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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야기/경남의산

지리산 천왕봉에서




천왕봉(1915m, 산청)









대박일까? 쪽박일까? 첫 번째...지리산 천왕봉


2019.   11.    30.   토요일

지리산 천왕봉 일출이 보고 싶어

(집안 어른들이 3대째 덕을 쌓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저 운빨에 기대하며)

장터목 대피소 예약하고 조금 늦게 지리산으로 간다.

기상청 일기예보에는 주말 내내 흐리고 전국적으로 비 온다는 예보가 있어 취소할까 오랫동안 망설였지만

옛 성현들이 지리산 천왕봉은 1년에 4번은 올라야 한다고 했기에(?) 조금은 늦은 시간에 지리산으로 간다.

일기예보와는 다른 화창한 날씨...

‘에잇, 구라청’이라고 중얼중얼 거리면서도 내적 기쁨이 얼굴로 스며 나오고

그렇게 맑은 지리산을 올라

아무도 없는 지리산 천왕봉에서 포근한 바람을 맞으며, 늦은 오후의 조금씩 노랗게 변해가는 햇살 바라보며 오랜 시간을 즐기다 해질녘 장터목에서 1박을 한 것까지는 분명 대박인데,

밤새 대피소 창문으로 몰아치는 성난 바람에 불안하고, 옆자리 아저씨의 화통 삶아먹은 듯한 코고는 소리에 잠 한 숨 못 잤는데, 새벽부터 비는 내리고,

싸락눈을 조금 포함한 비가 세차게 내려 일출을 보지 못하고 베에 젖은 채 하산하였으니 쪽박일까?


























































































































나는 물고기에게 말한다

                             詩  정 호 승    

  그래도 너를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을 때

  그래도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을 때

  그래도 떠날 때는 내 돈을 모두 너에게 주고 싶다고 말하고 싶을 때

  그래도 너에게 단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말하고 싶을 때

  나는 촛불을 들고 강가로 나가 물고기에게 말한다

  물고기는  조용히  지느러미를  흔들며 내 말을 듣고만 있을 뿐

  아무에게도 아무 말도 하지 않으므로 


  내 산을 모두 밭으로 만들어 너에게 주고 싶다고 말하고 싶을 때

  네 밭을 모두 산으로 만들어 내가 가지고 싶다고 말하고 싶을 때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이제는 인간이 되고 싶지 않을 때

  기어이 인간을 버리고 혼자 울고 싶을 때

  나는 강가로 나가 물고기의 허리를 껴안고 운다

  침묵만이 그들의 언어이므로

  침묵 외에는 그 어떠한 말도 하지 않으므로



지리산 산행이 아쉬워 .... 한라산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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