雪嶽 恐龍稜線(1275m, 속초)
살뫼(공룡을 품다)
갑작스런 더위가 밀려온 초여름,
다시 먼 길 달려 설악을 마주합니다.
2018. 6. 2. 토요일
설악동-비선대-금강굴-마등령-1275봉-신선대-천불동
19.5km.
모두가 잠든 한밤에 산으로 향합니다.
쏟아지는 달빛 받으며
미끄러지는 낙엽과 바위를 한발한발 내딛는 느낌이 좋고,
크레바스처럼 벌어진 너럭바위를 건너,
거친 암릉을 딛고 한 걸음씩 올라설 때의 쾌감이 발끝으로 전해오는 느낌도 좋고,
뽀얗게 아침 씻긴 모습도 너무 좋습니다.
공룡에 들기전 먼저 금강굴을 찾습니다.
올때마다 그냥 지나쳤더니 이번엔 갈림길에서 금강굴 계단부터 올라봅니다.
기기묘묘한 바위군이 둘러싼 천불동 계곡이 달빛 아래 내려다 보입니다.
다시 돌아와 마등령을 향한 산길에 태양이 비추면
설악은 아름답습니다.
말갓게 씻긴 얼굴이 더 반갑습니다.
외설악 바위들은 설악의 늑골처럼 보이기도 하고.
몇해전 올랐던 천화대가 아득합니다.
여명이 밝아오면서 어둠 속에 침잠했던 설악산 능선들은
웅장한 모습을 드러냅니다.
암봉을 휘감은 운해를 볼 수 없어 아쉽지만
붉은 빛에 물든 바위의 장쾌한 모습에 위로를 받습니다.
금강문을 통과하면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공룡능선이 뚜렷합니다.
마등령
아침식사를 하며 쉬어 갑니다.
대청봉에서 화채봉으로 이어진 산등성이와
그 너머 푸른 속초 앞바다가 거침없이 펼쳐지고
산정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맛은 아주 특별합니다.
나한봉을 거쳐 공룡에 들어섭니다.
공룡능선은 내설악과 외설악을 가르는 능선마루로
그 모양이 마치 공룡의 등뼈와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공룡의 몸통을 타고 가듯 오르락내리락하는 스릴이 있고
주변의 깎아지른 침봉이나 능선의 하늘금은 덤으로 보는 아찔한 풍광입니다.
다소 위험한 구간에서 조난사고도 일어나지만
무리만 하지 않는다면 별다른 장애물이 될 건 없습니다.
기괴한 암봉들이 삐죽삐죽 치솟은 공룡능선을 걷는 길에
수려한 자태를 뽐내며 석림을 이룬 신비의 봉우리마다
서린 기운은 맑고 깨끗하고
크고 작은 기암괴석들은 서책을 쌓아놓은 듯,
시루떡을 켜켜이 올려놓은 듯 만상의 형체를 보입니다.
햇살 좋은 날이니 1275봉에 욕심을 가져봅니다.
바위를 잡고 휘적 오르면 맑은 하늘에 머리가 닿는 듯하고
시원한 바람이 등줄기에 스며듭니다.
1275봉 고갯길을 또 다른 이가 지나갑니다.
역시 길은 바위사이로 열립니다.
1275봉 그 끝자락에서
범봉으로 연결된 천화대리지는 아찔하고
용아장성은 황홀하기 그지없습니다.
대청봉에서 귀떼기청봉으로 하늘금을 긋고 있는 서북능선과
동북쪽 방향의 화채봉능선은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감탄사가 그치지 않게 만듭니다.
1275봉을 내려와 다시 갈길 조심스레 걷습니다.
지나는 길섶에 솟아오른 기암침봉과 능선들이
여린 잎사귀와 제법 잘 어울립니다.
산길 좌측 또 하나의 봉우리는 탄성을 불러옵니다.
암벽 타는 산악인들이 욕심을 내는 천화대 범봉 왕관봉이 빼어난 경관을 뽐내고 있고
바닥이 보이지 않는 절벽으로 계곡은 아찔하기만 합니다.
신선대를 넘어 가파른 내리막을 지나면
길은 무너미고개에서 천불동 계곡으로 이어집니다.
무너미재에서 급하게 쏟아지는 내리막길
천당폭포, 음폭포, 양폭포, 오련폭포의 물줄기를 따라 내려갑니다.
설악산은 지리산과 더불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명산입니다.
지리산이 웅장하다면 설악산은 화려합니다.
설악산에는 치명적인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산세가 워낙 험준하기에 설악의 진면목을 보려면 고된 산행을 감수해야 하고
한 번 그 아름다움을 맛본 사람은 더욱 깊은 설악의 품을 원하고,
위험한 산행을 감수하기도 합니다.
지리산과 비교하면....
지리산을 목숨을 걸고 오르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
그래서 다음 산행은 지리에 들어 볼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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