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왕산(757m, 창녕)
구룡산-관룡산-화왕산.
팔영산에서 찬 바닷바람몰아칠때 가을이 끝난줄 알았더니
...아직도 가을이 머물러있다.
광활한 평원의 파도, 억새 품에 한번 안겨볼까...
2017. 11. 19. 일요일
날씨.....좋음
옥천매표소-관룡사-구룡산-관룡산-화왕산-임도-옥천매표소
약 14km
온통 은빛으로 물들여 감성을 자극하는 산이 억새산이다.
지난 주 오서산에서의 감성이 맘에 차질 않아
찾은 화왕산
단풍과 암릉이 먼저 반긴다.
화왕산 매표소를 지나고 간이주차장을지난 초입
관룡사로 드는 길,
돌장승 부부가 마중한다.
관룡사 석장승(경남 민속자료 제6호)으로
여기부터 관룡사라는 표식이다.
관룡사는 신라시대 8대 사찰로 꼽히던 유서 깊은 명찰이었다 한다.
원효와 그 제자인 송파 스님이 이곳에서 백일기도를 드리고 있던 중
화왕산 정상의 세 개 못에 아홉 마리 용이 깃들어 있다
절이 창건될 때 구름 위로 승천하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
이를 기뻐하며 용을 바라본다는 뜻으로
‘관룡사(觀龍寺)’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관룡사 동쪽 오솔길을 따라 구룡산으로 오른다.
구룡산 능선에 닿기전까지 여러 차례 작은 계곡을 건너고 갈림길을 거친다.
능선에 올라선 뒤에는 흙길 대신 바윗길이고
바위가 많은 만큼 중간중간 조망하기 좋은 곳이 나타난다.
바위를 타고 오르다가
올려다본 병풍바위는 멋진 모습 그대로다.
바윗길은 우회할 수 있지만, 그대로 진행해도 어렵진 않다.
병풍처럼 둘러쳐진 암릉 위로 올라선다.
조망과 걷는 재미가 좋은길로
왼쪽으로 길을 벗어나면 툭 튀어나온 바위 전망대다.
아찔한 만큼 빼어난 조망을 보여주는 곳으로 한참을 쉬어가게되는 장소다.
암릉을 벗어나 소나무 숲 급경사 오르막을 지나면
경사가 완만해지고 흙길이 나오는 삼거리다.
화왕산 반대쪽으로 잠시 오르면 평평한 공터가 있는
구룡산 정상이다.(741m)
병풍바위 위 암릉을 지나 관룡산으로 간다.
바윗길을 걸을 때면
시야를 가리는 나무가 없어 사방으로 거침없는 조망을 누릴 수 있다.
관룡산 정상(754m)를 다녀온 후 화왕산으로 길을 잡는다.
관룡산에서 오솔길을 걸으면
임도가 나오고 임도를 따라 멀리 배바위와
화왕산성을 올려다보며 걷는다.
화왕산을 오른다.
동문을 넘어서니 온통 억새밭이다.
누런 억새의 바다가 해일처럼 밀려와 눈앞에서 물결친다.
자세히 보면 부드럽고
여인의 손길처럼 섬세하다.
화장기하나 없이,
단아하다.
억새꽃의 미모를 완성하는 건 역시 햇살이다.
조명처럼 빛나게 한다.
이 산의 주인공은 억새고 사람들은 객이다.
억새는 화왕산성안에 머물러 있다.
화왕산성은 석축성으로 둘레 2.6km,
성안의 면적은 5만6천여 평이라고 한다.
세종대왕 때에는 군창(軍倉)이 있었고,
성종때 폐성이 되었다가
선조 29년(1596년) 임진왜란 때
창녕 의병장 성천희의 장계로 수축하여
정유재란에 곽재우장군과 창녕, 영산, 현풍, 밀양 4개 고을 군사와
백성들이 함께 뭉쳐 왜적을 물리쳤던 천혜의 요새였다.
세찬 바람에 억새가 길게 드러누웠다 서서히 몸을 일으키지만
억새의 흔들림은 그렇게 여유로워 보일 수가 없다.
우아하다.
한바탕 땀을 쏟으며 오른 객들의 마음을 끌기 충분하다.
봄이면 철쭉, 진달래꽃이 만발하고
가을이면 억새가 바람에 물결치는
이 산은
불이 왕성한 화왕산(火旺山)이다.
서문 안쪽 난전이 펼쳐진 환장고개로 내려섰다가
다시 억새밭을 가로질러 관룡사로 하산하면 하루의 산길은 마무리된다.
가는 가을이 쌓이고
차가운 바람에는 새로운 계절이 실려 온다.
가을과 겨울 사이,
길에서 깊은 가을 향을 만나니
억새는 갈바람에 휘날린다.
마지막 이별을 앞두고
가장 화려한 몸짓 바람에 나부끼며
소리 없이 가볍게 가을이 내려앉고 있다.
바람이 몰려온다.
객의 숨소리도 잠시 멎었다.
숨 고르는 햇살은
여전히 아쉬운지 화왕산 자락에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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