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문산(1,157m) & 유명산(862m)
한걸음 한걸음.. 아직은 더딘 겨울 걸음.
올겨울은 많이 춥고 가뭄이 심하다.
길었던 가뭄의 끝자락에서 남부지방엔 비가 내리고
중부지방엔 많은 양의 눈이 내렸다.
봄 가뭄을 생각하면 눈은 귀한 손님인데
내나라 땅에서 보는 올 겨울 마지막 심설산행이 되지 않을까..하여
쌓인 눈을 꾹꾹 눌러 밟으며 용문산으로 간다.
2018년 3월 3일 토요일
농다치고개-소구니산-유명산-활공장-대부산-배너머고개-용문산-용문사
17km, 8시간 2분 소요.
백두대간 두로봉(1,422m)에서 가지를 친 한강기맥은
오대산을 넘어
계방산~삼계봉~대학산~금물산~갈기산~비슬고개에 이른다.
비슬고개에서 다시 힘을 낸 한강기맥은
싸리봉에 이르면 남으로 도일봉을 분가시킨다.
이어 싸리봉~790m봉~폭산으로 이어지고
폭산에서는 북으로 봉미산을 분가시킨다.
폭산에서 남서쪽으로 방향을 바꾼 한강기맥이
2.5km 거리에다 들어올린 산이 용문산이다.
용문산 정상에서 계속 1km 이어진 한강기맥은 1,150m봉에서 남쪽으로 백운봉을 분가시키고,
방향을 서쪽으로 잡아 배너머고개~대부산~유명산~소구니산~청계산~두물머리(양수리)에 이르러
여맥들을 북한강과 남한강에 가라앉힌다.
한강기맥을 넘는 고개인 농다치고개(해발 410m)
옛날 토박이 주민들은 일명 ‘농어치고개’라 부르기도 했다고 한다.
옛날 이 고개를 넘어 시집가는 딸에게 주려는 장롱을 지게에 지고 넘다가
고개가 너무 비좁고 험준해서 장롱이 바위벽에 스치면
농에 흠집이 생겼다는 데서
농다치고개라는 이름이 생겼다는 설도 있다.
해발 862m의 유명산은 경기도 가평군과 양평군 사이에 위치해 있으며,
산림청이 지정한 100대 명산 중 하나이다.
유명산은 말이 노니던 마유산이었다고 하는데,
1973년 어느 산악회가 국토 종주 중 이산의 이름이 없는 것으로 알고서
유명산(有明山)이라 부르기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불리고 있다.
동쪽으로 용문산(1157m)과 이웃해 있고
5㎞에 이르는 계곡을 거느리고 있다.
유명산 정상은 사방으로 막힘이 없고
용문산까지는 우측 활공장에서 능선이 이어진다.
유명산을 내려와 용문산으로 간다.
유명산 남쪽은 드넓은 평원 같고
막힘이 없다.
유명산 정상 남쪽 구릉지대 일원은
1970년대 초에 고랭지채소단지를 조성할 때
온 산에 불을 질러 숲을 밭으로 개간했다.
이곳에서는 채소 외에 피마자를 크게 재배하기도 했다고.
고랭지밭은 1986년을 전후로 농사가 중단된 것으로 전해지며
이후 고랭지 채소 재배단지가 초원으로 변하게 되었다.
그때 불길을 면한 나무 몇 그루가 초원지대와 어우러져 특이한 풍광을 보여 주고
1980년대부터 붐을 타기 시작한 패러글라이딩 이륙장으로 이용되기 시작했다.
눈부신 겨울 풍경을 보여준 영화 ‘협녀, 칼의 기억’에필로그에서
월소(전도연)와 홍이(김고은)는 그림 같은 설산 위를
하염없이 걷는 장면을 찍은 대부산 임도길이다.
임도에서 우측 능선
아무도 간 흔적이 없는 길을 러셀해가며 오른다.
용문산가는 도중에 만날 수 있는 대부산이 궁금해서...
대부산(743m)
정상은 잡목에 쌓여 조망이 없다.
임도를 걸어 배너머고개로 간다.
도중 ATV도 만나고 산악자전거도 만난다.
레포츠의 천국이랄까.
배너머고개는 등고선 상으로 약 640m 가량 된다.
그러나 이곳 주민들은 예전부터 670고지로 부른다.
고개 가까이에 668.6m봉이 있기 때문에
아마도 6.25 때 생긴 지명인 듯하다.
배너머고개에서 용문산을 오르는 등산로는 수 년 전부터
한강기맥 종주산행을 즐기는 등산인들이 다니기 시작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용문산 오름길은 역시나 힘들다.
깊이 빠지는 심설덕에 시간은 자꾸만 늘어지고
한굽이 돌때마다 같은 풍경, 같은 모습이 재생된다.
그래도 앞서서 러셀해주는 이의 덕을 보며 감사한 마음을 담아
눈길을 꾹꾹 밟으며 걷는다.
용문산을 올랐으나 정상석은 아직 멀다.
산을 반바퀴 돌아가야 만날 수 있다.
용문산은 사방 100km 거리가 막힘없이 조망되는 천혜의 요새다.
삼국시대는 물론, 고려 때 몽고군 침입 당시 이곳 주민들이 숨어 살았고,
6.25 때에도 피아간에 목숨을 건 격전을 치룬 전략요충지로
6.25 이후 지금까지 정상에는 군부대가 상주하고 있다.
남서릉 푯말에서 왼쪽으로 사면길을 따라 한참을 오르내리면 정상에 이를수 있다.
경기도에서 네 번째로 높은 용문산은 미지산(彌智山)이었다고
그런데 조선을 개국한 이성계가 등극한 이후 용문산으로 부르게 되었다 전해진다.
용문산 남쪽 기슭에 자리한 용문사.
용문산이라는 이름은 이 절 이름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용문사에는 수령 1,100년이 넘고
동양에서 유실수로는 가장 오래된 은행나무가 유명하다.
쌓은 눈 속으로 하염없이 걷다보면 어느 순간 겨울 산은 짐승 같다.
털을 곧추세우고 꿈틀거린다.
숨어있던 무수한 생명들이 산을 밀고 가는지,
살아서 추운 것들끼리 끌어안고 꿈틀대며 차가운 겨울 하늘을 넘어가고 있는지.
그래서 나의 산도 이렇게 꿈틀대며 겨울을 넘어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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