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탄고도(運炭高道)와 하늘길걷기
백운산마천봉
하얀 바람따라 대간의 산허리를 걷다....
정선에 운탄(運炭)길이 있다. 과거 석탄을 운반했던 길이다.
해발 1200m를 넘나들면서 25㎞가 넘게 이어지는 운탄고도다.
하이원CC출발-운탄고도-하늘길-백운산 마천봉-마운틴탑-화절령삼거리-폭포주차장
운탄고도는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교역로인 차마고도(茶馬古道)에서 본뜬 이름이다.
중국 서남부의 고산지대에서 차와 말을 거래하기 위해 낸 길처럼 석탄을 운반하기 위해 닦았기 때문이다.
운탄고도는 채탄이 활발하던 1960년대부터 강원도 정선과 태백, 영월 등지에 만들어졌다.
그런데 1989년 채산성이 떨어지는 탄광을 정리하는 석탄산업합리화 정책이 시행되면서 쓸모없는 길로 전락했다.
1990년대 후반에는 폐광으로 인해 방치된 도로에 옹벽을 설치하고, 노면을 정비하는 공사가 진행됐다.
잊혔던 운탄고도는 레저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서서히 관심을 끌고 있다.
1천m를 넘나드는 고개와 굽이치는 능선을 따라 뻗은 길을 무리하지 않고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태백산맥의 절경이 끝없이 펼쳐지고, 인파로 붐비지 않아 고요하고 평화롭다.
사실 운탄고도는 딱히 정해진 경로가 없다.
일반적으로는 야생화가 많이 피어 '천상의 화원'으로 불리는 만항재에서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 등장했던 소나무가 있는 새비재까지를 일컫는다.
표고는 만항재가 1천330m, 새비재가 850m로 만항재에서 산행을 시작하면 오르막보다는 내리막이 많다.
문제는 길이다. 두 지점만을 걷는다 해도 약 32㎞이다.
한 시간에 3~4㎞를 나아간다면 8~10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길이 익숙하지 않고, 평탄하지 않는 곳도 있어서 시간을 넉넉하게 잡는 편이 낫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중간에 위치한 화절령을 활용한다.
만항재에서 화절령까지 걷거나, 화절령에서 새비재까지 이동하는 식이다.
만항재와 화절령이 출발점으로 적당한 이유는 교통이다.
만항재는 영동선이 다니는 고한역과 비교적 가깝고, 화절령은 하이원리조트에서 곤돌라를 타면 쉽게 닿을 수 있다.
표지판과 지도가 거의 없다.
운탄고도는 건강한 금강송과 하늘을 찌를 듯 서있는 낙엽송, 새로 심어 자라는 자작나무,
우람한 둥치를 뽐내는 떡갈나무와 층층나무들이 원시림의 숲을 이루고 있다.
오른쪽으로 백운산과 두위봉 산자락의 어깨쯤에 기대서 길을 끼고 가니 당연히 왼쪽은 깎아지른 벼랑이다.
그러니 길을 걷는 내내 탁월한 조망이 따라온다.
산정에서나 맛볼 수 있는 백두대간 산들의 물결치는 경관을 걷는 내내 왼쪽 옆구리에 두고 가는 길이다.
산정을 적시며 내려온 운무가 삽시간에 산허리를 감싸기도 한다.
모든길은 선(線)이다.
한 지점과 다른 지점을 잇는 선에는 방향성이 없다.
어느 한쪽이던 출발지점이나 도착지점이라 어디여도 상관 없다는 것이다.
운탄고도는 임도다..... 제법 넓고 노면도 순하기 그지없다.
조림을 하거나 간벌한 나무를 싣고 차가 드나드는 길이니 산길로 치면 대로나 다름없다.
돌뿌리 하나 없는 푹신한 흙길이다. 걷는 게 평안해........
.........너무도 평안해서.....
비탈길을 급히 치고 올라서버린다
올라서 길없는 산길을 헤치면 잠시뒤 하늘길이 열려있다....
백운산 마천봉으로 난 길이고 하이원리조트 마운틴탑으로 이어진 길이다.
이곳에선 '걷는 순간' 자체를 즐길수 있다.
길은 멀지만 빨리 걷고자 하는 조바심보다는 '그 길이 아직 많이 남았음'에 안도하게 된다.
도롱이 연못이다. 직경 100m에 달하는 이 웅덩이는 지하탄광이 무너지며 땅이 꺼지고 지하수가 솟아올라 생겨났다고 한다. 눈 덮힌 이겨울엔....그냥 눈덮힌 산의 일부일뿐이지만....
산길을 걷는다.... 눈덮힌 산길.....고요의 적설속으로 푸른 하늘과 눈 높이 맞추며 그렇게 하늘길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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