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봉대산(870m, 영월)
산이 삶에 대해 묻는다.
'輪廻의 山'이라 불리는 九峰臺山이다.
영월군 수주면 법흥리 사자산 법흥사 적멸보궁의 천하복지 명당터를 보호하는 우백호의 역할을 하는 산으로
아홉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어, 구봉대산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백덕산-사자산 능선의 연장선상에 있는 지능선으로 불교의 윤회설에 따라 봉우리의 이름을 지었다.
제1봉은 "양이봉"으로, 양이봉은 인간이 어머님 뱃속에 잉태함을 나타낸다.
제2봉 “아이봉”은 인간이 세상에 태어남을 나타내며,
제3봉 “장생봉”은 인간이 유년, 청년기를 지나는 과정을 의미한다.
제4봉 “관대봉”은 인간이 벼슬길에 나아감을 의미하며,
제5봉 “대왕봉”은 인간이 인생의 절정을 이룬 뜻을 의미한다.
제6봉 “관망봉”은 지친 몸을 쉬어감을 의미하며,
제7봉 “쇠봉”은 인간의 병들고 늙음을 의미하며,
제8봉 “북망봉”은 인간이 이승을 떠남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제9봉은 “윤회봉”으로 인간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불교의 윤회설에 근거를 두고 있다.
2015. 8. 29. 토요일
법흥사-적명보궁-법흥사-널목재-1~9봉-음다래기골-법흥사일주문
약 8km, 4시간25분 소요(점심시간포함)
근처에 백덕산과 사자산이 있다.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산은 백덕산이고, 오늘 오를 산은 구봉대산인데,
법흥사 일주문에는 '사자산 법흥사'라 적혀있다.
신라의 자장대사가 가져온 부처의 사리를 5대 적멸보궁에 봉안했는데,
그중 하나가 이곳 산자락에 위치한 법흥사(당시 흥년사)에 있고,
법흥사는 예부터 백덕산 법흥사나, 구봉대산 법흥사라 하지 않고 ‘사자산 법흥사’라 해왔다.
신라 말에 형성된 선문구산(禪門九山)의 한 문파인 ‘사자산파(獅子山派)’가 이곳 사자산에서 크게 선법을 떨쳤기에
‘사자산 법흥사’라 한다고 한다.
암튼 이 법흥사가 오늘 산행 구봉대산의 들머리이자, 날머리다.
구봉대산 산행전에 준비운동을 겸해 적멸보궁을 먼저 다녀온다.(20분 내외)
백덕산 앞에 솟아
백덕산, 사자산 능선과 마주보고 있는 산으로
법흥사에서 출발해 계곡을 따라 1봉에 올라,
능선 따라 9봉까지 간 다음.
다시 법흥사로 돌아오는 약 8km의 산길이다.
구봉산은 각 봉우리마다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과정을 봉우리 명칭으로 사용하고 있다.
인간은 태어나 유년과 청년, 중년, 노년의 단계를 거쳐 죽어서
다시 태어나는 불교의 윤회설에 따라 9개의 봉우리마다 심오한 인생의 뜻을 담아놓은 주능선은
기암과 노송의 군락이 어우러져 동양화의 화폭에 담겨있는 듯한 아름다운 산이다.
산행은 어렵지 않다.
마지막계곡에서 널목재까지의 오름길만 오르면,
1~9봉은 어렵지 않게 거닐 수 있는 산이다.
널목재를 오른다.
곧게 뻗은 침엽수림이 능선을 채우고 있다.
널목재에서 좌측으로 2분이면 나무숲에 가린 1봉이다.
제1봉 養以峰(양이봉)-뱃속에 잉태했다는 뜻이다.
아기를 잉태한 어머니 마음을 적었다.
삶은 어머니 뱃속에서 시작된다고 1봉은 알려준다.
양수 속처럼 나무에 가려 풍경은 없다.
2봉, 아이봉(兒以峰)이다. 아이로 태어남을 뜻한다.
1봉과 2봉, 3봉은 붙어 있다.
2봉에서 조금 진행하면 3봉, 장생봉(長生峰)이다. 자라서 어른이 됨을 뜻한다.
어른이 되어서인지 둥그스럼한 봉우리는 어느새 바위가 솟고 주변을 소나무가 에워싸고 있다.
하지만 한쪽으로만 트여 있어 4봉을 넘겨다 볼수 있다.
발아래는 낭떠러지로 저 아래 법흥사가 보인다.
4봉이 순한 산세로 솟았다.
나무 사이로 조망이 나타난다.
나무에 가려 경치가 시원하진 않지만 바위벼랑 끝에 사는 소나무의 생명력을 느낄 수 있어 좋다.
4봉은 관대봉(官帶峰), 벼슬길에 나섬을 뜻한다.
