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움산(670m, 동해)
화려한 통뼈, 50개의 산정우물.
"길은 아름답다"
신경림
......
이윽고 내 눈앞에 되살아나는
그 길은 아름답다. 넓은 세상으로 나가는
길이 아니어서, 내 고장으로 가는 길이 아니어서
아름답다. 길 따라 가면 새도 꽃도 없는
황량한 땅에 이를 것만 같아서,
길 끝에서 험준한 벼랑이 날 기다릴 것만 같아서,
내 눈앞에 되살아나는 그 길은 아름답다
쉰움산의 이름은 ‘쉰 우물’에서 나왔다.
산정에 제법 너른 바위가 있고, 바위 여기저기에 크고 작은 구멍이 50개이상 뚫려 있다.
여기에 빗물이 고여 ‘쉰 개의 우물’이 되어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다른말로 五十井이다.
2015. 6. 28. 일요일
천은사-쉰움산-두타산성갈림길-산성12폭포-두타산성-학소대-삼화사-무릉반석
약10km. 6시간20분소요.
쉰움산은 삼척시 동쪽 15Km 지점의 100대 명산인 두타산의 북동쪽에 솟은 작은 봉우리다.
쉰움산은 삼척의 명산 두타산(1353m)과 청옥산(1404m)의 동쪽에 솟아 있다.
그냥 두타산 올라갈수 있는 산길의 어느 중간쯤으로 여겨지기 십상이다.
한데 산정에 펼쳐진 암릉과 예서 굽어보는 풍경은 몹시도 빼어나다.
쉰움산 산행은 쉽지 않다.
들머리는 천은사다.
천은사 경내를 지나 본당 뒤로 산길이 열려있다.
천은사 일대는 ‘이승휴 유허지’다.
고려 때의 문신 이승휴가 삼척의 외가로 낙향해 용안당이란 건물을 짓고 ‘제왕운기’를 집필했던 곳이 현재의 천은사다.
당시 건물들은 모두 사라졌고, 이승휴의 위패를 모신 사당 동안사(動安祠)만 남아 있다.
일기예보는 바람 많이 불고 구름 조금이라 했는데,
구름이 산정을 휘감고
바람없이 습기만 가득하다.
천은사에서 시작된 등산로는 급한 오르막이다.
쉰움산 중턱쯤
돌탑군지대다.
쉰움산 암릉길에서 내려다 본 무릉계곡
거무튀튀한 너럭바위가 지천이고,
계곡너머엔 강원도 산들이 마루금을 좁히고 서 있다.
쉰움산은 바위산이다.
쉰움산은 통뼈를 연상하게 하는 산이다.
발길이 닿는 곳마다 모두가 하나의 거대한 돌로 이루어진듯한 느낌이다.
해발 670m에 있는 오십정, 쉰움산 정상이다.
바위의 형상도 특이하지만 바위에 수없이 많은 크고 작은 물웅덩이는 기이한 느낌을 준다.
서쪽 두타산오름길은 구름이 짙게 깔려 있다.
안개인지 구름 속인지 모를 운무 덕분에 신선의 세계에 들어와 있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오묘하다.
정상 너른 바위엔 돌구멍이 여기저기 널렸다.
쉰움산, 이른바 오십정산(五十井山) 아래는 깎아지른 절벽이다.
쉰움산을 떠나 짙은 구름속으로 들어간다.
두타산으로 향한 산길은 천은사에서 5.1km의 거리지만
끈임없는 오르막길이다.
입에서 단내가 폴폴 날때면 길옆 거대한 금강송이 한번씩 발길을 잡는다.
두타산과 두타산성 갈림길
두타산까지 8,900m쯤.....
두타산 정상석이 아쉽긴 하지만, 두타산성이 보고파서 우측으로 내려선다.
두타산성을 향하다 고개 돌리니
짙은 구름사이로 청옥산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아직 구름은 두텁기만 하다.
두타산성갈림길에서 지루한 소나무와 참나무 숲을 지나면 어느순간 환해지고 거침 물소리가 들려온다.
