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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야기/충북의산

속리산 서북릉 걷다-수정봉, 묘봉, 상학봉, 토끼봉




속리산 묘봉(874m, 보은)

 말갛게 씻긴 얼굴로 푸른 운무 흩뿌리고.. 



속리산 서북릉 걷다.



비는 여전히 내린다.

4주째 일요일마다 비가 내리고 있다.

구름은 두껍고 낮게 깔렸고,

젖은 땅은 미끄럽고 습기 가득해

땀이 온몸을 적시고 빗방울처럼 땅으로 떨어진다.

그래도 숲엔 솔향 차고 넘쳐

비에... 땀에 젖은 발걸음에 위로가 된다.



2016. 9. 18. 일요일

대만과 중국을 강타한 14호태풍 므란티가 남긴 수증기가 한반도로 유입되면서

토요일부터 남부지방은 폭우를, 전국엔 비가 이어졌다.


법주사주차장-거북바위-수정봉-여적암-묘봉-토끼봉-상주 운흥리

약10km, 7시간40분소요.



충북 보은군과 괴산군, 경북 상주시에 걸쳐 있는 속리산은

'속세를 떠난다'는 의미다.

신라 선덕왕 5년(784년) 진표(眞表)율사가 이곳에 이르자

밭갈이를 하던 소들이 무릎을 꿇어 율사를 맞이했고,

이를 본 농부들이 속세를 버리고

진표율사를 따라 입산수도했다는 전설이 전해져온다.

속리산은 우리나라 8경 가운데 하나다.






산행 들머리인 수정봉과 날머리인 토끼봉은 비탐방로다.

날렵하게 움직이지만 어제부터 내린 비에 산길은 질퍽하고 미끄럽다.

이날씨엔 안전산행이 우선이니 무리하진 않게 걷는다.



오르막으로 길을 잡는다.

서서히 집채 만한 크기의 바위들이 나타나면서 빼어난 전망을 드러낸다.

곳곳에 노송과 바위가 어우러진 전망대가 곳곳에 놓여있다.

비구름이 흘러가며 옅어졌다가 한순간엔 많은비를 뿌린다.

일기예보에는 아침에 비가 갠다는 예보를 확인했었는데...또 틀린 모양이다. 






태백산맥에서 남서쪽으로 뻗어나온 소백산맥 줄기 한가운데 솟아 있고

우리나라 대찰 가운데 하나인 법주사를 품고 있다.


세상과 떨어져 있기를 희망했기에

세상의 경배를 받아온 속리산의 아름다움은

8봉, 8대, 8석문의 24절경을 꼽는다.


8대(臺)는 문장대·입석대·신선대·경업대·배석대·학소대·봉황대·산호대를 이르고,

8석문(石門)은 내석문·외석문·상환석문·상고석문·

상고외석문·비로석문·금강석문·추래석문을....

8봉(峰)은 속리산의 최고봉인 천왕봉을 비롯해

비로봉·길상봉·문수봉·보현봉·관음봉·묘봉·수정봉을 이른다.

 그 8봉중 수정봉을 올라 묘봉으로 간다.






ㄱㅓ북바위 부근의 10층석탑터....

이곳에선 법주사가 내려다보인다.



능선은 빼어난 바위들의 산이다.

장맛비에 세수한 바위들은 더욱 깨끗하고

그 바위를 받치는 숲에는 초록의 생명이 넘친다.

그 생명을 더듬어 만나는 봉우리가 수정봉이다.






10층석탑터 뒷편에 거북바위가 있다.

거북은 용, 봉황, 기린과 함께 네 가지 신령한 동물의 하나다.

불로장생한다는 십장생이기도 하다.


“중국 술사가 보고 와서 하는 말이,

중국의 재물과 비단이 날마다 동쪽으로 넘어오는 것을 나는 무슨 까닭인지 몰랐더니,

이제 알고 보니 이 물건이었구나 하고, 그 머리를 잘랐다.”

<신증동국여지승람>의 기록이다.


이동항(1736~1804)은 <속리산유람기>에

“재와 진흙을 이겨서 거북의 머리를 잇고 탑을 세워 진혼을 해 주었다”고 했다.

지금 그 거북바위는 목을 견고하게 붙인 흔적이 뚜렷하다. 



수정봉....삼각점.



수정봉을 거쳐 여적암을 지나고 북가치로 향하는 내내 비가 그칠줄 모른다.



