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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야기/경북의산

내연산이 숨겨둔 월사동계곡.

 

 

내연산 향로봉(930m, 포항)

월사동계곡....아무도 모르는 계곡에 빠지다.

 

 

 

  

 

마주 서있는 바위벽이 통로 같다.

이끼로 수놓은 바위벽이 협곡을 이루고,

투명한 물이 골 바닥을 흘러간다.

바위는 하얗게 빛난다.

 

지금 이 협곡은 매혹적이다.

 

 

 

 

2015.  6.  13. 토요일

흐리고 후덥지근한 날씨

월사동-하옥계곡-월성손씨묘-911봉-향로봉-꽃밭등-월사동계곡-하옥계곡-월사동

11km, 6시간소요.

 

 

 

 

  내연산이다.

내연산은 711m의 삼지봉이 정상대접을 받는 산이다.

계곡은 12폭의 보경사 계곡이 유명하다.

 

봉우리는 삼지봉보다 더 높은 930m의 향로봉이 있고,

동쪽으로 흘러가는 보경사 계곡 반대편엔

여러계곡이 흘러 옥계계곡으로 흘러간다.

 

그래서 이번엔 내연산 최고봉인 향로봉과

내연산 북서쪽에 위치, 사람 손을 거의 타지 않은 월사동계곡...그리고 하옥계곡의 상류일부를 걷는다.

원시의 모습이라니 기대도 되고,

가뭄이 워낙 심해서 걱정도 되기도 하고...

 

 

 

 

 

 

 

 

 

 

 

 

극심한 가뭄이다.

 메르스로 인해 국민의 불안감도 이어가는 대한민국이 가뭄으로 목말라하고 있다.

강원도 지역은 마실물도 부족해 졌다는 뉴스가 흘러나온다.

 

산을 오르고 숲길을 걷다보면 물이 그리울테고

물길을 걸어야할텐데,

월사동에서 만난 하옥계곡은 물길이 말라 있다.

(나중에 알고보니 월사동에 야영장 비슷한 걸 만드는지 공사로 인해 물길이 막힌것이다.) 

 

 

 

월사동으로 내려서면 금방 하옥계곡에 닿는다.

하옥계곡과 만나면 물이 흘러가는 왼쪽으로 50m쯤 계곡따라가면 계곡 건너에 산길이 희미하게 열려있다.

산길은 가파르고 희미하게 시작된다.

 

 

 

 

 

 

 

 

 

 

 

 

 

한참을 올라가면 노송과 바위구간이 이어지고 길은 뚜렷해진다.

 

 

 

 

 

 

 

 

 

 

 

 

 

 

 

중봉을 우회하여 곧장 향로봉으로 올랐다.

날씨가 흐린지...

동해쪽 조망이 뚜렷하진 않다.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매봉방향으로 꽃밭등을 향해 능선길로 이동한다.

 

 

 

 

 

 

 

 

 

 

 

 

 

 

 

꽃밭등에서 이정표 없는 내리막길(우측)로 내려 않는다.

희미하다가 어느 순간 끊어져 버리는 발길따라, 

계곡이 시작되는 지점으로.

 

등산로나 이정표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계곡으로 내려간다.

 

 

가는 길은 없다.

간간이 표지기가 눈에 띄지만 이마저도 어느순간 사라져버린다.

 

바위와 쓰러진 나무가 계곡을 메우고,

고요함이 일품인

그냥 ‘원시계곡’이다.

 

 

 

 

 

 

 

 

물 웅덩이 띄엄띄엄 놓인 계곡을 찾아....

다듬어지지 않은 길을 한참을 내려와

쌍폭에 닿았다.

쌍폭에도 물이 부족하다.

 

 

 

 

 

 

쌍폭을 지나면서 바위가 일정한 흐름으로 벽을 이루었고,

이끼와 나무가 벽의 삭막함을 메워나가는 협곡을 만들었다.

 

 홀린 듯 따라간 협곡의 끝은 막다른 벽이고,

막다른 벽 아래엔 푸른 소가 있고

그 안에 아름다움에 묶인 행복이 있다.

 

폭포에서 시원한 바람이 흘러나오고,

세상은 가물었지만 짙푸른 물속으로 들어가면 딴 세상이 나올 것만 같다.

막힌 협곡은 또다른 통로인것 같다.

 

 

 

 

 

 

 

 

 

 

 

통로를 따라 내려서면 열린 계곡이 나타난다.

월사동계곡이 하옥계곡과 만나는 합수점이다.

 

 

 

 

 

 

 

 

 

 

 

 

 

 

 

 

 

 

 

 

너른 계곡에 배낭을 메고, 옷 입은 채 물에 뛰어든다.

시원하다.

피로가 사라지고,

고단한 여정이 어느새 피서지의 느낌도 든다.

 

뜨거웠던 근육과 크게 박동 치던 심장이 진정되며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렇게 좋은 여름 산이 또 있을까 싶다.

 

물을 걷는다.

마른 바위를 넘는다.

넘다보면 제멋대로 자라난 갈대와 

개망초꽃이 가득하다.

흰 꽃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이 이쁠것만 같다.

 

 

 

 

 

 

 

 

 

순수 자연미를 얼마나 간직하고 있는

산의 내밀한 속살을 더듬으며 물길을 따라 걷는다.

보잘 것 없는 나무 한그루,

발에 차이는 돌부리 하나까지도 이쁘기만 하다. 

 

 

 

 

 

 

 

 

 

 

 

 

 

 

 

 

 

 

세월이 지나도 여름이 되면 이 계곡이 생각날 것 같다.  

 

 

 

 

 

 

 

 

 

 

 

 

 

 

 

 

하옥계곡으로 굽이쳐 돌아나와 월사동에 닿는다.

하지만 월사동은 물이 흐리고 탁하다.

물길을 막고 공사가 진행중으로.

월사동부근엔 물길이 말라 있다.

 

 

그래도  

월사동계곡 그곳엔...

 

 

 

 

멋들어진 바위 벽과

편안히 쉬고 싶은 맑은물이 있는 곳이다.

 

가뭄이 심하다지만 그래도 허벅지까지 차오르는 물길이다.

숲길을 걷고, 바위를 넘고, 물을 건넌다.
계곡물을 끼고 걷다가 길이 막히면 반대편으로 건너가면 길은 이어진다.
새소리, 물소리, 바람에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

이것이 전부다.

고요와 적막의 신세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