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달마산
중국에 건너가 선종을 창시한 달마는 모함을 받고 죽음에까지 이른 달마대사가 정말 해남의 달마산으로 왔을까?
달마가 죽은 지 3년 뒤 소문에 의하면 부처의 몸이 되어 짚신 한짝을 지팡이에 꿔어차고
달마는 서천(인도)으로 갔다는게 널리 알려진 달마전설인데,
그러나 달마산 기슭에 자리한 미황사의 옛 기록은 달마가 인도로 간 것이 아니라 해남 땅끝으로 왔다 하고
미황사를 달마대사의 법신이 계시는 곳이라 소개하고 있다.
2020. 2. 8. 토요일
송촌마을-바람재-관음봉-불썬봉-문바위-작은금샘-미황사
강진에서 땅끝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들이 지나는 동안 덕룡산, 주작산, 두륜산, 대둔산의
꿈틀거리는 바위 능선이 도열하듯 늘어섰는데 그 바위산들의 맥이 마지막으로 뭉쳐지는 곳이 달마산이다.
그러니 암릉 산들의 꼬리는 바다에 떨어지기 싫어 사나운 개 꼬리처럼 치켜 올라가 더 까실지만,
남해가 시원하게 펼쳐지고 미황사를 품고 있는 멋진 산을 걷는다.
숲을 나오면 너덜겅을 만나고, 너덜겅을 지나면 숲을 만난다.
너덜겅에 이르면 마치 공룡의 등뼈를 보듯 울퉁불퉁 각진 돌들이 수없이 많이 무너져 내리고,
그 위를 척추가 지탱하고 있듯 암릉들이 펼쳐진다.
바람재는 바람이 얼마나 강한지 정신없이 휘몰아쳐 올라온다.
해남 달마산(達摩山·489m)은 조망의 절정을 보여주는 산이다.
남으로 한반도 최남단 땅끝을 향해 내리닫고, 북으로 두륜산으로 뻗어나간 산줄기의 가운데쯤에 솟구쳐
동으로는 완도와 강진·장흥 일원의 내륙과 남해바다가 바라보이고,
서로는 진도 일원의 다도해가 아름답게 눈에 들어온다.
달마산은 조망만 좋은 산이 아니다.
기암괴봉이 등줄기를 따라 줄지어 솟아올라 감탄케 하고,
그 기암괴봉을 요리조리 돌아서거나 빠져나가고
혹은 올라설 때마다 변화하는 풍광에 또다시 눈이 휘둥그레진다.
날카로운 암봉이 위압적인가 하면 바위를 끼고 돌아서는 사이 다도해가 풍경화 같은 모습으로 펼쳐지고,
또 한 모퉁이 돌아서면 전형적인 내륙 풍광으로 바뀐다.
바람재를 넘어서 어느덧 관음봉도 지났다.
오른편쪽을 내려다보면 바다 너머로 진도가 보이고, 왼쪽은 섬이 많은 완도가 눈앞에 펼쳐지고
그보다 더 멀리 바람너머에는 아직 가보지 못한 보길도가 있을테고,
암릉이 이어진다.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기며 수시로 시야를 돌려 좌우를 살펴보면
바다와 떠 있는 섬들의 풍경이 멋스럽다.
다른 산처럼 나무숲속의 길을 걷는 것이 아니라 오르락내리락하면서 해안경관을 보면서 걸으니
단조로운 산타기보다는 재미가 있고,
달마산 달마봉(불썬봉489m)이다.
불썬봉은 이곳 사투리로 `불을 켰던(썼던) 봉`으로 봉화대 상봉을 이르는 말이다.
정상 표지석이 서 있는 남쪽에 봉화대가 있다.
전국에서 달마산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
그 중에서 일부는 바로 아래에 있는 미황사 절로 향하는 하산길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있고
혹은 계속 암릉 길을 걸어 떡봉을 지나 도솔암에 이르기도하는데
지금은 문바위를 지나 작은 금샘부근에서 길이 막혔다.
이리저리 둘러보니 원래있던 길에 무슨연유인지 출입금지 금줄을 쳐 놓아,
작은금샘에서 미황사로 내리면 달마고도 둘레길에 닿고 미황사가 근방이다.
신라 경덕왕 8년, 금인(金人)과 경상(경전·불상)을 실은 배가 사자포구(땅끝마을) 인근에 닿자
의조화상이 이를 소에 싣고 가다가 소가 울면서 머문 자리에 통교사를 짓고
다시 소가 누운 곳에 미황사를 지었다.
미황사는 소의 울음소리가 지극히 아름다워서 미(美)자, 금인의 빛깔을 상징한 황(黃)자를 합했다는 이야기도 전하고
미황사사적비 창건설화에서 의조화상(신라 경덕왕 8년)은
“나(金人)는 본래 우전국(인도)의 왕인데 여러 나라를 편력하면서 경상을 봉안할 곳을 구하였다.
산 정상을 바라보니 일만불이 다투었으므로 여기에 왔다.
마땅히 소에 경을 싣고 소가 누어 일어나지 않은 곳에 안치하라”고 했다는 꿈을 적었다.
이를테면 일만불이 다툰 곳은 달마산이며 소가 누운 곳은 미황사인 셈이다.
또 어떤 기록에는 달마(선종 초조)와 잇대기도 한다.
달마는 선종의 2대 조사인 혜가를 만나 법을 전하고선 홀연히 자취를 감췄다.
그가 떠난 방향은 동쪽이었으니 과거 중국인들은 달마가 바다를 건너 안주한 곳으로 이 달마산을 꼽았다고 한다.
달마산이 명승임과 동시에 바닷길을 통한 불교 전파설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10년도 더 전에 산을 함께 다니던 선배 한명이 있었는데,
본인은 한국의 산 중 달마산이 그렇게 좋다고 했다/.
달마산 가자는 소리를 듣는다면 하던 일 그대로 두고 해남으로 간다고...
그즈음엔 난 주작산에 푹 빠져 있을때였으니 주작이 좋니 달마가 좋니 하며
밤새 마신 술은 아직도 취해
이 산 걷고 있으면 아직도 몽롱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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