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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야기/전남의산

월출산 가을,







월출산(809m, 영암)

산성대-천황봉-구정봉-도갑사


 가을 산빛.





휘영청 떠오른 달빛 아래 하얗게 빛나는 바위산을 본 적 있다.


서슬 퍼런 바위틈을 비집고 달빛을 토해내는 산


십수 년 전의 기억은 여전히 이 산을 찾을 때마다 또렷하다.




2018.    11.     3.    토요일


산성대-천황봉-구정봉-도갑사


9.7km




이쪽의 단풍은 선홍색 핏빛의 비장미 대신 따스한 주황과 노란빛으로 그윽하다.


은행나무와 느티나무 단풍이 동백나무의 초록색과 한데 뒤섞인다.


하루하루 짙게 물들어가는 단풍이,


차가워질수록 선명해지는 초록을 배경 삼아  선명하다.




월출산의 대부분은 맥반석으로 이뤄졌다.


맥반석은 원적외선을 내뿜는다고 해서


예로부터 기(氣)가 충만한 산


기찬묏길이 되었다.




기체육공원의 기찬묏길을 따라 산으로 들어서면


훌쩍 자란 대숲이 아침 햇살을 머금고 있다.


이 길로 오르는 월출산은 험하지 않다.







시원한 아침 공기에도 땀이 배어나올 때 쯤


커다란 바위가 나타나고


왼쪽으로 영암 들판이 눈에 들어온다.


본격적인 조망 산행의 시작이고,


가을 산행의 시작이다.










산성대를 지난다.


봉우리에 서면 기암괴봉들로 이뤄진 능선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산성대에서 광암터삼거리까지 바위능선이 길게 이어져 있고,


 양옆은 깎아지른 벼랑이다.


그 주위로 예기 어린 암봉들이 솟았다.












바위능선에 설치된 좁은 길 따라 오르면


위아래가 길고 폭이 두툼한 두 바위 위에 큰 바위가 얹힌


고인돌을 닮은 고인돌 바위를 지난다.








꼬부랑 바위길을 따라 저만치 걷다보니,


산성대 능선이 여전히 푸른 솔을 품고


단풍과 암릉과 어울린다.




산성치~광암터삼거리까지의 바위능선은 매력적이고


바위능선 옆으로 아스라게 걷는 재미가 있다.








공룡의 등줄기 같은 울퉁불퉁한 바위능선을 따라


가을 햇살이 쏟아지면


가을 빛이 가득하고


멀고 가까운 봉우리와 능선들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풍광에


산과 하늘은 태초의 혼돈처럼 한몸이 되었다.




바람골에서 올라오는 바람이 차갑다.


길섶의 산죽은 부시럭부시럭 서로 얼굴을 부비며


빈 철쭉나무가 옷가지를 잡아끈다.








광암터삼거리에서 가파른 길을 오르면 통천문(通天門)이 나온다.


천황봉에 이르는 문


하늘에 이르는 문


어떤 것이던 제법 넓은 바위틈을 지나


 100m 더 오르면 천황봉이다.






천황봉에서는 월출산의 다른 준봉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구정봉, 장군봉, 달구봉, 양자봉, 향로봉 등등


늘 그리운 암산들이다.




월출산은 


바위가 주는 육중함과 아찔함이 어우러져


음양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산세의 위용도 대단하다.


최고봉인 천황봉(天皇峯)을 비롯해 구정봉(九井峯), 사자봉(獅子峯),


도갑산(道岬山), 주지봉(朱芝峯) 등이


동에서 서로 하나의 작은 산맥을 형성하고 있다.


깎아지른 듯한 기암절벽이 많아 예로부터 영산(靈山)으로 불렸다.


그래서 월출산이 솟은 이 지역을 신령스러운 바위라는 뜻으로


영암(靈巖)이라 불렀다고 한다.


‘영암’ 탄생신화도 있다.


물이 담겨있는 동이 같은 것이 아홉 개가 있는 월출산에


세 개의 움직이는 큰 바위가 있었는데,


이 세 동석(動石) 때문에 영암에 큰 인물이 난다는 전설이 알려지자


이를 시기한 중국 사람들이 바위 세 개를 전부 밀어 떨어뜨렸지만


그 중 하나는 옛 자리로 올라가 신령한 바위라 하여 고을을 영암이라 했다고 한다.


그런 연유인지는 모르지만 일본 아스카(飛鳥)문화의 비조(鼻祖)로 추앙받는


왕인 박사와


신라말기 풍수사상의 대가였던 도선이 이곳에서 태어났다고 전해진다.






악산이다. 


톱날처럼 솟은 거친 바위들은 불꽃처럼 타오르며


양기(陽氣)를 뿜어낸다.


그러다가 월출(月出)이란 이름에서는 음(陰)의 가운이 다가와


날카롭게 대립한다.














월출산은 수석 전시장 같은 기암괴석,


인물상과 동물상 등 갖가지 모양을 갖춘 바위들이 즐비하다.


얼마 전 다녀왔던 합천의 가야산 만물상보다 전체 규모는 작지만


각각의 바위가 내뿜는 기세는 더 또렷하다.






남근석을 만난다.


힘차게 발기한 남근바위가 바람재를 사이에 두고


일명 여자바위로 일컫는 베틀바위를 마주보고 있다.








구정봉 전의 바람재의 바람은 잔잔하다.


따가운 가을 볕에 바람이라도 불었으면 싶은데 내 맘 같지 않다.


경포대로 내려서는 길이 나있다.


일행 중 한무리는 이곳에서 내려간다.






구정봉 밑, 임진왜란 때 여인들이


피란해서 베를 짰다는 베틀바위와 굴이 있다.


어떤 이들은 이곳의 음혈과 천황봉 근처의 남근석이 음양조화를 이뤄


수많은 기암괴석들을 만들었다고 풀이하기도 한다.






구정봉 정상에서 산길은 구릉을 지나쳐 향로봉으로 향한다.




구정봉은 월출산의 중심이다.


천황봉에 정상 자리를 내주긴 했지만 조망이나 상징성, 산세 면에서


천황봉에 도전하는 듯하고, 큰바위 얼굴을 가지고 있다.


구정봉은 이름 그대로 아홉 우물의 봉우리.


봉우리 정상에 다양한 크기의 절구통 모양 홈이 파여 있다.


이 우물은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는 적이 없다고 한다.


풍수가들은 물이 귀한 월출산에


수화(水火)의 기운을 조화시켜 주는 것이라고 풀이하기도 한다고




구정봉까지 시간을 조금 지체해


오늘도 구정봉 저 아래의 마애여래좌상을 만나질 못한다.


길은 향로봉 옆을 지난다.




요즘 국립공원 탐방로 정비기간 인듯하다.


지난번 가야산에서도 작업이 이어지더니


월출산에서도 산 중 작업이 한창이다.






미왕재로 이어지던 능선은 막히고


도갑사로 향한다.








일명 억새밭이라 불리는 미왕재를 지나


홍계골을 끼고 도갑사로 향하면


가을이 서서히 내려오고 있음을 알수 있다.
















도갑사.


도갑사는 신라 말에 도선국사가 창건한 절로 국보인 해탈문을 지난다.


통과만으로 해탈에 이를 수 있다는 말에 들락날락거려 본다.







발아래 수북이 쌓인 가을을 밟으며


바윗길 돌고 돌다


뒤 돌아보면


여전한 빛으로 가을은 손 흔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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