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매산(黃梅山·1108m, 합천)
붉은유혹이 번지면, 마음이 일렁인다.
벌써 오월의 첫날.
세월이 쏜살처럼 지나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의 발로지만
올해는 유독 그런 느낌이 강한 것 같다.
아마도 지난 겨울이 길었고
벌써 여름 같은 날씨가 이어지는 날씨의 변화 탓인지 모른다.
어쨌든 그런 원인으로 인해 올해의 봄꽃은 종잡을 수 없이 폈다가 스러진다.
일찍 핀 벚꽃이 그랬고
급작스런 추위에 새 꽃잎이 녹아버린 진달래가 그랬다.
무리 지어 피어올라 봄의 대단원을 연출하는 철쭉 또한 예외가 아닌 것 같다.
개화시기가 예년보다 빠르다.
벌써 망울을 터뜨려
선홍빛 꽃물결로 일렁이는 곳이 여럿이다.
황매산 정상은 철쭉시기엔 접근불가지역이다.
인증샷을 찍으려는 이들과
내려오고, 올라가고, 매달리고....
다시 흐릿한 날씨속에서 천상화원의 거대한 불길로,
산길은 바로 그 불길 속에서
선홍의 철쭉보다 더 붉은 마음으로 감동받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철쭉에 취하고 운무에 한번 더 취하면
봄이 왔다고 가슴이 설레던 것이 불과 얼마 전의 일 같은데,
철쭉은 곧 다가올 여름을 준비하라는 것 같다.
가는 봄이 아쉬워 세상을 짙은 분홍빛으로 물들이는 철쭉.
축제는 이제부터다.
예전에 목장으로 조성되었던 황매평전은 경사가 완만하고
철쭉 군락지 사이사이로 데크로드나 산책로가 있어
걷기도 편하다.
철쭉도 키가 커 철쭉밭 사이로 난길은 미로처럼 보인다.
철쭉 군락의 붉은 물결이 넘실거린다.
매년 5월이면 수십만 평의 고원에 펼쳐지는 붉은 유혹은
황매산의 백미로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여전한 봄 앓이 중이다.
흐릿한 날에
느리게 걸으면 나도 풍경이 되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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