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1439m, 단양)
말간 얼굴로 눈뜬 소백이다.
눈꽃이 화근이다.
상고대가 문제다.
‘연희나그네님’이 태백산 상고대 사진 때문에 다른 사진은 감흥이 떨어지시는가 보다.
기습적인 폭설, 한파...가 없어졌다.
그래서
하얀 눈꽃과 상고대가 짙푸른 하늘과 어우러진 풍경이 쉽지 않지만,
새해 첫날 새벽 찬 바람에 소백산을 오른다.
칼날같은 상고대의 위엄에 칼바람에 베인 상처를 떠올리려 다시 오른다.
2016.1.1. 새해첫날.
죽령-연화봉-비로봉-천동리 18.2km
소백의 하늘이 열린다.
새벽을 달려 죽령에 도달했다.
온도는 -5℃, 죽령 고개의 바람은 제법 사납다.
죽령탐방지원센타를 통과한후 1시간30분경과...제2연화봉대피소에 6시20분에 도착했다.
일출까지는 아직 1시간20분 정도....대피소에서 느긋하게 떡국으로 배를 채운후 신년 첫해맞이...
동녁엔 샛별이 반짝인다.
이른 아침을 먹고 대피소 앞에서면.... 천국이 열렸다!!!
나이를 한 살 더 먹었다.
"HAPPY NEW YEAR~~~~"
소백은
밤새 추위에 떨다가
하얗게 얼어붙었다.
나무도 얼었고
바람도 얼었다.
아직 얼지 못한 구름이 얼어붙은 산정을 넘어간다.
....지금 길 위에 서 있다.
숲의 길, 산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비로봉이 말간 얼굴로 하얀 눈꽃을 이고있다.
상고대가 자리한 겨울산줄기의 장쾌한 파노라마가 감동을 준다.
소백산은 명산이다.
꽃 피는 계절에는 온 능선이 연분홍으로 물들어 황홀경을 선사하고 이즈음에는 날을 벼린 바람이 칼처럼 꽂힌다.
칼바람과 마주하면 다시 오기 싫지만,
시간이 흐르면 자꾸만 그리워하게 하는 게 소백산이다.
잎사귀를 버리고 눈꽃을 피웠다.
순전히 하얘서, 푸른하늘아래 도드라져 버렸다.
누군가 겨울 산은 황량하다고 했다.
허한 가슴에 찬 바람만 불어온다고 했다.
겨울 산이 그리운 건....
황량함이 좋아서다.
찬바람이 사무쳐서다.
늘 그렇듯이, 바람이 흔적을 남긴
겨울 산이 그리워서다.
소백산
무림은 깊고 고수가 되기 위한 길은 멀다.
비로봉 0.6km 지점부터
맑았던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이 비로봉을 가뒀다.
소백의 주봉은 비로봉이다.
진리의 빛을 세상에 퍼지게 하는 비로자나불의 기운이 깃든 비로봉을 이름한 봉우리는 더 있다.
금강산도 비로봉이요,
오대산이나 치악산도 비로봉이다.
비로봉을 향해 나아가는 길.
바람이 세고 차갑지만,
풍경은 아름답다.
때로 그리운 소백의 칼바람이 몰아친다.
천동리로 향한길.
살아서도 죽어서도 천년을 산다는 주목이 겨울 바람에 떠밀려 제 몸을 비틀고 서 있다.
길게 누운 가지 위에 겨울이 쌓이고 서리가 얹혔다.
그렇게 제 몸을 비틀고 휘어서 천년 세월을 견뎠다.
추운 겨울 날씨 탓이든
관계 속에 작아진 탓이든
잔뜩 웅크리고 있어 작아진 나를 발견할 때면
소백의 모질었던 바람이 문득문득 그립다.
그래서 나선 18.2km의 산길.
바람..결 따라
상고대에서 바람이 보인다.
하얀 철가루를 뿌렸고
바람에 실려 깊이 박혀 버렸다.
어디로 가야한다는 계획없이
바람이 불어다 주는 곳으로..간다.
가다가 쉬어간다.
겨울산행의 원칙.
덥기 전에 벗고 춥기 전에 입고 배고프기 전에 먹어라,
그리고 쥐가 나기 전에 쉬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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