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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야기/강원도의산

덕산기계곡 ; 정선가는 길.





덕산기계곡(강원도 정선)

그대 이 곳엔 왜...,

# 정선가는 길.





정확한 위치를 몰라 막연한 마음으로 걷다가 만난 정겨운 이정표.

"그대 이곳엔 왜.."

오랜시간 물살에 휩쓸려 지금 놓인 그 모습 그대로....

정선의 그리움이자

덕산기 계곡의 향기로 스며들어

“갈 사람은 때가 되면 갈 것이고

올 사람은 때가 되면 올 것이니

오고감 없이 쉬었다 간다.“







19호 태풍 솔릭이 지나간 자리

갑작스러운 폭우가 쏟아진다.

기상청 관계자는 “당황스러움을 넘어 입이 딱 벌어질 정도”라고 하며

국지성 폭우는 예측하기가 어렵다고 하고

....비가 내린다.


2018.     8.     26.    일요일






늦은 여름 휴가를 덕산기로 간다.

8월 하순이건만 여전히 숲이 그리운 계절이다.

촉촉이 젖은 숲에서 피어나는 풀 냄새, 나무 냄새 가득한 숲길을 걸으며

호흡하다 보면 마음도 편안해진다.









도시의 혼탁함을 벗어나 숲의 싱그러움을 찾고 싶은 날,

오염되지 않은 공간으로 걸음을 옮긴다.

아직은 숲이 그립고

덕산기 계곡은 옛길이었다.









덕산기 계곡의 물길은 정선읍과 오지마을 북동리를 잇는 옛길이었던 것이

문치재를 넘어 북동리로 이어지는 포장도로가 놓이면서 옛길은 흐려졌다.

쓰임새를 잃은 옛길은 몇 번의 수해로 끊기면서 길은 아주 잊어지고,

그러다 어찌어찌 이곳을 찾아든 오지여행자들이 쉬쉬하며 드나들면서

덕산기 계곡이 외부로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덕산기 계곡은 오지이면서 오지가 아니다.

정선 읍내에서 그리 멀지 않은 데다 예전과 달리 진입로까지 길이 곱게 나 있다.

한데 일부 구간에서는 반드시 몸을 물에 담가야 더 나아갈 수 있다.

가물 때면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걸을 수 있지만 비가 온 뒤엔 상황이 달라진다.

허리춤까지 물에 잠기고

제법 많이 내라면 산중에 갇힌다.

계곡은 주변이 '뼝대'(벼랑을 이르는 사투리)로 둘러 쌓여 있어 탈출로가 없다.









비가 내려 바위가 미끄러워

좌측 산길로 올랐더니

묵은 밭에 들꽃이 그득하게 피었다.






덕산기 계곡은  2014년부터

야영객들의 무분별한 쓰레기 투기와 오프로드 차량들의 떼질주로 인한

상처 입은 몸을 추스르기 위해

덕우리 덕산1교부터 북동교까지 10㎞ 구간이 자연휴식년에 들어갔다가

작년 4월 해제와 동시에 다시 자연휴식년제에 지정됐고

2020년까지 지속된다.

계곡탐방은 가능하지만 취사, 야영, 차량출입 금지 지역이다. 









뼝대와 사행천이 빚은 길을 따라 구불구불 걷다 보니

정겨운 이정표가 반긴다.

숲속 책방 가는 길









옥빛으로 한없이 조잘대던 계곡의 물소리는 여전히 귓가를 간질이고

숲속책방 전

그리움과 혼숙한다는 너와집






옥빛 물길을 사진 찍었는데

액정엔 파스텔화 하나 놓였다.









정선 토박이인 소설가 강기희 작가의 숲속책방이 있다. 

커피 한잔 시켜놓고 한참을 머물렀다.

두 무리의 사람들의 쉼터로 곳곳에 앉아서 식사도 하고

 담소도 나누는 모습이 정겹다.

예전엔 이곳이 덕산기 마을로 화전을 일구며 살았는데

 지금은 다 떠나고 계곡만 남았다.
















힘들지?

언제든

와...

좋다.
















비 내리는 책방에 앉아

따뜻한 드립커피 한잔

빼어난 풍광 보다 더 향기로운 커피가 좋은 시간이다.















숲속책방을 지나선 계곡으로 길을 잡았다.

차가운 물은 등허리를 따라올라 머리끝까지 냉기를 뻗친다.

툴툴 털고 물속을 걸었다.

물길과 사람 길이 교차하며 서로 왔다 갔다 사이좋게 지나간다.









누군가 쌓은 돌탑은 거미줄로 묶어 두었다.









세상의 시간을 잊어버렸다.

어쩌다 민박집

도깨비삼춘네를 지나자

길가에 염원을 담은 돌탑이 쌓여 있다.

마음을 담아 한 층 더 쌓아 올렸다.

오늘도 행복하시길...


















여전히 물길을 헤쳐 걷는다.

울창한 낙엽송을 따라 걷기도하고, 바위 너럭지대를 걷기도 하였다.

옥빛 자갈 위 얼음처럼 투명하고 맑은 물이 자그락 소리로 씻어준다.

병풍처럼 둘러 싸여 눈앞을 가로막는 거대한 뼝대는 돌아들면

다시 계속 겹겹이 길을 내준다.












이 계곡은 물빛이 좋다.

물빛은 비가 온 뒤 생긴다.

많은 비가 내리고 흙탕물이 가라앉을 즈음 계곡은 아름다운 옥빛을 드러낸다.

그러나 오래가지 않는 게 문제다.

물이 쉬 빠지는 지형이기 때문이다.

많은 비가 와도 1주일 정도면 물이 빠진다고 한다.

그러니 많은 비가 내리고,

흙탕물이 가라앉고, 담긴 물이 빠져나가기 전에 찾아야 한다.















솔밭밑민박에 콘크리트 포장 도로와 차들을 만난다.

북동리에 주차해둔 차 때문에 여기서 돌아간다.


















다시 숲속책방을 지나 덕산터 주막 앞 깊은 소로,

자리를 잡고 앉아 휴식을 취하며 요기도 한다.

한무리의 사람들이 지나쳐간다.

"어서 오세요. 행복하세요"

낯모르는 사람들과 덕담을 나누며

정선 아리랑의 구성진 가락처럼 굽이굽이 휘고 도는 계곡을 따라 다시 걷는다.












파란 잉크를 풀어놓은 듯한 시린 물빛의

덕산기계곡 물빛은

 아마도 석회암 성분 때문이라고 한다는 말을 들었다.

바닥의 둥근 자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푸른 물빛은

일부러 물감으로 만들어낸다 해도 흉내낼 수 없을 정도로 매혹적이다.















이젠 너무도 조용해진 북동리로 돌아왔다.

덕산기는 욜로

일루가면 함바우






북동리에서 정선으로 나가는 길

버스 한 대 만큼의

비탈길을 꾸불꾸불 돌고 돌아서 힘들게 코스모스 핀 해발 700미터 문치재를 넘는다.






옥빛으로 가득한 시린 물빛 계곡으로의 초청장을 띄웁니다.

번잡스러운 준비물도 없이

끊어진 길에서 각자 나름대로의 길을 찾아보고

그 길이 나쁜지 아닌지, 갈지 말지를 결정하면 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