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안산(1237m, 장수)
겨울을 넘는 산줄기
높은 곳으로 올라서니 겨울이 있다.
2019. 1. 20. 일요일
전북 장수 장안산
무룡고개-장안산-하봉-범연동 : 9.2km
이번 겨울엔 눈이 없다.
대관령 선자령에도 황토흙이 바람에 날리고
어제 다녀온 경기도 광주 남한산성에도 흙먼지가 퍼석 거렸지만
다행히 기상청 장안산 산악예보에 소량이지만 새벽에 눈 표시가 반갑다.
무령고개에서 산길을 걷는다.
무령고개는 백두대간의 줄기인 영취산과 호남정맥 출발점 장안산이 만나는 분기점으로
이 고개를 경계로 두 산맥은 맥을 비껴간다.
눈은 내렸고
하늘이 맑아지는 시간이다.
바람이 거세게 불고
산길은 무룡고개에서 장안산으로 이어진다.
푸른하늘은 눈꽃 피어나 더 푸른데
나무에 피어난 눈꽃이 바람에 날리니
마음은 급해진다.
제법 너른 산길을 걸어 급경사를 조금 오르면
산은 작은 능선 하나를 펼쳐 놓았다.
억새밭이다.
억새들은 피고 지고 겨울을 보내고 있다.
웅장하지는 않지만 능선을 따라 펼쳐지는 억새길이 변화가 많다.
장안산에 걷다 문득 돌아보면 한 눈에 능선길을 모두 담을 수 있다.
저기 저 바람이 부는 하얀 능선은 겨울을 넘는다.
장안산 정상 상봉.
커다란 공터에 덩치 큰 정상석,
복잡하게 인증샷을 위해 줄서있는 산님들,
크게 특징이 없는 정상 풍경이건만
상고대가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북쪽 능선 뒤로 덕유산 실루엣으로 펼쳐지고
동쪽으로는 영취산과 백운산이 늠름하게 서있다.
정상석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중봉과 하봉을 거쳐 범연동으로 향한다.
능선엔 여전히 바람이 불고 긴장을 유지하고 있다.
상고대가 터널을 이룬 능선이 즐겁다.
올해는 새벽 소백산에서 만났었더니
이곳에서 다시 만났다.
굽이굽이
산비탈에 나무와 바람이 만든 겨울 숲을 거닐며 하봉으로 향하다
능선에서 바람을 등지고 점심을 간단히 해결한다.
하봉을 지날 때 갈림길이 나온다.
이젠 바람은 능선위로 날리고
상고대 없는 산길은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하면
범연동 가는 길이다.
범연동으로 내려선다.
이제 산은 키를 낮췄고, 눈꽃도 뒤돌아본 산능에 소복하다.
눈은 오는 것이라는데
이번 겨울엔 오지 않으니
이렇게 만나러가야 하는 대상이 되었지만
이렇게 만나면 마음이 새털처럼 가벼워진다.
잎을 떨군 나목들로 조망이 좋은데
눈과 상고대와 푸른 하늘까지
더 좋은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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