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산(天皇峰:845m, 계룡시)
계룡산 제일봉은 천황봉이다.
오래전, 어릴적에...
저~멀리 먼 곳에 계령산이 있다는걸 들었다.
집앞에 대나무가 꽂혀있던 00선녀 라는 점집이 골목입구에 있었던것 같다.
이따금 북소리 꽹과리소리...가 들리는 그런 곳으로, 계룡산에서 뭘 만났다고 하던데....
가끔은 시장에“계룡산에서 10년, 지리산에서 또 10년 입산수도했다”는 도사(道士)가 나타나기도 했으니
계룡산의 존재는 참 오래 알고 지냈고...
어린 마음에 계룡산에 ‘도사 아카데미’가 있는 줄 알았다.
고등학생시절 국어 교과서에 ‘갑사로 가는 길 (이상보)’이라는 수필이 실려 있었다.
계룡산 오누이탑(남매탑)에 얽힌 전설의 공간적 배경이 계룡산과 갑사(甲寺)였고,
그 갑사와 오누이탑을 머리로 그려보다가
대학1학년시절 처음으로 계룡산을 올랐었다.
이후 장군봉에서 자연성릉을 거쳐 이어지는 산행을 여럿차례 했었지만...
계룡산은 늘 관음봉에서 닫혔버린 길이었다.
동학사로 내려서다가 올려다 보는 쌀개봉과 계룡산 최고봉인 천황봉은..... 늘 저편에 서 있었다.
2015. 11. 15. 일요일
비밀의 숲을 들어서면 낯설음과 설레임이 함께 한다.
괴목정-암용추폭포-숫용추폭포-머리봉-계룡산(천황봉)-쌀개봉-천왕봉-황적봉-민목재
원점회귀산행 약17km, 8시간40분 소요.
계룡산 남부지역산행이다.
계룡산 주봉인 천황봉(天皇峰:845m)에서 연천봉(連天峰:739 m)·삼불봉(三佛峰:755.5m) 등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닭의 볏을 닮은 뿔을 가진 용과 같고
그 밑 부분은 용 비늘처럼 보이는 산이라 하여
닭 鷄(계), 용 龍(용), 鷄龍山(계룡산)이라 부르게 되었다.
낙엽이 떨어져 소복히 쌓인 오솔길을 따라 작은 능선을 하나 넘어...
작산저수지르 지나 골짜기로 접어들면
작은계류를 따라 암용이 승천한 못이란 전설이 전해져 오는 암용추 폭포가 모습을 드러낸다.
작은 소가 있고, 폭포옆에 암용추가 있다.
숫용추로 가기위해.....산길을 오르고,
능선을 다시 넘고,
계룡산 케이블카 승강장과 계룡대 골프장을 지나...
숫용추.
10m 길이의 폭포가 일품인 웅덩이로
숫용이 도를 닦아 승천한 후 못이 생겼다는 전설이 있다.
숫용추이후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이다.
숫용추앞 계류를 가로지른 산길은 절벽 오른쪽 능선으로 해서 능선으로 오른다.
오랫동안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었던이지만 길은 뚜렷하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조망이 열린다.
산넘어 산은 물결을 이루고
조금씩 멀어지는 세상은 점점 더 넓어져 간다.
툭 떨구어놓듯 걸터앉은 바위전망대는 숨쉴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주고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는 계룡산 연봉들이 반갑다.
암용추에서 숫용추로 이동하면서 걸었던 능선과 승강장, 골프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가풀막을 치고올라 머리봉에 이른다
하얗게 빛나는 오후에 걷게될 암릉길과 암벽으로 솟은 천왕봉..그리고
그 뒷편 둥그스럼한 황적산까지 머리봉 오름길에 보이기 시작한다.
천황봉.
국군 통신대가 천황봉을 장악하고 있어,
가보지 못했던 봉우리다.
지금, 그곳으로 간다.
철탑을 왕관처럼 머리에 쓴 천황봉을 마주한다.
시원스레 하늘도 열어둔 채 기다리고 있다.
머리봉을 지나면서 암릉구간이다.
능선엔 이미 이파리들을 다 떨군채 속살로 뒤척인다.
암릉길은 다시 저 아래로 뚝 떨어졌다가
강아지바위로 이어지고, 정도령바위로 올라설수 있다.
강아지와 두꺼비가 마주보고 있는 형상이라고....
정도령바위...혹은 사자바위라고 하는데,
보는 사람이 보고싶은대로 보게될꺼다.