산성12폭포다.
산성12폭을 지나면
넓은 너럭바위 아래로 우뚝솟은 암릉지대가 나타난다.
두타산성이다.
급경사 산비탈을 조심하며로 400m 정도 내려서면 두타산성 입구다.
천연암벽을 성문으로 이용하여 오른쪽은 수십 미터에 달하는 절벽으로
여기서부터 두타산성이 시작된다.
자연암벽과 사이사이에 인공의 석축을 조화시켰다.
두타산성은 산등성이를 돌고 돌아 본성 2,5km, 7km의 외성, 2.5km의 내성을 연결하면서 거대한규모의 산성을 축조했다.
우리나라에서 유래가 없는 특이한 산성이다.
험준한 산 지형을 최대한 이용, 소수의 군사로 적을 방어했다고 한다.
조선 선조 25년, 1592년 7월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안변, 통천을 출발한 왜군이 강릉, 삼척으로 쳐들어오자 삼척도호부에서는 인근 백성들을 이곳으로 피난시켰다.
왜군은 삼척을 점령한 후 울진, 영덕까지 내려갔다가
삼척지역 주민들이 의병을 조직해 두타산성에 모여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제차 두타산성으로 향한다.
어린이와 노약자 여성, 청년 등 5000여명은 결사항전에 돌입했다.
두타산과 쉰움산 계곡에 칡 줄을 연결했다.
허수아비를 걸어 병사의 수가 많은 것처럼 위장전략도 세웠다.
치열한 격전을 벌이면서 일진일퇴를 거듭했다.
3일간 전투에서 조총을 소유한 왜군에게 결국 산성이 함락되고
무고한 백성과 의병들은 성벽을 배게 삼아 처참하게 목숨을 잃었다.
두타산성을 내려오면 무릉계곡으로 떨어진다.
무릉계곡에서 박달령 방향으로 다시 산길을 거슬러 올라가면 쌍폭과 용추폭포가 있다.
다시 찾아갈까 고민하다가 오늘은 그냥 패쓰....
무릉계곡에서 탁족을 즐긴다.
두타산성을 내려서 삼화사에 이르기전에 학소대를 만난다.
삼화사 경내 한번 둘러보고,
동해 무릉계곡...
동해시 두타산과 청옥산을 배경으로 호암소로부터 시작하여 용추폭포가 있는 곳까지의 약 4㎞에 달하는 계곡으로
수백명이 앉을 만큼 넓은 무릉반석과 호암소, 선녀탕, 장군바위, 쌍폭, 용추폭포 등
‘동해안 제일의 산수’라 할 정도로 아름다운 자연경관의 백미를 보여주는 곳이다.
무릉계곡은 고려시대 동안거사 이승휴가 살면서 <제왕운기>를 저술하였고,
조선 선조 때 삼척부사 김효원이 이름을 붙였다고 하며,
1,500여평의 무릉반석에는 조선 전기 4대 명필가의 한 분인 봉래 양사언의 석각과
매월당 김시습을 비롯한 수많은 시인묵객들의 시가 새겨져 있는 등
무릉계곡의 곳곳이 옛 선비들의 풍류공간이자 종교적 수행처로 역사적, 문화적 가치가 뛰어나다.
바윗길에 서있다.
치솟아오르는 바위길이
마음 바닥에 넙치처럼 드러누운 야성을 깨우는 산행이다.
'산이야기 > 강원도의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방태산.....산과산 첩첩이 쌓이고 쌓여 파도처럼 흐르고, (0) | 2015.08.11 |
---|---|
두타산....가뿐숨 삭이는 행복한 시간. (0) | 2015.07.20 |
점봉산...그리운 곳은 그리워 해야지. (0) | 2015.06.22 |
설악산 귀때기청봉...바윗길따라 설악으로 날아가리. (0) | 2015.05.28 |
함백산...고산준봉에서 일망무제(一望無際) (0) | 2015.0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