지만
여전히 고산지대 원시림이 우거지고 조망은 열리질 않는다.
중봉갈림길을 지나 정상으로 향한다.
가리왕산(1561m)은 우리나라 10대 고산(高山) 중 하나로
태백산보다 약간 높을 만큼 산세가 웅장하다.
가리왕산이라는 이름은 멀리서 보면 마치 낟가리를 닮았다 해서 붙여졌다고도 하고,
옛적에 갈왕(葛王) 또는 가리왕(加里王)이 난을 피해
이곳에서 운둔생활을 했다는 전설에 따라 붙여졌다고도 전한다.
악산이 많은 우리나라의 산들 중에서 대표적인 육산으로 구분되며
정상에 서면 너른 평원과 전방위로 펼쳐진 능선들이 넉넉함을 준다.
마항치를 거쳐 자연휴양림으로 내려선다.
우거진 숲과 맑은 옥류가 있는 길이다.
어은골 임도를 지나면 다시 초록빛 계곡이다.
물고기가 숨어 있다고 어은골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자영휴양림에 이르는 계곡도 이끼가 들어차 원시적인 풍광이 있다.
그늘이 짙은 주변 바위에 온통 초록 이끼가 뒤덮여 보는 것만으로도 청량하다.
골은 좁아도 수량이 풍부해
바람이 불지 않아도 서늘한 기운이 온몸을 감싼다.
정선가는 길에
초록 물 잔뜩 머금은 작은 이끼폭포를 만난다.
이끼폭포에 초록 물줄기가 흐르고
물은 눈으로 보는 것보다 더 차갑고, 몸은 한낮의 열기보다 더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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