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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야기/전북의산

천등산....산에 불밝혀 하늘까지 오를까,

 

천등산(706m, 완주)

하늘이 불 밝혀주는 바위산… 암벽 너머 대둔산 남릉 아득한곳

 

   

 

 

'하늘로 오르는 산'인가,  '하늘이 불밝혀준 산'인가 완주의 숨겨진 산 천등산을 딛고 하늘에 오른다....

 완주 천등산(天燈山·706.9m)은 이름 그대로 하늘이 불을 밝혀주는 산이었다.

산 위에 올라서 주위를 둘러보면 온천지가 푸르게 빛났다.

연둣빛 산봉과 산릉을 끼고 흘러내리는 물줄기는 하얗게 반짝였고,

산봉과 산릉에 막힌 산중 호수는 짙푸른 빛깔로 삼라만상을 빨아들이는 듯했다.

천등산의 이름은 옛날 시골집에서 쓰던 호롱같이 보인다고 해서 지어졌다는 얘기와 함께 견훤에 얽힌 이야기도 전해진다.

천등산에 산성을 쌓고 있던 견훤이 한밤중 적의 습격을 받게 되자 바위굴 안에 있던 용이 닭 울음소리를 내어 견훤과 군사들을 깨우고,

천등산 산신이 밝은 빛을 비춰 적을 물리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그래서 '하늘(天)이 불을 밝혀(燈) 준 산'이란 이름을 갖게 되었고,

천등산 남쪽 끝자락에 위치한 산성 이름이 용계성(龍鷄城)으로 불리게 되었다 한다.

 

 

 

2014.  6.  1.  덥고 습기 많은날

5월 31일 대구의 수은주가 37.4도까지 치솟아 1907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후 5월 기온으로는 가장 높았던 날이었고,

그 여파가 6월 1일까지 이어진듯했다.

완주 원장선마을-감투봉-천등산-고산촌 (약 6km, 4시간30분소요)

 


천등산 찾아가는 길목에는 물리치기 어려운 유혹이 버티고 있다.

'호남의 금강'이라는 대둔산(大芚山·878m)이었다.

괴목동천을 사이에 두고 솟구친 대둔산은 능선과 골짜기 곳곳에 기암을 세워놓고 바위절벽을 늘어뜨린 채 화려함을 뽐내고 있다.

이런 세련된 산세 덕분에 '완주의 산' 하면 대둔산이 으뜸으로 꼽힐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해 주변 산은 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가 싶었다.

 

시원스럽게 불어대는 골바람을 등지고 된비알(몹시 험한 비탈)을 올려치자 거대한 벼랑 아래 움푹 파인 석굴이 모습을 드러낸다. 석굴 기도터는 홍매화와 백매화가 화사하게 조화를 이루고, 민들레도 "나도 꽃"이라며 노란 꽃 예쁘게 피운 앞마당과 어우러져 말 그대로 선경이요, 골 건너편 능선의 감투봉은 털갈이를 막 끝낸 산새의 등을 보는 듯 부드럽기 그지없다. 이런 풍광과 하늘의 빛이 한데 모여 있기에 석굴계곡이 영험한 곳일지도 모른다.

 

 

 

산행은 운주면에서 약 3㎞ 떨어진 장선리 원장선 마을에서 출발해 감투봉과 정상을 거쳐 고산촌으로 하산하는 코스를 따라 진행.

 

 

 

 

 

 

 

 

 

 

 

 

 

 

 

 

 

 

 

 

 

 

우회로는 있지만 미끄럽지 않는 슬랩을 딛고 오른다. 

 

 

 

 

 

 

 

 

바위 구간이 여러 차례 나오지만 우회로가 나 있거나 안전로프가 걸려 있다.

 

 

 

 

 

 

 

 

 

 

 

 

 

 

 

 

 

 

 

 

 

 

 

 

 

 

 

 

 

 

 

 

 

 

 

 

 

521봉을 지나 감투봉으로 진행하면 저 아래 후미진 계곡 위쪽 천등산의 기도터인 석굴이 보인다.

 

 

 

 

 

 

 

 

 

 

 

 

 

 

 

 

지나온 감투봉...

감투봉 정상에는 별다른 이정표나 정상석은 없다.

 

 

 

천등산 정상

 

 

 

 

 

 

 

 

 

 

 

 

 

 

정상에서 고산촌 방향으로 능선을 따라가면 약 30m 높이의 벼랑길에 이어 너덜(돌이 많이 흩어져 있는 비탈) 구간이 나오고

산길은 많은 이들이 다니진 않는지 낙엽이 많이 쌓여 길이 미끄럽다.

 

 

 

 

 

 

 

천등산 정상에서 고산촌 마을로 이어지는 능선에 있는 벼랑길. 안전로프가 매달려 있으나 발을 조심해 디뎌야 한다

 

 

 

 

 

 

 

 

 

 

 

 

 

 

 

 

 

 

 

 

 

 

 

 

 

 

 

너덜지대를 지나 산죽 구간을 통과하면서 갈림목이 나타난다.

나뭇가지로 길목을 막아놓은 지점에서 곧장 가면 고산촌, 왼쪽 능선을 따르면 괴목동천 변의 유원지로 내려서게 된다

 

 

 

 

 

 

고산촌으로 하산하면 왼쪽으로 대둔산 남릉이 기암절벽과 암봉을 일으켜 세운 채 웅장하고 화려한 풍광으로 솟아 있다.

 

 

 

 

 

 

 

 

 

 

 

 

 

 

 

 

 

 

 

 

 

 

 

 

 

 

 

 

 

 

천등산의 초여름은 길가에 피어난 꽃 예쁘고 골짜기로 이어진 암릉 능선과 어우러져 말 그대로 선경이다.

 

하지만 산행내내 건너편 대둔산에 눈길을 빼앗기는 건...., 어쩔수 없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