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기맥 3구간(18.2Km, 영암)
바위꽃 피어나.
땅끝기맥이란
호남정맥의 바람봉 분기점에서 서쪽으로 가지를 쳐
육지의 최남단인 땅끝까지 내려가는 도상거리 123 Km쯤 되는 산줄기다.
일부는 영산강의 남쪽 울타리가 되며 일부는 탐진강의 서쪽 울타리가 된다.
길이나 높이에 비해
월출산과 첨봉에서 오소재, 두륜산에서 달마산 지나 도솔봉등
암릉구간이 많은 옹골찬 산줄기고
월출산, 두륜산, 달마산등 유명산을 지난다.
지나는 산은 계천산, 국사봉, 활성산, 월출산, 도갑산, 월각산,
별뫼산, 서기산, 첨봉, 두륜산, 대둔산, 달마산, 도솔봉등이다.
땅끝기맥을 7개 구간으로 나눠서 걷는다.
2018. 6. 17. 일요일
3구간 : 불티재~노루재~월출산천황봉~도갑산~월각산~밤재
18.2km
이 길은 예상한 대로다.
암팡지면서도 수려한 산세,
장쾌하면서도 멋들어진 조망으로 눈을 즐겁게 한다.
기암을 얹거나 바위벼랑을 걸친 장대한 능선이 펼쳐지면서
산수화를 보는 듯하고,
불티재에서 누릿재를 거쳐 달구봉을 지나는 구간과
미황재에서 월각산을 지나는 밤재로 내려서는 구간은
큰 위험은 없지만, 월출산국립공원 비법정탐방로로 묶여있다.
땅끝을 이어가기 위해 조용하고 신속하게 스며들고 스쳐지나간다.
제법 된비알에서 속도를 높여 한바탕 땀을 흘린 후에
숲이 열리며 달구봉 암릉길이 나타난다.
양자봉에서 입맛만 다시던 달구봉을 지난다.
달구봉 사이 협곡을 지나면 매봉이 보인다.
산중 달구봉에서 바라보는 월출산은 더할 나위 없이 가파르다.
인내나 포용 따위와는 함께 할 수 없음을,
산은 제왕의 권좌처럼 거칠 것 없이 솟아오른 능선으로 말하고 있다.
더운날씨에 기맥길 18km가 부담이 되어
오르고 싶었던 달구봉 암릉은 손끝으로 한번 툭 두들겨보고는
제 갈길 빠르게 간다.
길은 조용하게 사자봉 지난 법정로에 편입되었다.
낮게 깔려 있는 평야의 중앙에
산은 하늘을 향해 비수라도 들이대듯이 홀로 솟구쳐
거친 숨 몰아쉬게 만든다.
제법 뜨거워진 한낮의 열기를 품고
바위꽃 피어난 월출산을 지난다.
천황봉엔 여전히 산객들로 넘쳐나고.
달뜨는 산 월출산의 원래 이름은 달나산.
달을 낳는 산이라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신라 때는 월내악, 고려 때는 월생산(月生山)이라 했다고 한다.
이 산의 북쪽과 서쪽 발치에 사는 영암 사람들에게
달은 언제나 사자봉, 매봉, 천황봉, 구정봉, 향로봉이 불꽃처럼 솟아오른
달나산 위로 떠오른다.
천황봉을 지나며
나도 일찍 산행을 마치고 여유롭게 맥주 한잔 나누며
후미를 기다릴 순 없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든다.
카메라 꺼내 들고 풍경 사진이라도 찍고 있으면
사진 찍어 달라는 요청을 외면 할 수도 없고
또 몇 사람만 선별하여 찍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더디다.
그러다 사진기 집어넣고 죽자 사자 선두를 따라잡으면
다시 또 사진 요청에 쉬지 못한채로 사진 찍어주게 되고,
종주산행은 잠깐 카메라를 들 때 마다 앞선 이들이 사라지는 무정한 동네이니,
사진 찍을꺼리가 많은 곳부터는 아예 후미에서 여유를 부릴 수밖에 없다.
천황봉에서 구정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상엔 특히 바위가 많아
발걸음이 느려진다.
바람재를 지나며, 왕초님 사진 감사합니다.
산이 많은 이 땅에는 자연스레 바위 또한 많다.
옛사람들은 바위에 마애불을 조성하기도 하고
정원에 바위를 끌어들여 경석으로 쓰기도 했다.
혹은 돌장승을 세우거나 마을 입구에 돌무지를 쌓아
안녕을 빌었다.
경치 좋은 바위에는 글을 새겨 영원히 기리기도 했다.
이처럼 옛사람들은 바위에 이름을 지어주고 이야기를 만들었다.
스쳐지나가는 큰 바위에 제멋대로 이름 붙여주며 구정봉으로 오른다.
이미 남근바위를 지나왔으니
구정봉 오르기 전 베틀굴이라고 불리는 여근바위까지 볼 수 있다
구정봉 정상
특별한 이정표나 표시는 없지만 물이 담긴 바위 우물은 있다.
뒤로 향로봉이 솟았다.
향로봉을 지나 술길을 지나면 억새가 피어나는 미황재를 지난다.
땅끝길은 미황재에서 도갑사로 내려서지 않고
금줄을 넘어 월각산으로 진행해야하는데,
미황재에 국립공원관리공단직원분들이 머물러 있다.
3-40분 미황재에 머무르다가 어쩔수 없이
도갑사로 하산하는 길을 내려선 후 좌측 산비탈을 쳐 올려 기맥길 따라 나선다.
이 길
다시 기맥길임을 일깨워 주듯이 거칠다.
산죽은 길을 덮고
가시덤불은 팔과 얼굴을 할퀸다.
“쑤구리.....” “ 머리”, “머리” “까시주의”
산길 돌발 상황을 알리는 앞선이의 목소리가 어느순간 멀어지고
옷자락도 보이질 않아도
산길을 꾹꾹 눌러 밟으며
월출산 저 멀리 떠나보내고 월각산을 지난다.
땅끝기맥길의 비탐구간은 밤재에서 끝난다.
한껏 더워진 초여름날 더위에 취해 속도는 늦어지겠지만
그래도 이 산들은 땅끝으로 향했으니
널찍하게 펼쳐진 들녘 끄트머리에 산봉 산릉이
부드러운 듯 거친 듯 솟은 기맥길 걸어
땅끝까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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