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산(923m, 철원)
은빛 해일 가르며 바람타고 떠다닌다
억새는 단풍보다 더 일찍 피어나 여름의 작별과 가을의 시작을 알린다.
온통 은빛으로 물들이며 감성의 계절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명성산, 억새밭이다.
은빛 바다가 해일처럼 밀려와 눈앞에서 물결친다.
새 깃털처럼 부드럽고, 여인의 손길처럼 섬세하다.
2014. 10. 5.
산정호수-비선폭포-책바위-팔각정-구삼각봉-삼각봉-명성산-궁예봉안부-숨은폭포-산안고개-산정호수
(9.5km 5시간 50분 소요)
100대명산 83번째
등룡폭포로 해서 억새밭으로 가지 않고 책바위로 올라 암릉과 조망있는 산길을 선택했다.
암릉길 지나 팔각정에 이를때쯤.....
숲그늘 사라지고 억새가 하늘거린다.
이제 막 피어난 억새는 파란하늘 아래서 하늘하늘하다.
억새에게 필요한건 햇살과 바람이다.
은빛으로 반짝이게 하기도 하고,
아스라이 기분좋은 살랑거림으로 셀렘을 남기기도 한다.
억새밭 정상엔 팔각정이 있다.
그옆엔 1년후에나 받을수 있다는 빨간 우체통과 함께...,
억새꽃 다발은
사랑하는 이에게는
보내지 마셔요
다만 그대를
가을들녘에 두고 떠난 이의
뒷모습에 보내셔요
마디마디 피가 맺힌
하얀 억새꽃
불같은 미움도 삭혔습니다
잠 못 드는 그리움도 삭혔습니다
솟구치는 눈물도 삭혔습니다
삭히고 삭혀서
하얗게 바래어 피었습니다
떠난 이의 그 호젓한 뒷모습에
아직도 가을이 남아 있거든
억새꽃 다발을 보내셔요
한 아름 가득 보내셔요
- 김순이 ‘억새의 노래’ 전문
경기 포천 울음산(명성산)에 하얀 억새꽃이 피어났다.
풋풋한 은빛 꽃들이 돋아나고 있다.
산잔등 억새밭은 별 부스러기를 뿌려놓은 듯 눈부시다. 그 너머 푸른 하늘이 유리창처럼 투명하다.
오를수록 하늘이 점점 커진다.
억새 군락지를 지나 능선에 올라서면 명성산과 궁예봉이 눈에 들어온다.
명성산(923m)
17년을 사이에 두고 태봉국과 신라는 고려 왕건에게 차례로 나라를 잃었다.
비운의 두 사람인 태봉 국왕 궁예와 신라의 마지막 태자 김일(마의태자)의 구슬픈 울음소리에 산봉우리도 같이 따라 울었다는 명성산(923m).
명성산 이름유래와 관련된 궁예왕과 마의태자에 얽힌 여러 이야기가 떠돈다.
왕건의 쿠데타로 궁예는 한밤중에 동주(현 철원) 풍천원 도성을 빠져 나와 명성산에 은거해 재기의 기회를 노리며 궁예산성을 쌓는다.
왕건의 군대가 명성산을 포위해 급습하자 궁예의 군사들은 뒷걸음을 치다가 절벽으로 추락해 죽음을 맞거나 처참하게 살육을 당했다.
피난길을 따라 나섰던 궁예 군사의 가족들은 이 장면을 보곤 온 산이 떠나가도록 통곡을 한다.
간신히 목숨을 부지해 북쪽으로 패주하던 궁예는 어느 산기슭에 앉아 한숨을 돌리다가 서러움에 옷깃을 풀어헤치고 대성통곡을 한다.
그 울음소리에 맞춰 산도 울고, 산짐승과 날짐승도 함께 따라 울었다고 하여 ‘울음산’ 즉 ‘명성산(鳴聲山)’이란 이름이 붙었다.
명성산은 산자락의 산정호수와 어우러진 운치가 뛰어나고 국민관광지로 이름 난 곳이다.
산 전체가 암릉과 암벽으로 이루어져 산세가 당당하고 남으로는 가파르나 동으로는 경사가 완만하다.
남쪽의 삼각봉은 칼날같은 암봉과 안덕재에서 내려오는 분지엔 억새가 멋진곳이다.
남북으로 이어지는 능선에는 암봉과 절벽, 초원 등이 다양하게 전개되며 좌우 시야가 탁 트인 조망이 장쾌하다.
삼각봉 동쪽 분지의 화전민터 일대는 억새풀이 가득한 초원 지대이다.
능선에서 우거진 억새풀밭을 오르락내리락 하는 사이에 지루한 줄 모르고 걷게 된다.
삼각봉에 이르면 초원같던 능선은 다시 암릉지대의 모습으로 변한다.
단풍은 이제 시작이다.
억새밭 지나 하얀 암릉길 위에 붉은 잎사귀 반짝인다.
억새밭이 울먹일때면, 명성산정엔 노을같은 가을의 색들로 가득하다.
계곡은 메말라 있어 바위만 뒹구는 모습이 깡마른 난민처럼 안쓰럽더니,
그나마 숨은폭포엔 맑은 물 조금씩 흐른다.
억새밭에 올랐다.
명성산 휘어져 오르는 길은 앞서가던 사람을 은빛으로 사라지게 만든다.
곱게 사람을 떠나보내는 억새만의 감미로운 이별 방식처럼..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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