천황봉 오르기전 돌아본 머리봉
계룡산 통신대 남쪽 철문이 닫혀있어 좌측으로 우회하여
철조망을 지나 천단으로 오른다.
사실, 이곳은 군사시설보호구역이다.
....문은 굳게 닫혀 있고
또한 비탐지역인 이곳을 몰래 오른 예의상
조용히 철책을 넘는 수고쯤은 마땅히 해야할 의무(?)이니......
최고의 난코스, 철조망이 촘촘히 쳐져 있어 시간이 제법 걸린다.
천단.
이곳이 계룡산이고,
이곳이 천황봉이다.
'....계룡산 제일봉인 천황봉에는 통일신라시대 이래 조선조에 이르기까지 나라에서 제단을 설치하고 국태민안(國泰民安)을 기원코자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신성한 장소로 보존되어 왔다. 민족의 운명이 암담했던 지난 세기에도 이산은 우리에게 희망과 위안을 안겨주는 명소로 널리 알려져 많은 사람들이 전국 각지에서 이곳을 찾았는데 20세기 후반에 이르러 천황봉에 군사시설및 통신시설을 설치하면서 본래의 모습이 크게 훼손되었다. 다행히 근래에 계룡 영산의 중요성를 인식하는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천황봉을 복원하자는 의지를 결집하였기에 도에서는 1958년부터 2003년에 이르기까지 시설물의 이전과 원상복구 작업을 추진함으로 비로소 옛모습을 되찾게 되었다....'
천황봉 정상 '천단의 유래'로 적힌 천황봉의 역사중 일부.
천단이 놓인 천황봉에서 쌀개봉, 삼불봉으로 이어진 능선이 닭벼슬을 한 용의 형상이라 생긴 이름인 계룡산.
수려한 산세와 울창한 숲 산줄기 곳곳에 암봉와 기암절벽등 경관이 수려하다.
신선이 노닐다 간 자리 아직도 따뜻한 온기 남아있을 것 같은 산수화 속 풍경들을 바라보며
계룡산의 깊은 곳을 눈으로 가슴으로 담는다.
천황봉을 내려서 걸어갈 천왕봉능선
하얀 바위가 반짝이는 봉우리가 천왕봉일테고...
구뒤편 짙은 색의 제법 높은 봉우리가 마지막 봉우리인 황적봉일것 같다.
천왕봉을 향한 능선을 걷는 내내 좌측으로 자연성릉과 삼불봉이 화려하게 수놓여 있다.
은선폭포가 자연성릉 아래로 뚜렷이 쏟아지고 있다.
암릉을 넘어 한참을 걸은후,
맞이하는 굵은 근육질의 천왕봉과 그 뒷편 마지막 봉우리인 황적봉까지 가야 한다.
씨알굵은 암릉길 걸어 너럭바위를 지나면
천왕봉 정상은 .....여느 야산처럼 무덤1기 덩그러니 놓여 있다.
황적봉 정상.
황적봉에서 돌아본 천황봉은 벌써 저만치 아스라하다.
천황봉 산행은 황적봉을 마지막으로 낙엽쌓인 산비탈을 어슷하게 비껴가며 민목재로 내려서면서 산행을 마무리 한다.
속경덕전등록(續景德傳燈綠) 22권에 나오는 말씀이라고 한다.
"老僧三十年前未參禪時, 見山是山, 見水是水,
乃至後來親見知識有入處,, 見山不是山, 見水不是水,
而今得箇休歇處,, 依前見山祗是山. 見水祉是水, 大衆這三般見解是同是別"
내가 삼십 년 전에 참선하기 전에는 산은 산이고 물은 물로 보았다.
그러다가 나중에 선지식을 친견하여 깨침에 들어서서는 산은 산이 아니고 물은 물이 아닌 것으로 보았다.
지금 편안한 휴식처를 얻고 나니 마찬가지로 산은 다만 산이요 물은 다만 물로 보인다.
그대들이여, 이 세 가지 견해가 같은 것이냐? 다른 것이냐?"
누가 먼저 말했다는 걸 따지려는 건 아니고,
또 그 깨달음이 어떠한지 말하려는것도 아니고,
아무튼 단지, 그냥...
이 산길 걸으며...
山是山, 水是水, 山不是山, 水不是水, 山只是山, 水只是水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산은 산이 아니고 물은 물이 아니다.
산은 다만 산이요 물은 다만 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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