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암산(741m, 장성)
구름이 되고 바람이 되어 눈은 내리고
일기예보와 다르게 짙은 구름에 덮혀 눈이 내린다.
눈은 저녁부터 내린다고 하더니
벌써 주차장부터 하얀 눈밭이 쌓여나간다.
2018. 2. 3. 토요일
남창매표소-몽계폭포-사자봉-상왕봉-백학봉-백양사
10km, 4시간30분 소요.
백암산은 내장산 국립공원에 속해 있으며,
해발741.2m의 상왕봉을 최고봉으로
내장산 입안산 줄기와 맞닿아 있다.
옛 부터 봄이면 백양, 가을이면 내장이라 했듯이
산 하면 내장, 고적 하면 백암이라 할 정도로
백암산의 절경은 내장산에 뒤지지 않는다.
백학봉과 상왕봉, 사자봉 등의 기암괴석이 곳곳에 있으며,
산세가 험준한 편이다.
백암산은 사시사철 철 따라 변하는 산색은 아름답다.
백암산의 으뜸은 단풍이라 할 수 있다.
산 전체와 조화를 이루며 서서히 타오르는
장작불처럼 산을 물들이는 모습은 가히 절경이다.
바위가 희다는 데서 유래한 백학봉의 회백색 바위와 어울려
백암산의 단풍은 독특하기도 한데,
이젠 겨울에 남창지구에서 오른다.
일기예보에서는 눈보다는 바람이 거세다고 했다.
확실히 바람은 거세다.
바람 들이차는 산줄기로 오르는 길에 몽계폭포가 있다.
옅은 구름 속을 열어젖히고서 산으로 이어지는 중간쯤.
형태는 없이 명암을 주로 하여 단색으로 그릴 수 있는 길이다.
몽계폭포에 잠시 내려서니 눈이 제법 많이 내린다.
올해 산행엔 눈이 많다.
다시 산길
안부로 향한 숲길은 완만히 이어진다.
눈이 내려 세상이 고요하다.
고요한 만큼 숲길에서의 성찰도 그만큼 깊어질 것이다.
안부에 오르자 바람이 휘몰아친다.
가볍게 빵으로 요기를 하고
오른쪽 사자봉부터 짧게 오른다.
사자봉 723m
제법 넓은 봉우리다.
짙은 구름이 스쳐지나가면 잠시 숨을 고른다.
산을 걷다가 문득,
아직 젊었을 때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는 글귀에 밑줄을 친 적이 있다.
작은 것에 매달리지 말고 전체를 조망하라는 가르침으로 알았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한 그루 나무에 자꾸 눈길이 머문다.
숲에 들어서도 나무의 거친 껍질을 어루만진다.
전체로 뭉뚱그려지는 세상이 이제는 싫다.
언제부터인가 하나 둘 곁을 떠났다.
나이가 든다는 건,
혼자 남는 것이라고...
나무는 이미 하나의 전체로
거대한 세상이고,
신성한 말씀이다.
나무 한 그루가 들려주는 먼 시간을 짐작하지 하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백암산 상왕봉
백암산(해발 741.2m)은
전남 장성군 북하면과 전북 순창군 복흥면, 정읍시 입암면에 위치한다.
북서쪽으로는 입암산, 북동쪽으로는 내장산이 자리하고
이들 3개 산을 역삼각형으로 묶어 내장산 국립공원이라 부른다.
깊어진 겨울엔
눈 덮인 산을 올라
거친 숨 몰아쉬며 겨울을 상대한 다음에야
겨울에 맞서는 나무들이 눈에 들어온다.
길게 누운 가지 위에
눈이 쌓이고 서리가 얹힌다.
그렇게 제 몸 고이 휘어서 그토록 오랜 세월을 견뎠으니 그 시간을 짐작할수 있을까.
눈은 잦아들고
세상이 조금은 밝아질때 쯤
백학봉이다.
백암산의 산 이름은 백학봉(白鶴峰·651m)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학이 날개를 펴고 있는 모습으로 보이는 하얀 바위산이 그 상징이 된 것이다.
굽이굽이 내리막이다.
나무계단이 쏟아져 내린다.
나무와 돌로 만든 계단을 한참 내려서면 영천굴이 있고
굴 아래 바위틈으로 솟아오르는 샘이 있어 목을 축일 수 있어 다행이다.
잠시 숨을 고른 후 돌계단을 내려서면
약사암.
약사암에 이르러서야 하늘이 맑아지고
길은 쌍계루가 있는 백양사로 내려간다.
겨울 백양사는 요란하지 않다.
화려하던 잎을 떨군 나목들이 쓸쓸하지만
겨울 산사의 고즈넉함은 그득하다
하산길
아름드리 갈참나무들이 잎을 떨군 채 속살을 드러내고
나뭇가지에 얹힌 잔설이 바람에 흩날린다.
바람이 분다.
입춘이 다가왔건만
여전히 사나운 바람이 분다….
여전히 추위가 남았으려나.
쌓인 눈에 밀려든 추위가 덮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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