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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야기/경남의산

지리산 천왕봉 : 통신골-천왕남릉,







지리산 천왕봉(1915m, )

그 산, 그 능선, 그 품안에

통신골-천왕남릉 따라서























백두산, 한라산과 더불어 우리나라 대표 명산,

깊고 장쾌한 산세.... 웅혼한 기상.

지리산을 표현하는 수 많은 수식어들

그 중 어머니처럼 너그러운 산, 그 품에 안겨 볼까....


지리산 주능종주....화대종주.....태극종주 등이 유행이지만,

예전에 한번 고장났던 무릎으로는 주능종주나 할까? 그 이상의 종주는 무리일테고

종주와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아직 가보지 못한 골짜기와 능선을 찾아드는 산행 또한 

지리산의 웅장한 산세를 느껴보기에 부족함이 없으니깐......

통신골로 간다.




2016.  11.  27. 일요일

중산리-칼바위골-유암폭포-통신골-천왕봉-천왕샘-천왕남릉-칼바위-중산리

10시간 소요.


통신골은 하늘과 통한다고 하여 불리우는 천왕봉(해발1,915m) 정상까지 이어진 골짜기다.  

다른 지리계곡과 다르게 화산 폭발로 용암이 흘려내려 만들어진 계곡으로  

지리산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옛부터 눈사태, 산사태 다발의 가파르고 험준한 산세의 

 협곡이다.





중산리에 도착할때 해가 뜬것 같다.

온 몸이 찌뿌둥 눈을 비비며 차에서 내릴 때면 괜한 고생을 사서 한다 싶은 후회의 마음이 살짝 들지만,

그 순간 몽롱한 정신을 반짝하며 깨워주었던 것은 한차례 휩쓸고 지나가는 차가운 바람이다.



중산리는 지리산 천왕봉을 오르는 최단코스로 칼바위를 거쳐 천왕봉까지 느긋하게 비(눈) 그친 지리산의 초겨울로 들어간다.




 지난 겨울의 혹독한 찬 바람을 잊고 살았다.

가슴 깊숙한 곳까지 파고드는 상쾌한 지리산 아침 공기.

길 위에 선 나그네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에너지가 분명하다.



지리산(智異山)은 '어리석은 사람이 머물면 지혜로운 사람으로 달라진다'는 뜻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두류산(頭流山)이라고도 불렸다.

백두산이 흘러 남쪽에 서려 우뚝 솟았다는 뜻이다.

백두대간의 중요한 줄기라는 의미이며 하늘과 소통하는 신성한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리산은 우리나라 국립공원 1호(1967년 12월)로 지정된 산이다.

높이로는 남한에서 한라산 다음이며

국립공원 가운데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그 깊고 넓은 품으로 거기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의 숱한 애환을 품고 도닥여준 어머니의 산으로 비유되곤 한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유암폭포로 향하는 길은 급하지 않은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이곳을 지날땐 늘 시간에 쫓겨 보지 못했던 칼바위 계곡의 선명한 모습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지리산의 웅장한 산세가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찬바람에도 등이 땀으로 젖어가는 순간이다.



















옛 선인들은 지리10경(智異十景)으로

노고단의 구름바다(老姑雲海), 불일폭포, 반야봉의 해넘이(般若落照), 피아골의 단풍(稷田丹楓), 벽소령의 달(碧沼明月),

세석의 철쭉, 연하천의 선경(煙霞仙境), 섬진강의 맑은 흐름(蟾津淸流), 칠선계곡, 천왕봉 해돋이(天王日出)를 꼽고 있는데,

그 다양한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즐겼다고 한다.


비록 해 뜬 이후의 산행이니 천왕일출은 보지 못하지만

지리산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천왕봉은 한국인의 기상이 시작된 곳이니

기대감을 안고 쉬면서 오른다.




















♬♪겨우 몇천만년 전~~~~~~ ♬♪

당시 천왕봉 정상에는 거대한 분화구가 있었고.

 용암이 솟아 불바다였다가

이후 조금 추워진 빙하기엔 거대한 빙하가 뒤덮혀 있다가 지구온난화로

천왕봉 정상의 분화구를 깍으며 흘러내리며 패인

통신골의 시작지점인 유암폭포다.


화산폭팔로 분출된 용암이 바위로 굳어진 흔적

유암(油岩 : 기름 바위) 위로 흐르는...유암폭포.


 








눈에 덮힌 칼바위골을 건너 통신골 초입으로 스며든다.



















거칠고 가파르며 미끄러워

두 발, 네 발로 기듯 더듬어 오르는 계곡이다.































































겨울의 시작이다.

