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악산
1097m, 제천
신이 사는 듯,
명산의 깎아지름을 천천히 조망하면 영봉 아래로 중봉과 하봉이 도열한다.
한곁에는 만수능선이 굽이쳐 흐르며 날선 암릉이 검으로 베어낸 듯 반듯하여
날카로운 단애에 감탄이 절로 나오고
시야는 찬란하다.
2018. 9. 8. 토요일
신륵사-영봉-마애봉-마애불-덕주사-덕주골
8.7km
너붓한 숲길을 따라 시작된 산행.
한껏 기대를 머금는다.
저 위쪽 어딘가에 이르면 암릉에 자라난 소나무가 멋스러운 자태를 더하고
충주호의 물길이 아득하게 펼쳐질테니
산길로 들어선다.
청량한 계곡의 물소리나 오붓한 오솔길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이따금씩 땀을 식혀줄 바람 소리만 함께 한다.
말을 잊었다.
숨소리가 거칠어 진다.
“......”
그러다 자꾸만 뒷쳐진다.
컨디션이 엉망이다.
주중에 신경 쓸일이 많아 소화불량인가 싶더니
아침 버스속에서 나눠준 떡이 말썽을 일으켰다.
제대로 체한것 같다.
호흡은 가빠지고, 가슴은 답답하며
연신 흐르는 땀으로 푹 젖었다.
마침 수지침 갖고 다니는 분한테 얻은 침으로 손가락 푹 꽂고
소화제 몇알 먹었지만 해소가 되지 않는다.
계단은 가파르지만
그래도 신륵사에서 오르는 길이 그래도 그 중 가장 편하다 할수 있으니
참고 한발씩 느리게 올라간다.
정상 직전까지는 숲에 가려 줄곧 이어지는 바위계단을 올라야 한다.
여름이 다 지나간 줄 알았더니
아직은 그대로 머물러 있다.
몸이 한창 물 먹은 솜처럼 가라앉을때 쯤
능선에 이르고 푸른 하늘 아래 영봉의 암릉이 놓였다.
이왕 힘들었던 걸음, 걸음 멈추는 곳마다 훌륭한 전망대가 되니
그 탓에 좀 더 쉬며 간다.
영봉을 오르는 길은 90도로 치솟은 암벽을 돌아서 오르는
급경사 계단의 연속이다.
영봉 일대의 암벽은 낙석이 잦은 편으로 주의가 매우 필요한 곳이다.
안전을 위해 철망을 튼튼하게 쳐놓았다.
철계단을 오르면 오를 수록 빼어난 조망을 보여준다.
장대한 산줄기와 호수가 그려내는 그 풍경과
굽이치는 산길을 눈길로 찬찬히 밟아가면
영봉이다.
월악은 최고봉을 영봉(靈峰)이란 칭한 산이다.
웅혼함과 장대함을 간직하고 있어 신령스런 봉우리라는,
주봉인 영봉에 달이 뜨면 걸린다 하여 월악이라 불린다.
월악산국립공원의 가장 남쪽에 있는 포암산(962m) 부근에서
북쪽으로 갈라져 나온 지맥의 끝부분에 솟아 있다.
만수봉(983m)을 비롯해 많은 고봉들이 있다.
정상의 영봉은 암벽 높이만도 150m나 된다.
정상 맞은편 보덕암에서 출발해 하봉, 중봉을 거쳐 월악산 주봉인 영봉에 오르는 계단이 있다.
영봉을 오르는 다양한 등산로 중 가장 조망이 뛰어나고,
난도 높기로 손꼽히는 이 코스는
대부분 험한 바윗길과 가파른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전히 영봉 정상석 주변은 난장이다.
이 산이 월악으로 불린 건 고려 때고
신라시대까지만 해도 월형산(月兄山)으로 불렸다고 한다.
신라시대에는 산을 ‘달(達)’이라 하기도 했는데
그 ‘달’을 한자 ‘월(月)’로도 표기했다고 한다.
그러면 월(月)도 산이고 악(岳)도 산이니
월악산은 산산산 일수도 있다.
헬기장을 지날 때쯤 돌아보면 영봉은 단번에 압도하는 힘을 뿜어낸다.
하늘을 향해 끝없이 수직으로 솟은 봉우리,
위협적인 봉우리다.
영봉은 둥글둥글한 수십 개의 능선을 거느리고
마치 하늘을 향해 마련된 신성한 제단처럼 솟아 있다.
“출입금지”
월악공룡의 입구를 알려주는 문패일수도 있고,
마애봉이다.
마애봉을 지나다 돌아보면
높이 150m, 둘레 4Km의 거대한 바윗덩어리 영봉이
이제야 제 모습 그대로 보인다.
수많은 봉우리들이 첩첩하게 펼쳐져 있다.
산산산이다.
덕주사로 향해 걷는 길에 암벽을 뚫고 솟아난 소나무들이 즐비하고,
산길을 돌 때마다 영봉은 오묘하다.
만수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만수릿지라 부르기도 하고
월악 공룡이라 부르기도 하는 비탐구간으로
저 구간은 아직 못걸었다.
고도를 버리고 덕주사로 내려간다.
내려가다 보면 마애불이 한켠에 놓여있다.
충주 월악산에도 마애불이 있다.
보물제 406호로,
마의태자 누이 덕주공주가 망국의 한을 품고 들어와 자기의 형상을 마애불로 조성했다고 하는데,
어째 내눈엔 남자의 모습 같기만 한지,
큰 바위전면에 불상을 조각하였는데 정교하고
옆으로 조금 비켜 세운 극락전도 아름답다.
덕주사, 덕주골까지 길이 편안하다.
고도를 재빨리 낮추었더니 소화도 조금씩 되는 것 같고, 편안하다.
덕주사에서 조금 내려가면 덕주산성이 있다.
이 성은 월악산의 남쪽기슭에 있는 상덕주사를 중심으로 하여
그 외곽을 여러 겹으로 둘러쌓은 석축산성이다.
여름이 계절을 놓지 않으려 하더니
이제야 산을 놓아주는 것 같다.
한껏 가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