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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야기/섬 산행

매물도....바다를 품은 섬(해품길)









매물도(장군봉;210m, 통영)

 島...뭍을 떠난 나그네를 유혹하네.




통영에서 26㎞쯤.....

 본섬과 소매물도, 등대섬 등으로 이루어져 있고

소매물도와 구분 짓느라 대매물도로 부르기도 하지만,

공식 명칭은 매물도다.





산을 올라도 해안을 걸어도 쪽빛 다도해를 품었다.





2017.  8.  20. 일요일.

거제도 저구항-당금마을-대항마을-꼬들개-소매물도전망대-장군봉-파고라쉰터-몽돌해수욕장-당금마을

6.9km, 천천히 3시간40분 소요.

 




저구항을 떠난 배가 매물도 당금항에 이르면 갈매기가 먼저 반긴다.

매물도라는 지명은 매물, 즉 메밀을 많이 경작한 데서 유래했다고 하며.

한편으로는 매물도가 전쟁터에서 개선한 장군이 군마 안장을 푼 뒤 쉬고 있는 형상이라고도 한다.

그래서 ‘말 마(馬)’자와 ‘꼬리 미(尾)’자를 써서 ‘마미도’라고 부르던 것이

나중에 매미도를 거쳐 매물도로 바뀌었다는 설도 있다.





비내리는 바다를 건너 당금항에 내렸다.

당금항 방파제 입구에 위치한 어유도와 매섬이 파도를 막아 항구는 아늑하다.

어유도는 어리섬이라고도 하며, 

고기떼들이 많이 몰려 들어 바닷물이 말라 버릴 정도였다고 하여 유래된 지명이고

  매섬은 어유도 앞의 자그마한 섬으로 어유도의 물고기를 노리는 매를 닮았다 하여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당금마을은 중국의 비단처럼 자연경관이 수려하다고 해 당금(唐錦)이라 이름붙은 마을로

마을 안 문패마다,

산책하는 고갯길마다,

정겨움이 느껴지는 돌담길마다 마을의 이야기가 한 올 한 올 새겨진 마을이다.





당금항에 내리니 배가 불룩한 ‘바다를 품은 여인’ 조형물이 서 있다.

2007년 문화체육관광부의 ‘가보고 싶은 섬’ 프로젝트로 꾸며진 공공미술 작품이라고...

바다를 품은 여인....다산의 여인? 매치는 안되지만, 일단.















돌담 쌓인 골목길이 들쑥날쑥 굽이치며 이어진다.

어느 길로 가도 마을은 통하고 누구네 집이건 한번은 지나친다.





그 골목길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푸른 선을 그어 바다백리길을 열었다.





마음편한집.....조용하고 아늑해서 마음편한 섬이기도 하다.










마을 어르신이 가르켜주는 대항마을로 가는 등산로로 올라선다.










대항마을로 이어진 낮은 고갯마루에 올라 당금마을을 돌아보니

방파제가 두 팔 벌려 앉고 있는 항구와

작은 산처럼 솟은 어유도 그리고 산비탈에 따개비처럼 붙은 집들이 어우러진 마을이 평화롭다.










고갯마루를 살짝 돌았더니 대항마을이 코앞이다.

아담한 대항마을은 사람들이 떠난 옛집과 신축 펜션이 뒤섞여 있다.










매물도 앞바다에 솟은 바위기둥 서너 개는 가익도다.

크고 작은 바위 5개로 이뤄진 가익도는 주민 사이에서 삼여 또는 오륙도로 불린다고한다.

어디서 보느냐에 따라 바위가 3개로, 5개로도 보인다.













































머물수록 매물도......















가익도에  솟구친 바위가 이젠 5개가 다 보인다.





저곳 어유도를 앞세우고 빨간 등대를 세운 당금마을과

이 아래 방파제가 놓인 대항마을을지난

오솔길은 동백나무 숲과 초지를 에둘러 돌아간다.

새로 난 길은 아니다.

