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때기청봉(1578m, 인제)
황색벽타고 날아올라 털진달래 핀 너덜길에
산이 험해서 ‘악!’ 소리가 난다는 바로 그 ‘악산’의 대표,
털진달래보러
설악산에 든다.
서쪽 안산(1,430.4m)에서 중청(1,665m)까지 이어지는 서북능선 중 일부구간이다.
서북능선이야 멋진 능선 코스이자 인내심을 요하는 길고 험한 능선이지만,
그 중 일부만을 잘랐다.
거리는 약 10km 내외 하지만 거리가 중요하지 않는 코스다.
2015. 5. 24.
자양4교-소승폭포-해피돼지-남근석-너덜지대-귀때기청봉-12-18-상투바위골-자양2교
9시간 소요
서북능선 중 일부구간을 잘라서 걷는 구간은 비교적 짧지만 충분히 ‘설악산’의 명성을 느낄수 있다.
고된 여정을 감내하며 오르는 이유는 가 본 사람만 알 수 있는 희열이 있기 때문이다.
설악으로 가는 길,
한계령 가기전 자양4교에서 시작한다.
해뜨기전 4시30분...
소승폭포까지는 평탄하지만..길이 어둡다.
소승폭포에 도착하면서 박명.
렌턴을 끄고 이제는 자유롭다.
어둠을 뚫고
적막한 폭포하나 바위벼랑에 걸쳐있다.
누런 직벽에 포말로 떨어지는 폭포는 얕은 잠에 빠진 거대한 생명체같다.
경외심과 함께 공포도 가진듯하다.
80m 높이로 직립한 폭포의 발치에 서면 긴장감이 가득하다.
백색의 용이다.
소승폭포는 누런 황톳빛 벽을 타고 내리다가 산산이 부숴져 버리는 하얀 용이 되어 있다.
소승폭포 우측으로 난 비탈길을 오른다.
천천히 안전에 유의하며 기다리다가 오르기를 반복한다.
덕분에 시간에 구애됨이 없고,
소승폭포위 남근석....
하산할때 만나게 될 상투바위골 남근석과 비교가 된다.
설악은 웅장하고 수려하다.
‘저 산은 내게 우지마라 우지마라 하고
발아래 젖은 계곡 첩첩산중
저 산은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
내 가슴을 쓸어내리네.’
한계령은 양희은의 노래 ‘한계령’으로 인해 더욱 친숙하게 느껴지는 한계령부터 이어지는 길이다.
계곡도 깊고 산세가 수려하다.
경사가 급하다.
그래도 곳곳에서 터지는 조망에 눈은 제대로 호강한다.
너덜길을 걷는다.
아니 겹겹이 쌓인 돌무더기에 오른다.
오르다...오르다...오르다가
문득 고개를 돌리면 내설악과 외설악을 가르는 공룡능선이 보일테고
그 뒤로 대청봉이 육중한 자태를 드러낼꺼고
봉정암, 오세암도 보일려나...
너덜지대를 지난다.
설악산 산정에 5월 중순 넘어 피어나는 진달래가 있다.
일반 진달래에 비해 꽃색이 진한데 털진달래라고 부른다.
잎에 털이 많이 나 있어서 그런가.....
너덜지대부터 털진달래 군락지다.
올해는 강원도 지역에 강수량이 부족해서 그런가...
일부는 피어나고, 또 일부는 피기도전에 말라가고 있다.
너덜길에서는
가야 할 길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길은 있다.
땅에 길이 있어서 길이 아니고,
그저 방향이 그쪽이라 길일테다.
뜨거운 햇살아래 너덜길 걸어올라....
귀때기청봉^^
ㅎㅎ바람은 시원하지만,
날벌레 많고,
숲그늘이 없어 그냥 지나친다.
외설악과 내설악의 바위능선이 눈길을 끌고,
북으로 공룡릉을 거쳐 황철봉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이 힘차다.
그앞으로 용아장성릉의 거친 암봉이
육식공룡 이빨처럼 으르렁거림을 즐기고 있다.
너덜길 따라 귀때기청봉을 내려와
저 아래보이는 계곡으로 하산할 계획이다.
"설악 12-18 이정목"
계곡으로 내려서면서 태풍으로 인한 산사태 지역이 이어진다.
늘 봐왔던 설악산이 아니고,
거칠고, 황량하고...그러다가 풀이 다시 자라겠지만,
사람마다 좋아하는 계절이 있다.
눈을 좋아한다면 겨울이 좋다 할것이고, 뜨거운 여름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테고,
한겨울의 텅빈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초록이 물들어가는 5월의 숲을 더 좋아하는 이도 있겠고,
계곡도 그렇다.
계곡하면 한여름의 시원함이 떠오른다.
요즘처럼 초록과 연둣빛이 어우러진 계곡을......,
나무도 물도 바위도 사람까지도 초록색으로 물들어 버린 초여름날의 계곡을.... 지나간다.
하늘을 맞닿은 고산과 산천의 절벽에서 암벽을 가르고 힘차게 떨어지며,
무한한 생명력을 과시하는 폭포가 있는 계곡이 참 좋다.
상투바위골 2폭포다.
2폭포를 내려오면 상투바위골 남근석이 나무숲사이로 고개를 내밀고 있다.
그리고는 다시 1폭포.
첩첩이 쌓인 산,
멀고 아득하다.
끝없이 이어지는 길 아닌듯한 길을 걷는 즐거움이 대단하다.
끊임없이 높은 곳으로, 그러다가 다시 낮은곳으로 걷다보면
어느새 남은 길보다 걸어온길이 아득해진다.
정말
멋진곳에 내가 있다.
이곳에
한참을 머물다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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