여적암은 볼거리가 있는 유서 깊은 사찰이 아니므로 곧장 산길로 든다.

속리산 답지 않게 소박한 길이 이어진다.

희미하지도 선명하지도 않은 작고 자연스러운 등산로....

아무도 없음이 지극히 어울리는 고요한 산길이다.



묘봉가는길 북가치다.

속리산 문장대에서 서쪽, 즉 서북릉에 있다.

문장대 서쪽에는 관음봉을 비롯한 화려한 암봉이 여럿 있는데

여전히 비법정 코스로 묶여 있다.

그래도 북가치부터 묘봉~상학봉 구간은 열려 있다.

북가치에서 묘봉정상까지는 15분.






묘봉은 바위 구간이 많은 험로였다.

하지만 이젠 계단 길을 조성해 난이도가 낮아져 험산의 느낌이 많이 줄어들었다.

묘봉(妙峰·874m)은 묘한 산이다.

분명 국립공원 정규등산로인데,

깊은 오지 산에 온 것 같고,

등산로가 있는 것 같으면서 없는 것 같고,

안전한 것 같으면서 위험하고,

가까운 것 같은데 멀고,

길찾기 쉬운 것 같은데 어렵고,

이렇듯 국립공원에 대한 선입견을 철저히 깨는 곳이 묘봉이다.

속리산의 가장 은밀하고 달콤한 속살이다.












묘봉 정상에서 바라본 가야 할 상학봉 줄기다.

악어의 등 같은 울퉁불퉁한 바위와 소나무들의 조화가 환상적이다.

서쪽의 문장대와 천왕봉도 막강한 어깨를 과시하지만

바로 앞에 펼쳐져 운무에 희끗 나타났다 사라지는 우락부락한 암릉 근육들의 힘자랑에 눈길이 간다.



묘봉정상석은 암봉 꼭대기에 있다.

누런 너른 마당바위가 있고 아래는 100m는 될법한 낭떠러지로

뾰족한 바위탑 꼭대기에 선 것 같은 짜릿함이 있다.

 


본격적인 암릉이 속도를 떨어뜨린다.

계단과 고정로프가 있어 지정된 산길을 벗어나지 않으면 위험하지 않지만,

꾸역꾸역 손발을 써가며 가는 곳이 많아 거리에 비해 시간이 꽤 걸린다.



스핑크스바위.

바위들은 바람에 깎이고 물에 씻기며 제각각 다른 모습을 갖춘다.

사람들은 그 바위마다 제 눈에 보인 모습에

제 경험과 상식의 잣대를 섞어 이름 짓는다.



어떤 바위는 사자가 되기도 하고

코끼리도 된다.

그렇게 세월이 더하고

잊혀지지 않은 채 동의를 얻으면 전설이 되고 신앙이 된다.












몇해전 충북알프스를 걸을때...

이곳에서 신정리로 하산하였으나...오늘은 토끼굴 찾아간다.









상학봉을 지난 바위는 힘이 더 세졌다.

마당바위를 올라갈 때는 소나무등걸을 잡고 직등해서 오르면

철제난간이 설치된 마당바위에서 지나온 상학봉을 돌아보게 된다.









굴바위

마당바위를 아래 묘한 동굴을 지난다.

ㄱ자를 반대로 돌려놓은 8m 정도 되는 바위틈으로

자연미 넘치는 바윗길이 이어진다.



























암릉구간을 거의 지나 순간적으로 편한 능선길을 지나며 가평이씨묘를 지난다.

능선 직진구간 출입통제의 팻말이 있고 그 뒤로 바위문이 보인다.

험로인 토끼봉 능선과 연결괴는 통천문이다.

입구는 좁지만 지나면 확 넓어진다.



토끼봉 능선 산사면 비탈길을 지나면

토끼봉 올라서는 작은 토끼굴이 있다. 






로프는 없지만 바위 홀드를 잡고 조심스럽게 올라서면 굴 내부는 급격히 좁아지면서 좌측으로 솟아있다.









토끼봉



모자바위















토끼봉을 거쳐 북쪽 능선으로 진행하다가 사지매기재에서 사지매기골로 하산한다.





















날머리는 운흥1리.

돌아보면 묘봉 암릉의 울퉁불퉁한 골격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운흥1리두부마을에서 산행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