예전 사람들이 나무하러 가던 길,

옆 마을로 마실가던 길을 잇고 다듬었다.

그 길을 따라 걷는다.

























운치 있는 대숲을 지나면 산비탈로 이어진 편안한 길, 꼬돌개 오솔길을 걷는다.

꼬돌개는 경남 고성 등에서 온 초기 정착민이 들어와 산 지역으로 대항마을의 남쪽이다.

1810년에 첫 이주민이 들어와 논밭을 일궈 정착했지만

1825년과 그 이듬해 흉년과 괴질로 다 죽어

 한꺼번에 ‘꼬돌아졌다’고 해 꼬돌개로 불리는 슬픈 이름이다.

 
























잠시 맑아졌던 하늘에 다시 먹구름이 덮히고





다시 주룩주룩 비가 내린다.

나무를 건드리면 나뭇잎에서 누린내가 나지만

건들이지 않고 가까이서 향기만 맡으면 꽃이 필 때 향긋한 백합 향을 풍긴다는 누리장나무꽃이 피어나고,





동백나무 터널을 지나면 섬의 끝자락이다.















섬의 끝자락에서 오솔길은 왼쪽으로 크게 꺾이며 오름길이 시작되고

곧이어 소매물도와 등대섬이 나타난다.





(내 카메라 렌즈 화각이 좁아 현과롱님이 찍은 사진 한장....첨부,)

소매물도와 등대섬이 가깝다.

소매물도 산정에서는 등대섬만 보이지만 여기서는 소매물도와 등대섬을 함께 볼 수 있다.


 



한참을 바다너머 소매물도 등대섬을 바라보고 있었더니

오락 가락하던 보슬비는 하늘을 덮은 먹장구름에 강한 소나기로 변한다.










장군봉 올라가는 길은 초원길이다.

억새가 우거지고 구절초가 만발할 가을엔 더 운치있을 길이지만

소나기 쏟아지는 초원길엔 귓가에 부딪치는 비소리와 헉헉대며 오르는 거침 숨소리가

이 초원에 널려있다.















많이 가파르지도 않은 초원길이 왜이리 힘이드는지....





매물도에서 가장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장군봉은 구름에 갇혀있다.

장군이 군마를 탄 형상에서 이름이 생겼다는 장군봉에는

장군과 말을 형상화한 조형물이 있다.









 

빗줄기가 가늘어지더니 운무가 조금씩 걷힌다.

정상에 솟은 철탑이 우뚝하고, 그 앞에 너른 공터가 있어 쉬기에 좋다.

정상 데크에서 소매물도와 등대섬을 돌아볼수 있다.















장군봉에서 대항마을 삼거리로 내려서는 길은 지그재그 임도다.

모퉁이를 두어 번 돌았더니 운무가 걷히고 비도 그쳤다.










장군봉에서 내려오는 비에 젖어 미끄러운 임도길은 대항마을 삼거리를 지나고

다시 오름길로 산자락을 휘돌아간다.










지나온 장군봉.

오름길에서는 소나기 구름에 갇혀 보지 못했던 210m 높이의 장군봉은 우락부락한 생김새로 버티고 있다.





대매물도는 두 개의 봉우리를 갖고 있다.

장군봉을 지난 두번째 봉우리는 정상을 오르지않고 9부능선을 휘 둘러 

나무데크과 키 낮은 동백 숲길 지나면 내리막 능선이고

너른 초원이 펼쳐진다.















섬의 서쪽 대항마을 앞 가익도와 비슷한 동쪽의 등가도가 바위로 솟구쳐 존재감을 알린다.

 









섬의 동쪽....저 푸른 초원위에 파고라 쉼터가 놓였다.










대항마을 뒷편으로 돌아왔다.





푸른 초원이다.

작은 섬에 넓은 초원이 있는 것은 과거 인구가 많을 때 화목으로 나무를 베어낸 데다

근래에는 개간해서 일구던 산비탈 밭을 묵혀둔 까닭이다.
덕분에 바다로 향해 시야가 트였다.

