5봉 대왕봉(大王峰)은 이름처럼 암릉 위에서 본 경치가 탁월하다.
경치보다 더 매력적인 건 꼭대기 바위에 뿌리 내린, 작지만 단단함을 몸으로 보여주는 소나무다.
좁고 단단한 바위가 지배하는 야멸찬 터전 속에서도 삶에 대한 강한 끈을 놓지 않는다.
대왕봉은 큰일을 이룬다는 뜻을 담고 있다.
큰일을 이루려면 소나무처럼 온갖 역경과 고난을 견뎌야한다는.....,
5봉까지는 육산 형태의 산길이 이어지지만,
5봉을 지나며 바위산이다.
길은 삐죽이 솟은 암릉 아래에 나있지만,
아랫길을 버리고 바위를 잡고 올라갈수 있다.
큰 어려움이나 위험은 별로 없다.
바위를 붙잡고 넘어선다.
바위를 조심스레 올라서면 우회로에서는 볼수 없는 딴 세상이다.
바위 전망대, 6봉이다.
길쭉하고 평평하며 올라서서 볼 수 있는 단상 같은 바위가 있다.
법흥사가 있는 동쪽으로는 열린 낭떠러지다.
백덕산~사자산으로 이어지는 1,000m대 줄기 눈앞에 펼쳐지고,
그 아래에는 법흥사가 생의 어디를 지나고 있는지 구봉대산을 올려다 보고 있다.
죽은 소나무가 경치를 완성하는 곳이다.
구상나무처럼 아름답게 뼈대를 뻗어 올렸다.
우두머리 사슴의 늠름한 뿔처럼 화려하다.
관망봉을 지나며 산은 부드러워진다. 바윗길이 끝나고 흙길이다.
7봉은 쇠봉(衰峰)으로 나무에 둘러싸인 봉우리다.
늙어가는 덧없는 인생을 뜻한다.
삶은 쇠락해 가지만 산은 여전히 고도를 높여 간다.
실질적인 최고봉은 8봉이다. 숲에 둘러싸인 작은 헬기장이다.
북망봉(北亡峰), 생을 마감한다는 뜻이다.
죽음이란 언젠가는 맞이해야 하는 삶을 완성시키는 거룩한 순간이라나...뭐래나,
....죽음은 늘 두려움을 앞세우는데 이는 욕망이 남은 탓. 욕망이 떠난 자리는 평온만이 남는다.
라고 적혀있다.
경치 없는 초라한 헬기장,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을 때 삶은 끝난다.
인간의 욕망은 죽음으로 완성되는 것, 오름에 대한 신분 상승의 욕구가 끝나는 순간 죽음이 찾아온다.
욕망의 끝은 초라한 헬기장이다.
욕심을 내려놓으면 자유로워진다고 말한다.
그리고.....마지막 9봉이다.
봉우리가 아닌 능선상의 전망대에 가깝다.
9봉이후로 오르막이 조금남아있고,
지나온 몇 개의 봉우리와 관음사가 살짝 보인다.
윤회봉(輪廻峰), 삶이 끝나도 삶은 이어진다는 뜻이다.
좋은 업을 심으면 좋은 과보를 맺고 나쁜 업을 심으면 나쁜 과보를 맺는다고 적혀 있다.
조망없는 몇개의 봉우리를 지난 산길은
윤회가 어쩌구...저쩌구 생각할 겨를 없이 가파른 내리막이다.
길이 가파르면 균형을 잡기 위해서라도 잡념이 사라지고 산행에 몰입하게 된다.
그러다가 온갖 번뇌와 망상이 적멸한다는 적멸보궁을 가진 법흥사 일주문앞으로 내려서게 된다.
골짜기로 내려선 영월은 비가 부족한 듯하다.
계곡에 수량이 많이 부족하다.
여름산에 올랐다가
산길을 빠져나오면....
숲은 벌써 가을로 가고 있다.
매미소리, 새 울음소리, 이사귀 부딪히는 소리가 가득한 구봉대산을 다시 한번 둘러보니,
한여름의 초록이 여리여리하게 변하고 있다 .
분명 초록인데 일부는 옅은 초록, 노랑의 톤으로 바뀌고
때가 되면 완전히 붉게, 노랗게 물들며 좋아하는 감정을 감출 수 없는 사춘기 소녀의 볼처럼 되고,
그러다 겨울이 다가오면 이 산도 살기 위해 잎을 모두 버리게 될테지.
그렇게 숲은 돌고
우리네 인생도 돈고,
그래서 사람들은 살아간다.
태어남과 죽음....그래서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구봉대산
내가 누구인지 알아야 나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했으니,
다시 알아볼까나...?
그러면 길이 보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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