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공룡능선(속초)
공룡이 나르샤
짙은 운무
계곡 가득히... 바람 따라 출렁일때
신 새벽을 밝히며
일주일만에 다시 설악산 깊은 곳으로 들어간다.
2016. 6. 7.
설악동소공원-비선대-마등령-공룡능선-무너미고개-천불동계곡-비선대-설악동소공원
원점회귀산행 19.3km.
버스는 밤새 달려
새벽 4시20분....신흥사 입구 매표소에 멈췄다.
이렇게 이른 시간이지만 렌턴이 필요 없다.
서서히 여명이 밝아오고
통일대불 앞 촛불이 길을 밝힌다
통일대불을 밝히던 촛불이 산길에도 내려와 가는 길 비춰 주면
흐릿한 불빛 부여잡고 공룡릉을 향한 새벽이다.
숲은 고요하고 깊다.
깊은 적막은 오랜 벗처럼 곁에 머물러 살갑고
발자국 소리는
운무에 갇혀 멀리 달아나질 못한다.
비선대를 지나 천불동계곡과 금강굴 갈림길에서 잠시 쉰다.
길 오른쪽에 장군봉이 우뚝하고 왼쪽에 깎아지른 절벽들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비선교를 오른쪽 금강굴쪽으로 오른다. 금강굴과 능선전망대까지는 가파른 오르막이다
이때쯤 동녘엔 해가 뜰테고...습기가 많아 숲은 갑갑하기까지 한다.
버스에 시달리며 잠 못 이룬 밤의 몽롱한 정신에 땀에 흥건히 젖은 배낭이 발걸음을 더디게 한다.
하염없는 돌계단을 올라 능선에 이른다.
운무는 발 아래 깔리고
외설악의 죽순처럼 솟은 바위봉우리와 반대편 달마봉이 운해속 외딴 섬처럼 솟아올라있다.
공룡 만나러 가는 길....세존봉 부근 전망바위에서
배낭을 내려놓고 바위에 몸 기대어 본다.
운무가 점점 옅어지며 바위 봉우리들이 계곡을 뚫고 솟아오른다.
산 중에 바위들로 가득하다.
산은 오르는 것이 아니라 들어가는 것이라 했다.
산이 받아들여 주는 것이라고....
받아들여 주는 것도 내가 산의 곁을 떠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맘 속에 산을 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금강문을 지나고 마등령을 스친다.
백담사 갈림길엔 앵초가 잔뜩 피어 있다.
ㅇㅣ제 공룡이다.
설악에는 공룡이 산다.
백두대간이 풀어놓은,
길이 5㎞에 이르는 거대한 공룡 한 마리,
마등령에서 신선대까지 요동치는 암릉이 마치 공룡의 등뼈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예전엔 그래도 산 좀 탄다 하는 산꾼들의 전유물이었는데 최근에는 길이 대대적으로 정비되어 일반 등산객들도 즐겨 찾는 인기 코스가 되어 있다.
공룡에 오르면
처음 만나는 봉우리는 공룡능선의 3대 꼭지점(나한봉, 1275봉, 신선대) 중에 하나인 나한봉이다.
나한은 불교에서 부처가 되지 못했지만 최고의 깨달음을 얻은 성자를 말한다고....
나한봉에서 두 개의 봉우리를 넘으면 공룡능선의 중간 지점에 해당하는 1275봉 안부다.
1275봉은 공룡능선의 최고봉이다.
높이를 나타내는 숫자가 그대로 봉우리 이름이 되었다.
공룡능선을 밟다가 수시로 고개를 돌리면
오른쪽으로는 내설악, 왼쪽으로는 외설악이 펼쳐진다.
설악의 변화무쌍한 풍경과 웅장한 산세를 즐기며 걷는다.
범봉과 천화대 일대가 눈에 들어온다.
1275봉을 지나면서
하늘이 맑아온다.
오후 한때 비 예보가 있었는데
감사하기 그지 없다.
ㅇㅓ느듯 공룡을 지나온듯하다.
이어 가파른 육산의 오르막을 치고 오르면, 공룡능선의 마지막 꼭짓점인 신선대다.
공룡능선의 전체 풍경이 한눈에 잡히고
능선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한참을 바라보고 앉아있었다.
무너미고개에서 천불동으로 내려선다.
맑았던 하늘이 구름으로 덮혀간다.
무너미재에서 다소 급하게 쏟아지는 내리막길을 내려가면 천불동계곡이고
무명폭포에 닿았다.
이어 천당폭포,음폭포,양폭포,오련폭포 등의 비경들이 물줄기를 따라 화려하게 흘러간다.
사진 찍고 조금씩 지체하였더니 천불동 계곡 중간쯤 내려설때 발바닥에서 열이 난다.
공룡을 넘을때는 좋았는데 공룡보다 더 긴 철불동 계곡을 걸으려니
이 화려하고 판타스틱하기까지한 비경이 슬슬 지겨워진다.
이게 뭔일인지...
확실히 좋은건 단시간에 짧고 굵게 경험해야만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아직도 길은 끝나지 않았다.
귀면암을 거쳐 비선대로....
비선대 매점은 철거되어 현재는 터만 남아있다.
작년까지는 매점이 있었는데,,,,
이젠 자연으로 돌아간듯하다.
그리고 발걸음은 소공원으로....
설악산으로 들어갔다.
이 산에는 치명적인 아름다움이 있다.
다시 찾은 공룡,
내설악과 외설악의 경계를 거니는 맛
지난번과는 반대로 거닌다.
새롭다. 길이,
걸으며 떠오르는 기억들 속으로 햇살이 비추고 바람이 분다.
예전 공룡의 기억이 필름처럼 지나가면
기억들 사이로 오늘의 시간들이 틈을 비집고 들어간다.
다음엔 오늘의 기억들을 더듬으며 거닐게 될테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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