맑은 날이면 대마도가 보인다는 파고라 쉼터에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늦은 점심도 해결한다.

























당금마을로 내려가는 초원길이다.

초지에선 염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해안변 기암괴석 등 절경이 눈을 즐겁게 한다.




















길은 걷기 편하다.

초원을 지나면 다시 동백나무 등 울창한 수림과 잡풀이 무성하고

잠시후엔 몽돌 해수욕장을 지나게 된다.















초원을 벗어나니 이름보다 이쁜 이질풀이 반긴다.










청색 물감을 풀어 놓은 것만 같은 몽돌해변.






섬을 한바퀴 돌아 당금마을이다.










국립공단은 통영의 6개 섬을 묶어 바다백리길을 만들었다.

미륵도 달아길, 한산도 역사길, 비진도 산호길, 연대도 지겟길, 대매물도 해품길, 소매물도 등대길로

 매물도는 그 중 5구간 해품길이다.

매물도의 마을, 산, 해안을 거의 모두 둘러볼 수 있다.


 



탐방로 구간 내내 가파르지 않고 완만해서 넉넉하고 편안하다.

걸음걸음마다 아름다운 비경이 펼쳐져 쉽게 지나치기가 아쉬울 정도다.

기암절벽과 몽돌해변, 동백터널은 물론 숲길과 초원도 번갈아 가면서 길동무가 되어 준다










몽돌 해수욕장을 지나면 옛 한산초교 매물도분교.

이 분교는 섬에서 가장 평탄한 곳에 자리 잡았다.

섬 주민들이 아이들을 가르치려고 1963년 학교를 직접 지었고

 42년간 섬마을 아이들의 꿈과 희망으로 가득했던 분교는 2005년 폐교했다고 한다.

이곳에서 백패킹이 가능하다고...




















마을 골목길로 내려서면 어부의집... 등 소박한 주민 이야기가 담긴 문패가 재미있다.

골목을 돌다보니 보건소를 지나 당금항으로 내려온다.










마을 한바탕 비가 쏟아진 후 햇빛 비추니 습도가 장난이 아니고 햇살이 따갑다.

해금강 전망대도...마을 골목길 유랑보다는 비와 땀에 젖은 몸을 닦고서 쉬고 싶어 뱃시간보다 1시간이르게 당금항에 이르렀다.

 














배 시간까지 시간이 많아 구판장에서 맥주를 사다가 배낭털이한다.

물이 부족해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불편한 자세로 앉아 시작했지만

바닷바람과 따가운 햇살을 안주삼아 술맛은 기가 막힌다.

술은 처량하게 마실 때 더 맛있는것 같다.










어유도가 방파제 역할을 하는 당금항을 빠져나와 거제도 저구항으로 돌아간다.





매물도는 적요하다.

섬에서 5시간 가량 있었지만 우리 일행 외에는 

당금항에서 대항마을 가는 길을 일러주시던 할머니 두분하고,

섬 일주후 구판장에서 가게일하시던 아주머니 한분,

선착장 관리하시는 한분 이렇게 네분을 만났을 뿐이다.

또 음식점도 없고, 차도 없다.

소란의 근원이 될 것이 없으니 당연히 소란스러울 까닭도 없다.

선착장에 섬사람과 뭍사람들이 들고 날 때 잠깐 인기척이 느껴졌다가

이내 특유의 적막감에 젖어든다.

그러니 이 섬은 관광지가 아니고 쉴수있는 섬이다.






바람과 파도가 만들어 바다를 품었다.

청정한 해역과 짙푸른 해안가로 이뤄진 섬은

자유로움과 편안함, 힐링이 된다.

한눈에 보이는 탁 트인 풍광과  푸른 바다에 일렁이는 물결,

자연 그대로의 해안길에서의  고즈넉함까지....

섬과 바다가 주는 행복이 가득한 여행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