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골 & 천상골(배내봉 966m, 울산)
산주름속 깊고....거친 계곡.
간월산 일대에는 금기시된 두 곳이 있다.
묘를 쓰면 역적이 난다는 '역적치발등'과
죽음의 계곡이라 불리는 '저승골'이다.
저승골은 상북면 등억리 안간월에 있는 가파른 암곡(巖谷)으로,
막다른 골짜기로 호리병 형태를 띄고 있는
배내봉에서 밝얼산으로 뻗은 긴 산등의 산 주름이다.
2015년 7월 26일 일요일 폭염
일기예보에는 태풍이 올라와 오후부터 비예보가 되어 있는데,
하루종일 폭염이다.
간월자연휴양림-채석장-저승골-배내봉-912봉-천질바위-천상골-간월자연휴양림 입구
약 10km, 7시간30분 소요(순수산행시간은 5시간정도지만 계곡이...)
저승골은 인적이 드물고 후미진 곳이다.
채석장을 지나 저승골의 문 역할을 하는 폭포를 오르면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저승골은 한번 발을 들여 놓으면 살아서 돌아온 이가 없다하여 저승골이라는 명칭이 붙었다고....
폭포 위에서 왼쪽 숲 속 오솔길을 따르던지...아니면 계곡 바위를 흝으며 올라간다.
진행할 방향을 조심히 살피며 올라간다.
계곡은 거칠다.
오르는 내내 디딘 돌은 불안하고, 깎아지른 바위는 이내 자빠질 것 같다.
오르다 돌아보면 입구는 막혔고,
출구는 협곡이다.
울창한 숲그늘은 밝은 햇살이 이따금씩 비치지만 그래도 어둑하고 점점 깊어졌다.
매끈한 암벽을 끌어안고 오른다.
오르다 힘들면 우측으로 우회하기도 하고......
가파른 협곡이 이어지는 만큼 폭포가 잇달아 나타난다.
바위 좌우로 2개의 작은 폭포가 쏟아지는 쌍폭, 협곡 사이 2단, 3단으로 이어져 내리는 폭포 등
비경이 숨돌릴 사이 없이 잇달아 나타나고,
폭포아래에 서면 폭염에도 등줄기가 시원한 바람이 분다.
골이 깊고 길이 거칠다.
길이 만들어져 있기는 하지만 뚜렷하진 않다.
그래도 밟고 올라가면 길이 되는 곳이다.
하지만 계곡을 벗어나 아무 데로나 치고 올라가면 길이 막힌다.
계곡의 경사가 가파르고 양쪽으로 협곡이 이어져 있어
저승골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함부로 올라섰다가는 절벽에 가로막혀 발길을 되돌려야 한다.
.....
계곡을 벗어나면 덥고,
물가에 서면 한기까지 느껴진다.
저승골 마지막 폭포
폭포를 가로질러 오르면 너덜지대를 지나고,
물소리가 옅어지면서 숲에 가려져 있던 하늘이 조금씩 보인다.
저승골의 짙은 숲을 올라온 끝에 탁 트인 정상에 서면
더위는 있지만 바람이 분다.
배내봉 정상비는 2012년 설치됐다.
뒷면에 배내봉과 저승골에 대한 설명이 있고,
배내봉은 가지산과 신불산, 간월산 등 영남알프스 명산을 연결하는 고리라는 설명도 있다.
늘 배내봉은 간월산과 신불산으로 향하는 도중에 만나는 그저 그런 봉우리 정도로만 생각하며 지나 다녔는데,
(2010년도 배내봉 정상석 모습이 더 그리운데....)
배내고개에서 올라오는 등로 뒷편으로 가까이는 능동산...
그 뒤쪽으로는 가지산과 운문산이 뚜렷하고,
정면에는 천황산과 재약산
그리고 재약산 앞쪽능선으로 심종태바위 능선이 불끈 솟아 있다.
남쪽으로는 간월산과 신불산.
저승골의 깊은 주름을 만든 밝얼산은 동쪽으로 나있다.
간월산 방향으로 이어진 능선을 걷다 보면 곳곳이 전망대다.
고만고만한 봉우리를 오르락 내리락하다 보면 간월산 가기 전 마지막 봉우리가 912m봉으로,
정면에 간월산과 간월공룡능선, 신불산과 신불공룡능선이 한눈에 들어오고,
산 저 아래로 천질바위가 내려다 보인다.
급경사의 능선을 타고 천질바위로 향한다.
천질바위
천 길이나 되는 낭떠러지를 뜻한다.
바위는 주변에서 봐도 크고 높고 위압적이다.
산에 커다란 혹이 하나 붙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천질바위에서 바라본 간월산과
천상골로 내리는 산사면.
912봉에서 천질바위까지도 비탈길에 나뭇가지를 붙잡고 조심조심 내려서야 하는 길이지만,
천질바위 이후로는 작은 돌부스러기까지 더해져 길이 많이 미끄럽다.
한참을 내려서다가 계곡에 닿으면
그곳이 천상이다.
물은 차갑고 맑다.
천상골은 저승골에 비해 물도 풍부하고
숲도 물길도 밝고 맑다.
저승골과 천상골은 힘들고 어렵지만, 그 대신 깨끗하고 시원한 계곡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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