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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야기/대구의산

비슬산...분홍비 내린 자리.

 

 

비슬산(1,084m 대구)

 분홍빛 수채화 바람이 불어....길을 나선다.

 

 

 

 

 

어릴적 교과서에서 배운 영변의 약산 진달래꽃은 보질 못했지만,

1084m의 정상부근 30만평의 평원에 빽빽이 군락을 이뤄 피는 진달래꽃이 산꽃 중에는 가장 이쁘다고 생각하며 어린시절을 보냈다.

비슬산은 온통 붉은 물감을 엎질러 놓은 것 같은

고즈넉한 암자에 이르면 천년의 향기가 맴돌고,

정상에 서면 발치 아래로 낙동강이 감돌아 흐르는 풍광.

대구를 둘러싼 산들이 한눈에 펼쳐지는 곳.

참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날때 쯤 속절없이 그리워지는 유년시절의 산이다.   

 

 

 

 

 

 

 

비슬산은 수시로 들르게 되는 산이다.

일단 가깝기도 하고,

별 부담이 없는 산이니

작년엔 비슬산-앞산 종주한다고 들르기도 했거니

그래도 참꽃 구경은 2년만인가보다.

 

2013년도 4월 28일 참꽃세상 http://blog.daum.net/bong-eun/222

 

 

 

최근엔 현풍에 위치한 유가사 방향의 등로만 이용한듯하다.

우선 도로가 잘 나있어 그렇기도 하겠지만....

그래서 이번엔 대구와 청도의 경계가 되는 헐티재를 이용해보기로....

 

2015.  5.   1. 

헐티재-용천봉(778m봉)-비슬산천왕봉-마령재-참꽃군락지-비슬산-용천봉-헐티재

(원점회귀 약 13km 5시간35분 소요)

 

 

 

이른 새벽 차를 몰고 비슬산으로 간다.

어느방향으로 오를까 고민하다

마침 라디오에서 황인동 시인의 "밤, 헐티재"라는 시가 나오길래,

헐티재로 간다.

 

<밤, 헐티재>

 

어둠을 데리고 청도가는길

헐티재가 나를 붙잡고 별보고 가라면서

한사코 밤하늘로 나를 밀어 넣는다.

거기, 별이 소복하다

하필이면 내 머리위에 소복히 앉아있다.

 

그러니까 별들도

지가, 있고싶은 자리에만 머물러 있나보다

함께 있고 싶은 사람,

그 사람 곁에서만 오래 머물고 싶은 내 마음처럼

그런가보다

......

 

 

 

진달래는 시기를 잘 맞추어야 한다.

봄날은 짧으니...

그래도 참꽃 축제시기는 늘 피한다.

하루 평균 10만여 명이 찾으니 이때는 ' 뒤통수 감상'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비슬산(琵瑟山·대구시 달성군 유가면)은 신라시대 두 스님의 우정에 얽힌 이야기를 품고 있다.

일연의 <삼국유사>에 나오는 이야기로,

‘하늘의 기미를 관찰하는’이라는 뜻을 가진 ‘관기(觀機)’와 ‘도를 이루었다’는 뜻의 ‘도성(道成)’은 친구였는데,

이 둘은 삼라만상과 더불어 비슬산에서 은자(隱者)의 삶을 살았다.

‘대견봉 정상 남쪽 암자에 관기(觀機), 10리쯤 떨어진 북쪽 바위굴엔 도성(道成) 성사(聖師)가 각각 기거하며

둘은 구름을 헤치고 달을 노래하며 10리 거리의 거처를 늘 서로 왕래하였는데,

서로의 소식이 궁금하면 이들은 바람을 통신수단 삼아 소통했다한다. 

도성이 관기를 부르고자 하면 바람이 관기가 있는 남쪽으로 불어 나무들이 관기가 있는 곳을 향해 굽었다.

친구가 보내온 바람의 소식을 듣고 관기는 길을 나섰다.

마령재를 지나 바위로 된 비슬산 정상을 지나 거대한 바위들이 벼랑을 이룬 구불구불한 길을 한참 내려가야 도성이 사는 큰 바위가 나타났다. 

 

관기도 도성이 보고 싶으면 바람을 통해 마음을 전했다.

바람이 북쪽으로 불어 나무들이 도성이 있는 곳을 향해 굽어지면 도성도 관기를 보러 길을 나섰다. 

그렇게 만난 둘은 마주 앉아 그동안 공부한 것을 나누고 서로를 격려하며 왕래했다.

이렇게 왕래하며 삼라만상과 더불어 소통하던 도성은 비로소 모든 것을 다 깨닫고 그가 거처했던 바위 사이로 솟구쳐 하늘로 떠올랐다.

그리고는 어디로 갔는지 도성은 사라졌다.

그 소식을 들은 관기는 도성이 살던 바위굴을 찾았지만 이미 도성이 떠난 뒤였다.

이후 관기 역시 깨달음의 소식을 접하고 친구를 따라 세상을 떠났다고한다.

(삼국유사 포산이성 조)

 

 

 

 

 

 

 

 

 

 

 

 

 

 

 

 

 

 

 

바람결에 나뭇가지가 휘는 걸 보고 멀리서 친구가 찾아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니

지나가는 봄 바람따라 길을 나서볼까나

그럼....

그 누가 마중 나와 주려나

 

 

 

 

 

 

 

 

 

 

 

 

 

 

 

 

 

 

 

 

 

 

 

 

 

 

 

 

 

 

 

 

 

 

 

 

 

 

 

 

 

 

비슬산 정상에서 마령재를 거쳐 참꽃 군락지로 향한다.

지난밤 거센 비바람에 어느덧 다 떨어져 버리고

산기슭엔 옅은 분홍빛만이 조금 남아있다.

 

그래도 산 능선을 따라 남아있는 참꽃을 즐기며 걷다 보니 벌써 군락지다. 

 

 

 

 

 

 

 

 

 

 

 

 

 

 

 

 

 

 

 

 

 

 

 

 

 

 

 

 

진달래는 첫사랑이라고 누가 그러던데,

수줍게 다가와서는 설렘만 남기고 금세 떠나간다고....

추억으로만 남는 첫사랑과 달리 이맘때면 어김없이 늘 찾아오지만

 

그렇다.

봄은 다시금 설렘이다.

 

 

 

 

 

 

 

 


 

 

 

 

 

 

 

 

 

 

 

 

 

 

 

참꽃 진 자리 산중턱까지는 벌써 철쭉이 피어난다.

 

 

 

 

 

 

 

 

짙은 분홍 꽃잎 떨어졌다.

그 붉은 흔적 아래로 연록의 새잎이 돋았다.

세상은 잠시, 아주 잠시 붉게 물들었었다고 기억되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