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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야기/강원도의산

민둥산 ; 정선 가는 길?




민둥산(1119m, 정선)


   비 잠시 멈춘 사이에,









강원도 정선군 남면에 위치한 민둥산(1119m)은 가을 산이지만

가을엔 번잡하니 미리 여유있을 때, 억새 활짝 피기 전 푸른 억새를 즐기기에도 좋은 산이다.






# 정선가는 길

2018.   8.   27. 

태풍이 지나가고 연일 폭우가 쏟아진다.

덕산기를 다녀 온 후 정선에서 하룻밤 자고 난 후에도

 빗줄기는 더욱 굵게 내린다.

민둥산을 오전에 오른 후 정선5일장을 갈 계획이었지만

민둥산은 많이 미끄러울듯하여 정선5일장으로 향했다.















끝자리 2·7일에 열리는 정선오일장은 1966년 개장 해

국내 대표 전통시장으로 자리 잡은 정선의 명물이다.

넉넉하고 푸근한 시골 인심이 넘치고, 곤드레나물과 더덕, 황기 등 이 인기다. 

다양한 전과 콧등치기, 올챙이국수, 감자옹심이 등 먹거리도 재밌고

묽은 메밀 반죽에 배추를 얹어 지진 메밀부침개,

다진 김치를 넣은 메밀전병, 고소한 녹두전, 달콤하고 쫀득한 수수부꾸미를

한 접시에 담은 모둠전도 맛있기만 하다.






정선 아리랑 공연이 끝난 후.....

비가 그치고 구름이 산등성이를 타고 오른다.

갑자기 급해지는 마음, 가볍게 요기도 했으니

민둥산으로 간다.







증산초등학교 앞에서 시작한다.

경사가 완만한 3.2km와 가파른 2.6km 중에 택할 수 있고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으며

원점회귀가 가능하다.





땀(汗)나게 오르는 고개(峙)란 뜻의 한치 뒷산.

가을 억새로 유명한 강원 정선군 민둥산의 옛 이름이 라고,

마을 주민들이 한치를 오르내리자면 땀깨나 흘렸을게다.

한치 뒷산은 말 그대로 그 고개의 뒷산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대부분 고개 이름은 산에서 따서 붙이는 법이건만

그런데 여기는 반대로 고개 이름이 먼저고 산 이름이 나중이었다.






한치 뒷산이 민둥산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정선아리랑’에

“한치 뒷산의 곤드레 딱주기/ 님의 맛만 같다면/ 올같은 흉년에도 봄과 난다.”

한치 뒷산은 곤드레를 비롯해 갖가지 나물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었다.

산나물은 척박한 산촌마을 주민들에게는 보릿고개를 연명하는 거의 유일한 먹거리였다.

산에 기대살던 주민들은 나물이 더 잘 자라도록

일부러 산 이곳저곳에다 불을 냈다.

그러다 보니 한치 뒷산은 나무 한 그루 없는 민둥산이 돼 버렸고

나중에는 아예 ‘민둥산’이란 이름이 고유명사가 돼 버린 것이었다.  












며칠 폭우에 민둥산은 습도에 쩔어있다.

기온은 높지 않지만 습도가 높아 조금만 올랐는데도 땀이 줄줄 흐른다.

급경사와 완경사 갈림길

흐르는 땀 때문에 지레 완경사로 오른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낙엽송과 떡갈나무 단풍나무 등이

한껏 비를 머금고 맞아주고 있다.

산 허리를 휘돌아 간다.









밋밋한 정상 부근과 달리 능선에 이르기까지 울창한 숲이 이어지고,

경사도 급하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쭉쭉 뻗은 숲을 편안히 걸어 오르다 건너편을 넘겨다 보면

수증기를 머금은 구름이 능선을 달린다.












한참을 돌았더니

임도를 만난다.

남면소재기까지 이어진 임도에서 잠시 쉬어간다.

흠뻑 숨을 들이쉬면 가슴 속 밑바닥까지 상쾌해지는 느낌이다.









오르막 길 숨이 다시 턱에 찰 때쯤 능선에 올라서면,

조망이 트이며 시원한 바람이 이마에 맺힌 땀을 식혀준다.









시야를 가리던 숲이 탁 트이고

비에 젖은 정선의 산하는 보다 푸른 산으로

피어오르는 구름을 안고 있다.






민둥산은 7부 능선을 넘으면 나무 한 그루 찾아보기 힘든 구릉지다.

멀리 정상을 바라보는 이 지점부터 억새 세상이다,.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온통 억새다.

보호 목책 사이를 걸어 가는 길이 목장길 같기도 하고,

귀를 기울여본다. 전통가요 노랫말처럼 정말로 슬피 우는지….












초가을에 이삭이 패기 시작하면 10월 중순이면 드넓은 평원을 하얗게 뒤덮지만

아직은 여름 억새다.

푸르고 붉다.












벌써 제법 자란 억새는 어른 키를 훌쩍 넘는다.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 오르는 길은 가도 가도 끝없는 억새의 바다다.

정상에 오르는 동안 백운산, 함백산, 가리왕산 등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풍경이 함께한다.






억새 길 사이로 바닥에 엎드린 소나무가 보인다.

바람을 피하려는 것인지,

억새와 키높이를 맞추려는 것인지….

정상은 민둥산이라는 글자 그대로 사방이 탁트였다.


















조망 감상을 돕기 위해 망원경이 있고

빨간 우체통이 있다.

어딘가로 편지를 붙여야 할것 같은데....

남쪽의 백운산(1428m)은 여전히 구름 속에 잠겼다.









민둥산에 억새가 많은 것은

산나물 채취를 많이 하기 위해 매년 한 차례씩 불을 질렀기 때문이라는....

그러나 전설도 하나 있다.

옛날 하늘에서 내려온 말 한 마리가 마을을 돌면서 주인을 찾아 보름 동안이나 산을 헤맸는데,

너무 열심히 뛰어다닌 탓에

그 후로 나무가 자라지 못하고 억새만 자란다고.






민둥산 정상석을 차지 했다.

억새가 피기 시작하면 전국에서 밀려드는 산객들의

자리 싸움이 넘쳐나는 핫 플레이스 이건만

지금은 온전히 내차지다.












강원도 정선의 민둥산은 정상부 능선에 드넓은 억새군락지

조망이 너무 좋다.

1109봉까지 억새 사이로 내달리는 길은 남겨두고

밭구덕으로 내려간다.


















발구덕을 지난다.

발구덕은 해발 800m에 자리한 마을로,

차로 오를수 있는 마을이지만,

탐방객이 많은 시기에는 차량을 통제한다고...









거북이 쉼터를 지날즈음

다시 비는 내리고

천천히 산에서 내린다.





정선 가는 길에 만난

 雨요일의 雲치랄까,

이 산중에선 마음이 게으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