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양산, 999m
문경의 산이 구름처럼 떠다닌다.
산속 공기가 후텁지근해도 나무 위로 햇빛이 비치고 볕이 드니 좋다.
하얀 암봉이 밝은 빛에 도드라지면
산길이 날선채 고개를 쳐들지만, 마음만 앞서 자꾸 산마루를 더듬는다.
마주침이 주는 기쁨에 빠진다.
2019. 9. 29. 일요일
은티마을-지름티재-구왕봉-희양산-희양폭포-은티마을
11km, 6시간 37분
희양산은 문경시 가은읍과 충북 괴산군 연풍면의 경계를 이루며
문경새재에서 속리산 쪽으로 뻣은 백두대간의 줄기에 솟은 해발 999m의 신령스러운 산으로
정상부분이 암봉으로
산이 하늘로 치솟은 바위처럼 생겨서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보는 독특한 산이다.
희양산은 산세가 험해 한말에는 의병의 본거지이도 했다한다.
옛 성인들은 희양산을 보고 갑옷을 입은 무사가 말을 타는 형상이라고 했으며,
우리나라 산 등줄기 중 태백산에서 일으켰던 백두대간 줄기가
희양산에서 다시 서쪽으로 휘어지면서 희양산구간에서 가장 험준한 산세를 이루는 중에
가장 빼어난 산이 희양산이나
희양산 남쪽 문경쪽으로는 조계종 수도도량인 봉암사가 있어 출입을 금하고 있다.
마을초입 은티주막 앞에 남근석이 있다.
다산과 풍요, 풍농을 기원하는 동고제를 정월보름에 올리는 곳이다.
은티마을은 여자의 음부형태처럼 생긴 산이 마을을 감싸고 있는데,
이를 여근곡 또는 여궁혈(女宮穴)이라 부르는데
이 여궁혈 끝자락에는 마을 남정네들이 혹시 모를 부녀자들의 바람기를 꺾기위해
옛 부터 남근석을 세워놓았다고...
산길로 들어서면 갈림길 앞에 섰다.
우측은 호리골재를 지나 구왕봉 오르는 길이고,
좌측은 지름티재를 지나 희양산 오르는 길로
구왕봉은 어차피 올라야 하지만,
지난번에 왔을때 호리골재로 올라봤으니
이번엔 지름티재로 오르는 길이 궁금해졌다.
볕이 잘 들고 바람소리조차 시원한 지름티재에 오르면
남쪽 자락에 한국 현대불교의 ‘탯자리’로 불리는 봉암사가 자리잡고
1982년부터 수행에만 정진할 수 있도록 봉암사는 물론 일대 사찰림의 일반인 출입을 금하고
일년에 딱 한 번 부처님 오신 날만 산문을 여는 ‘비밀의 수도원’이 되었다.
우선 우측의 구왕봉을 먼저 오르면
거칠게 솟은 바위를 휘몰아
닳고 닳은 산길은 로프에 의존하여 오르내린다.
바위가 포개져 있고, 그 틈에 소나무가 뱀처럼 뿌리를 내렸다.
지름티재에서 구왕봉까지 왕복 1km의 거리인데,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그 대신 구왕봉 오름길에 땀을 닦으며 돌아보면 희양산은 울퉁불퉁 버티고 있다.
해발 879m 구왕봉 정상석 한번 둘러보고
방금 올라왔던 지름티재를 향해 쏟아져 내려간다.
지름티재에서 희양산 정상까지는 1.5km
높이에 비해서 거리는 늘어졌고
시작은 바위길 아니고 흙길이 놓였다.
된비알의 흙길을 오르다보면 정상부 암봉은 우회하는지 좌측으로 비탈을 돌고 있더니
어느 순간 너덜지대를 만나 비탈이 가팔라지고
물기 묻은 바윗길에 로프가 설치되어 있다.
느려진 걸음 쉬며 오르다보면 암반으로 된 정상부에 닿는다.
정상에 서노라면 봉암사가 있는 봉암용곡 건너로 대야산이 조망되고
서로는 백두대간줄기 장성봉과 악휘봉, 민주지산이 확트인 시야로 조망되고
북쪽으로는 시루봉이 보인다.
희양산은 신라말기와 고려 초기에 성립된 선종 구산의 하나인
희양산문 또는 희양산파에서 유래한 것으로
그 희양산파의 본산이 희양산 남쪽 너른 터에 자리잡고 선풍을 크게 떨친 봉암사라고...
문경새재에서 속리산쪽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줄기에 우뚝 솟아
경북 문경시 가은읍과 충북 괴산군 연풍면의 경계를 이루고 있다.
산중턱에서 정상쪽으로 암벽을 두르고 솟아 있어 마치 산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바위처럼 보이는
희양산은 백두대간의 ‘단전’ 부분에 위치해 있다.
이 때문인지 화강암 바위들로 이뤄진 해발 999m의 암봉은 멀리서 봐도 단단한 기운이 느껴지고
하늘을 떠받친 듯한 기세라 할 수 있다.
정상에서 시루봉 방향으로 진행하면 해발 928m 지점에
신라와 후백제가 국경을 다투던 접전지로 치열했던 역사가 배어있는
희양산성이 있다.
희양산성에서 희양폭포방향으로 내려간다.
물줄기가 약해져 폭포인지는 한참을 생각해야 알 수 있는 희양폭포를 거쳐
은티마을로 돌아 올 수 있다.
하산길
가을은 빛으로 깊어지고, 산길은 느림으로 변했다.
느림으로 산에 들어, 느리게 그 길을 걷다가
다시 볕이 그리워 고개를 세워 산길 한번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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