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암산(576m, 보성)
한껏 봄처럼.
봄은 다채로운 색으로 세상을 물들인다.
초록빛으로 짙게 물들이는 청보리밭도 있고
전국을 노란 세상으로 만드는 유채꽃도 만개하지만
그래도 5월은 철쭉이다.
붉은 산 유유히 걸으며 봄을 만끽하려는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하는 계절이다.
2018. 5. 5. 토요일
수남주차장-초암산-철쭉봉-광대코재-무남이재-수남주차장
10.6km(무남이재에서 수남주차장까지는 도로를 걸어야 함)
초암산 오르는 길은 완만하고 편안하다.
사실 초암산은 특별할 게 없는 산이다.
하지만 철쭉이 필 무렵은
붉은 물결로 특별하고
물드는 신록으로도 충분하다.
새잎의 보드라운 연두색과 청아한 새소리,
부드러운 바람만으로도 충분히 좋다.
초암산 정상에 가까워지면
철쭉꽃 핀 완만한 산길이다.
사람이 먹을 수 없는 꽃이라 개꽃으로 평가절하되긴 했지만,
적어도 꽃이 보여주는 풍경만으로는
먹을 수 있는 꽃으로 참꽃이라 불리는 진달래꽃보다 더 화려하다.
대개 평지나 도시에서는 4월 중순부터 이미 피는 꽃이고,
4월 말이면 절정을 이룬 다음 5월 초부터 지기 시작하지만,
산 위에서는 4월 말부터 피기 시작하여 5월에 절정을 이룬다.
산 높이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5월 초~중순에는 남부지방,
5월 하순~말에는 중부지방의 산에서 산상 화원을 이룬다.
초암산은 철쭉 군락이 있는 전국의 산 중에서 가장 먼저 철쭉이 피어나는 곳이다.
5월 5일인데도 조금 늦은감이 있다.
올핸 꽃들이 급하다.
초암산(576.3m)은 금화산이라고도 하고
또 존제산으로 불러지기도 했다고.
뒷편 철쭉봉과 그 옆 광대코재까지 이어지는 산등성이와
평원이 연분홍 철쭉바다가 됐다.
철쭉도 진달래꽃이나 벚꽃처럼 한데 모여 군락으로 피어 있을 때 아름답다.
많을수록 더욱 예쁘다.
꽃 한 송이가 갖는 개성과 매력보다 수많은 꽃들이 한데
어울려 뿜어내는 매력이 훨씬 압도적이다.
그래서 철쭉은 군락을 보아야 한다.
특히, 그 군락이 산중에 펼쳐지면,
산이 보여주는 곡선의 미와 어울려진 붉은 물결은 더욱 장관이다.
산중에 바람이라도 불면 붉은 파도를 이루어
들이닥친다.
원수남삼거리를 거쳐 철쭉봉을 향한다.
산 등성이는 온통 철쭉군락지다.
철쭉봉 정상.
헬기장이 있는 604m로
광대코재까지도 철쭉 터널이 이어진다.
철쭉봉을 지날 때, 바람이 분다.
붉은 꽃 필때 산 위에서 부는 바람은 확실히 다르다.
그 붉은 물결에 휩쓸려 이리저리 떠밀려 다닌다.
광대코재에서 무남이재로 쏟아져 내리고
도로를 걸어 수남 주차장으로 간다.
5월의 볕 좋은 날,
날이 좋아서
산이 편안해서
먼길 마다않고 다녀온 길이다.
'산이야기 > 전남의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월출산 가을, (0) | 2018.11.07 |
---|---|
일렁이는 만복대 (0) | 2018.05.17 |
조계산은 깊이로 걷는다. (0) | 2018.03.14 |
백암산..눈내리는 산릉에서의 斷想. (0) | 2018.02.08 |
진도 동석산. (0) | 2016.1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