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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야기/충북의산

청화산, 대간길 그 어디쯤 5월의 햇살 맞으며 걸으면,




 청화산(970m, 괴산)

 눈길 닿는곳마다 푸르다. 









숲의 봄은 아득히 깊어져

신록이 밀물처럼 몰려왔다.

 

나뭇잎들은 짙어지고 가지들은 무성했졌으며

나무들도 듬직해져 있다.

숲은 깊은 그늘을 드리웠고

끝 모를 울창함 속으로 햇살이 조심스레 스며들고 있다.








        



2016. 5.  22.  일요일

송면지-670봉-대간길 접속-조항산-갓바위재-청화산-시루봉-우복동마을

15.45km. 7시간32분 소요.







 




 




 




 




 




 




 




 





 


 




 

송면저수지 둘레를 따라 느긋하게 걷다가 어느순간 산으로 난 오솔길을 타고 능선으로 올려 붙인다.

길은 더 가팔라지고... 

풀잎과 나뭇가지로 몸을 적시며 숲속 깊이 들어간다.

가뿐 숨소리 귓가에 멤돌고

온몸이 땀으로 얼룩지면 지능선에 오르게 된다.



 




 




 




 




 




 

지능선에 올라 가쁜 숨 몰아쉬며 바라 본 하늘은 티 한 점 없이 맑다.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이 고맙고...



 




 

매주 전국의 산길을 걸으면서도 산에 들어서면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하는 것은 병이다.

깊은 골짜기를 품고 높은 봉우리를 인 큰 산 앞에서는 움추려들고

아직 걸어보지 못한 산길에서는 설렘이 짙어진다. 

이 숲을 지나면 무엇이 있을까.....



 




 





경북 문경과 충북 괴산을 지나는 백두대간 능선 그 어디쯤

지리산이나 설악산만큼 유명하지 않고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지도 않았지만

이들 산 못지않게 가슴이 설레게 하는 산은 많다.

황장산, 대미산, 포암산, 주흘산, 부봉, 조령산, 백화산, 희양산, 대야산 등등

대간길로서도 좋지만

산 하나 하나로서도 참 좋다.
이곳 조항산과 청화산도 그렇다.


병풍처럼 대야산, 희양산을 펼쳐놓고 속리산전체를 조망하며 걷는 산길이다.






 

조항산(951m)정상.

조항산 오르는 도중의 답답함은 정상을 지나면서 보상받게 된다.



 




 




 







 




 



 

조항산 암릉구간을 지나면서 본다.

백두대간 남쪽 늘재까지 이어진 가장 높은 청화산까지의 능선과 그 왼쪽 뾰족한 시루봉

백두대간 종주대들이 흔히 걷는 길일테고

능선 곳곳에 산재한 아찔한 낭떠러지와 급경사,

동서남북으로 끝간 데 없이 뻗어간 장대한 조망을 즐길 수 있는 능선길이다. 


 




 




 

조항산을 거치지 않고 계곡에서 바로 오르는 길도 있다.

갓바위재

하지만 암릉미가 좋은 조항산 바윗길이 빼어나 조항산을 거친 길이 더 좋다.


 







 




 

돌아본 조항산.



 




 




 




 

산길은 쉬지 않고 흐른다.

단지 내가 산길따라 흐르다 바람이 너울거리고 햇살을 맞으면 쉬며 지나온길을 돌아보게 된다.



 







 






숲은 깊다.

눈길 닿는 곳마다 나무들 가득하다.

이곳은 소나무 가득하고 저쯤엔 참나무 가득하다.

아름드리 나무들은 없었지만 오랜 세월 견뎌온 나무들이 저마다 세월의 깊이를 드러내며 숲에 깊음을 더하고 있다.



 





드디어 청화산(970m).

경상북도와 충청북도 3개 시군의 경계를 이루며 괴산군에 위치해 있다.

조릿대 군락과 소나무가 많아 겨울에도 푸르게 보인다.

전설에 의하면 수십리 밖 어디에서 바라보아도 산 모양이 맑고 깨끗하며, 항상 화려하고 푸르게 빛나고 있는 아름다운 산이라 하여

청화산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조선시대, ‘택리지’의 저자 이중환이 청화산인(靑華山人)을 자청하며

“산의 높이와 크기는 비록 속리산에 못 미치나 속리산처럼 험한 곳은 없다.

흙 봉우리와 바위가 모두 수려하고, 살기(殺氣)가 적으며, 모양이 단정해 자못 복지”라고 말한 산이다.



 




 




 




 

급경사의 청화산을 내려와 시루봉을 향해 걷다가

전망바위에서 돌아본 조항산으로부터 이어진 산길

가운데 우뚝 솟은 조항산이 멀다.


대간길을 뒤에 남겨두고 시루봉을 향해 걷는다.

다시 오르막길.... 발을 잘못디뎌 미끄러지면서 갑자기 쥐가 올랐다.

한참을 풀어보려 해도 쉬이 가라 앉질 않는다.

아스피린 한알 삼키고 천천히 시루봉으로 간다.

주위에서 함께 걷는 발소리가 고맙다.

처음부터 이곳까지 함께 계속 걸어왔을뿐인데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든다.



 

마지막 봉우리인 시루봉

암릉구간, 발을 높이 올리고 힘껏 딛고 일어서야 하니 허벅지까지 근육이 뭉쳐 부담스럽지만,

이곳만 지나면 하산길이니....천천히 걷는다.



 




 




 







 

옹골찬 힘을 모아 한 곳으로 모아놓은 듯한 모습의 시루봉에 올랐다

시루봉에서 청화산과 더 멀리 조항산까지 오늘 걸어온 능선을 굽이보고

우복동천으로 하산한다.



 




 




 




 




 




 

조선시대 택리지의 저자인 이중환이

'금강산 남쪽에서는 으뜸가는 산수'라고 말했다.

청화산은 빼어난 경관 뿐 아니라 풍수지리에서 말하는 복된 땅(福地)을 품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전란(戰亂), 질병(疾病), 기근(飢饉) 등의 삼재(三災)가 들지 않는 땅이다.

이른 바 십승지(十勝地) 가운데 하나인 땅으로

바로 청화산 아래 마을인 상주시 화북면 용유리다


이중환은 자신의 호 조차도 청화산인(靑華山人)이라 칭하고 청화산 자락으로 들어와 살았다.

일명 '우복동천'이라 칭하는 곳으로

우복은 소의 배 안을 닮아서 사람이 살기 편안하며

동천은 산과 내가 둘러있어 경치가 좋은 곳이라는 뜻이라고....




하늘은 맑다.

뜨거운 햇살 맞으며 걷는다.

 푸르른 산은 깊어지고

깊은 산줄기는 뚜렷하다.

숲은 분명하게 제 빛을 드러내고

고요해서 아늑하고 편안하다.


우복지로 발걸음을 옮기며 
그리움 가득해지는 오후인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