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산 (686m, 진안)
잔잔한 능선에 고개 내밀고 불쑥 솟아오르네.
마이산은 잔잔한 수면 위로 튀어 오른 물고기 같다.
한 쌍의 봉우리가 잔잔한 능선을 박차고 나왔다.
전북 진안 마이산(686m)이다.
2018. 3. 10. 토요일
원강정마을-보흥사-광대봉-비룡대-탑사-북부주차장
9.8km.
마이산은 어느 계절에 가서본들 아니 좋은 계절은 없다.
봄이면 벚꽃이 산 계곡 아래서 탑사를 오르는 길에 화사하게 피어주고
여름날 해 뜨기 전 마이산 북쪽 부귀산에 오르면
새하얀 안갯속에 두 개의 봉우리가 우뚝 솟은 마이봉
가을엔 단풍으로
겨울은 눈덮인 마이봉이 아름다운 산으로
이번엔 원강정마을에서 오른다.
고려시대 전기에 세워진
강정리5층석탑(보흥사 오층석탑)
마이산은 수성암(퇴적 작용으로 생긴 암석)이 기반암이다.
그 내용물이 자갈, 진흙, 모래 등으로,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콘크리트와 비슷하다.
광대봉에 오르면 마이산이 그려진다.
익숙하지만 여전히 기묘하다.
마이산은 이름 그대로 암마이봉과 수마이봉은
말의 귀처럼 쫑긋 세우고 있었다
마이산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다.
진안이 어디 붙어 있는지 몰라도 독특한 모습 때문에 마이산은 안다.
한데 마이산을 잘 안다는 사람은 드물다.
마이산은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산이었지,
두 발로 오르는 산이 아니기 때문이다.
먼발치서 구경하는 모습만으로 마이산을 안다고 말한다.
마이산의 지명은 신라 시대에는
서쪽에서 가장 이로운 산이라 하여 서다산(西多山)이라 불렸으며
해마다 이곳에서 산신제를 올린 기록이 있다.
고려 때에는 하늘로 용솟음치는 힘찬 기상을 상징한다 하여
용출산(聳出山) 이라 불렀으며,
고려 말 이성계(조선 태조)가 속금산(束金山)이라 개명하였는데
이는 마이산이 기(金-쇠의 기운)가 너무 강하여
나무(木)의 기운을 눌러 이(李)씨가 왕이 될 수 없다 하여
쇠(金)의 기운이 강한 마이산의 정기를 묶는다는 의미의
속금산(束金山)으로 개명하였다 한다.
이후 태종 13년, 태종이 몸소 나와 진안 성묘 산에서 제사를 지낸 후
마이산을 보고는 이미 이 씨가 왕이 되었는데
산의 기운을 묶어둘 필요가 없다 하고
산이 말의 귀를 닮았으므로 마이산(馬耳山)이라 하라 하여
그때부터 마이산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봉두봉 오름길에 옆으로 비스듬히 지나가는 암마이봉.
마이산 북부 탑사에는 돌탑 80여기가 있다.
거센 비바람에도 얇은 돌탑더미가 무너지지 않는 신기함이 있다.
독특하게 쌓인 돌탑은 켜켜하게 모아올린 시간처럼 단단하고
무너질 듯 위태한 모양새의 허룩한 돌탑이 진풍경을 만들어낸다.
수마이봉은 1979년 마이산도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부터 아예 입산을 막았지만
암바위봉은 상대적으로 완만하여 사람의 발길을 허락하고 있다.
하지만 완만하다고 해도 경사가 30도를 이뤄
동절기에는 빙판등으로 인한 인명사고 위험이 많고,
암봉에 뿌리 얹은 수목이 사람 손길과 발길에 상처를 입을 수 있어 3월중순까지는 통제한다.
약 1억 년 전 이 일대가 거대한 호수였을 때
상류에서 자갈이 흘러들어 차곡차곡 쌓였다가
오랜 세월 흙과 모래로 뒤덮여 퇴적된 암석이다.
지층의 융기로 암봉이 됐다.
암봉 곳곳에는 신기할 정도로 크고 작은 구멍이 뚫려 있다.
비바람에 주위의 흙이 빠져나가면서 자갈도 함께 떨어져 내린 흔적으로
타포니 현상이라고 한다.
전설도 있다.
옛날 산신 부부가 두 자녀와 함께 살다 하늘로 올라갈 때가 됐다.
남신이 승천 모습을 누구에게든 보이면 안 되니 밤에 떠나자고 했지만
여신은 밤에는 무서우니 새벽에 떠나자고 했다.
하지만 새벽에 한 아낙에게 승천하는 모습을 들켜
승천하지 못하고 그대로 주저앉아 바위산이 됐다.
화가 난 남신은 여신으로부터 아이를 빼앗아 안았다고 한다.
이를 증명하듯 수마이봉은 새끼봉 두 개를 껴안은 형상이고
암마이봉은 돌아앉아 고개를 숙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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