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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야기/경북의산

동대봉산 무장봉(무장산)








무장봉(624m, 경주)

 아직은 푸른억새의 계절이오. 

 (50mm)










태종무열왕이 삼국을 통일한 후에 병기와 투구를 이 골짜기 속에 감추어 두었기 때문에

무장산이라고 한다.





2017.  10.   1.  일요일

암곡주차장-억새밭-무장봉-암곡

원점회귀 산행, 11km.






바람결에 날리는 억새보러 무장산으로 간다.

애당초 이 산은 포항 오어사를 품은 운제산과 경주 토함산을 잇는 운토종주길의

624봉으로 알려져 있던 산이다.





가을 산의 색을 대표하는 두 가지가 억새와 단풍이고

 단풍에 비해 억새는 조금은 귀한 존재다.

 물론 대구주변에서는 화왕산이나 천성산, 황매산, 또 영남알프스에서 볼 수 있으니

많이 귀하진 않다.






산행은 경주 암곡동 왕산마을에서 출발한다.
















암곡입구 국립공원탐방안내소를 지나 계곡과 나란히 걷는다.

10여년전에 왔을땐 소로를 따라 계류를 두어번 건넜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이젠 목제테크가 놓여있고

길도 널찍한 임도 수준으로 인공미가 많게 만들어져있다.



























길은 여전히 널찍하고 나부죽하다.

산세가 순하고 계곡 옆으로 고속도로처럼 뻥 뚫려 있다.





삼거리에서 길이 갈린다.

왼편은 무장사지를 거쳐 무장봉에 이르는 5.3km 길이고,

오른쪽은 좀 가파른 대신 짧은 3.1km길이다.

비교적 너르고 평탄한 산길이 이어지는 왼쪽쪽 길을 택해 느리게 걷는다.















. 2016년 10월에 상륙했던 제10호태풍 차바때 무너진 산길이

올해 7월에 정비되어 아직 설익은듯한 산길이고 인공의 흔적이 너무 강하다.








무장사지를 거쳐 무장봉에 이르는 길은 경사는 완만하고 단조롭고 멀다.


기억 속 암곡은 계곡을 감싸고 있는 빽빽한 수림과

1000m급 명산의 계곡에 견줘도 전혀 뒤질 게 없는 너른 소와 기암괴석이 있었고

물도 맑았던 것 같은데.....







간혹 붉은빛이 섞이기는 하지만 나뭇잎들은 여전히 싱싱한 푸른빛이다.






무장산 오름길에서 100m쯤 오른쪽으로 다리를 건너 오르면 

사적비가 서 있는 평지 아래 산비탈에 삼층석탑(보물 126호)이 있다.

2단의 기단 위에 3층의 탑신을 올린 전형적인 신라석탑이다.

원래 무너진 채 깨어져 있었던 것을 1963년 일부를 보충하여 다시 세웠다고 한다.

기단부에 새겨둔 안상(眼象)으로 미루어 볼 때 9세기 이후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이다.






무장사 터 아미타조상사적비(보물 125호)의 이수와 귀부가 남아 있다.











이 비는 제39대 소성왕의 왕비인 계화부인이 왕의 명복을 빌기 위하여 아미타불상을 만들면서

그 과정을 기록한 것으로

1915년 주변에서 발견된 비석 파편에 새겨진 글로

이 비가 '무장사아미타조상사적비'임이 밝혀지면서

이곳이 무장사 터라는 것도 확인되었다고 한다.












너른 등로주변 실하게 쌓이던 숲이 사라지며

억새밭이 보인다.

길은 여전히 완만한 오르막이 이어지지만

눈앞에는 억새가 은빛으로 물결친다.











산은선에 이르면 무장산 억새 군락지가 펼쳐진다.

억새군락지는 1970년, 동양그룹이 산 정상부 45만 평에 조성한 오리온 목장이었다.

이 목장은 1980년 5공의 재벌 비업무용 토지 강제매각 조치로 다른 축산회사로 넘어갔다가

1996년에 문을 닫게 된다.

그 후 주변 초지는 세월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억새 군락지로 바뀌어갔다.



























목장길 따라 억새군락지를 걷는다.






























산등성이를 넘으니 눈앞에 억새 군락이 펼쳐진다.


하얗게 빛나는 억새 군락을 기대했지만

기대엔 미치지 못한다. 

날씨를 탓하며....억새 사이를 걷는다.

아직은 푸른 빛이 강하다.










비가 예보되어 있고 하늘이 흐리니....

파란 하늘 아래 하얗게 빛나는 억새의 물결을 만나려면 언제 올라야 가능할까.

언제나 그렇듯 좋은 풍경을 만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언제나 조금 이르거나 조금씩 늦거나 

아니면 시간은 맞지만 날이 흐리거나.












이곳 억새는 키가 크다.

해서 한줌 바람이 스치면 파르르 몸살을 앓듯 서럽다.
바람에 서럽던 억새가

햇빛을 받으면 눈이 부실 정도로 화사해질테고

역광에 반사되면 금빛으로 이내 옷을 갈아 입을텐데...

아쉽다.












억새평원은 너른 지정로(임도) 외에는 길이 없다.












억새밭 한가운데의 삼거리.

오른쪽으로 접어들어 무장봉 정상까지 갔다가 되돌아온다.

좌우로 억새밭을  잠시 오르면 무장봉 정상이다.
















억새군락지가 넓게 펼쳐진 산마루에 무장봉(642m)이 있다.

무장봉 표지석에는 '동대봉산 무장봉'이라 씌어 있다.

2008년에 무장산으로 국토지리정보원에 정식 등록되었다고 하는데

아직 누군가에게는 이 산은 무장산이 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동대봉산의 무장봉이 되는 산이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온다.

무장봉 뒤편 제법 우거진 숲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이리저리 기웃거려보지만

미리 알고 찾은 이들로 만원이다.

그럴바에는 억새 군락 한가운데 자리를 펴고 제과점에서 사온 샌드위치로 이른 점심을 먹었다.

산 위에서 먹는 점심은 뭘 먹더라도 별미다.










바람에 이끌리는 푸른빛이 아직은 많은 억새사이로 

무장봉을 찾은 산님들의 원색 등산복이 쉼없이 이어진다.



























끝없이 이어지던 목장길 임도길이 어느순간 숲에 막히고


소나무 숲 사이에 놓인 모처럼 산길다운 산길을 걷는다.











 숲길은 가파른 내리막을 지나 다시 임도에 닿은 후

 암곡으로 쉽게 내려갈 수 있다.






















10월의 첫날,

가을로 익어가는 억새풀 언덕에 오르면

발 아래로 넓은 평원에 

억새가 서로가 서로를 비비며 갈바람을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