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무릇
2019. 9. 24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서
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 ...박준
철봉에 오래 매달리는 일은
이제 자랑이 되지 않는다
폐가 아픈 일도
이제 자랑이 되지 않는다
눈이 작은 일도
눈물이 많은 일도
자랑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작은 눈에서
그 많은 눈물을 흘렸던
당신의 슬픔은 아직 자랑이 될 수 있다
나는 좋지 않은 세상에서
당신의 슬픔을 생각한다
땅이 집을 잃어가고
집이 사람을 잃어가는 일처럼
아득하다
나는 이제
철봉에 매달리지 않아도
이를 악물어야 한다
이를 악물고
당신을 오래 생각하면
비 마중 나오듯
서리서리 모여드는
당신 눈동자의 맺음새가
좋기도 하였다
......
볕 좋고 나른한 가을 오후
점심 일찍 먹고 중앙도서관으로 시집 한권 대출하러 가는 길에
꽃무릇이 지고 있다.
여직 계획도 못 잡고 있었는데...
꽃무릇의 시간은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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