전날 내린눈, 비는 통신골을 얼리고 고드름을 만들었다.

엷게 얼은 빙폭과 고드름 위로 조금 오른 날씨에 벽계수가 타고 내린다.

격이 다른 풍광,

예사롭지 않은 다양한 경관을 차례로 감상하며 천천히 진행한다.




























통신골 진입후  1시간 30분,

좌·우골 합수부를 지난다.

직진인 좌골은 통천문으로 이어지고 우골은 천왕봉으로 향한다.

우골 초입의 소폭들

얼음조각이 흘러내리는 듯하다.

암반이 얼어 조심스레 통과해 우골 초입으로 올라선다. 
















미끄러운 길을 가쁜 숨을 안고 성지를 순례하듯 한발 한발 중력에 맞서 고도를 높이니

통신골 상부다.

올라온 골과 건너편의 일출봉, 그 뒤로 촛대봉과 시루봉, 삼신봉, 왕시루봉 등 천왕봉 남서방향의 모든 봉우리와 능선이 조망된다.



















우골 암반에서 간단한 요기하며 쉬어간다.

헤아릴 수 없는 비경을 간직한 지리산,

골짝마다 능선마다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지리산,

변화무쌍하고 천차만별의 모습에 절로 경외심이 드는 민족의 성산이다.


흑석과 적석,

거대한 통암반과 용암이 흐르다가 굳은 듯한 바위 요철,

지리산 다른 계곡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형태의 지질이 협곡에 깔려있고

빙판, 빙폭이 형성되고

고드름이 주렁주렁 달려있어 통신골이다.








천왕봉 속살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감히 범접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해발 1915m 상봉을 향해 곧추선 계곡,

천왕봉까지 직통하는 그래서 천신과 통하는 골이라 통신(通神)골이니

하늘을 향해 사다리를 걸어 오르듯 그렇게 통신골을 오른다.









이젠 통신골 최상부다.

곳곳에 형성된 살얼음이 복병이다.

돌부리를 찾아 밟으며 네 발로 기듯이 조심조심 오르면 다시 골이 Y자 형태로 분기된다.

천왕봉 직등인 우골이 아닌 좌골로 오른다.

추운 날씨에도 등과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히고....

































 

가뿐 숨을 몰아쉬며 개선문 위쪽 봉우리로 직등했다.

바위, 암반과 씨름하며 오른 통신골은 잊고

사방을 조망한다.

저만치 있던 구름이 강한 바람에 떠밀려 순식간에 지나간다.

제석봉 너머 반야봉이 구름사이로 나타났다 사라진다.













































































한국인의 기상이 발원되는 곳.... 천왕봉

여전히 정상은 혹독하지만

정상에 오른 이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표지석을 끌어안고 인증 사진을 찍느라 분주하다.

날이 저물기 전 하산을 하려면 길을 서둘러야 한다.

중산리로 내려가는 길은 무척이나 지루한 편이니...
























하늘 봉우리 천왕봉을 내려오며 남릉을 탄다.

눈이 쌓여 길은 많이 미끄럽고.....툭툭 솟아난 암릉이 버티고 섰다.










 

어렵다는 폴짝 바위(뜀바위)구간은 우회 통과하고서

고도를 낮추면......산죽과의 싸움이 시작된다.



















파란 산죽 밭에 저물어가는 하늘빛의 반짝임이 고왔다.

산죽은 쌓이고 쌓여 지나가는 이들을 숨겨버린다.

사진 한 드장찍고 나면 앞서가던 이들의 모습은 어느샌가 사라지고

저쪽 능선 산죽밭이 움찔 움찔거린다.

내 키보다 훌적 커져있는 산죽 사이로 스며들며 산죽과의 긴 싸움이 끝나면 칼바위 갈림길로 내려설수 있다.













천왕봉을 마치 성지 순례하듯이 걸었다.

하늘로 향해 곧추서 천왕봉과 직통하는 골,

천신(天神)과 통하는 성지 같은 골짜기로부터 겨울이 왔다.

조각지어 있던 풍경들이 모여 하얗게 얼어가고 ......


지리산 천왕봉을 내려왔다.

 바람에 떠밀려 내려오는 길이다.

겨울나그네처럼 조릿대 산행로를 휘적휘적 걷다보니

짧은 날빛 드디어 백운암 능선을 탄다.

그리고... 석양에 젖어가던 지리산 고봉들이 사그라들어갈 무렵

이따금 바람에 스치는 조릿대의 푸른 잎이 어둠 저편에서 스란치마처럼 사르륵 사르륵 소리를 내며 묘한 상상력을 불러 일으킨다.


중산리다.

불규칙하던 호흡이 이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