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출산(813m, 영암)
달빛 내려앉았던 바위 능선 그 어디쯤..
산 입구에 서서 산을 올려다본다.
모처럼의 아침 맑은 햇살에 이 바위산은 노릿해졌지만
아직 푹익은 가을볕에도 무뎌지진 않았나보다.
몸체는 여전히 단단하고 깎아지른 봉우리는 변함없이 등등하다.
조금 더 보고 있으면,
............아름답다!!!
조선시대 매월당 김시습의 애를 태웠던, ‘호남 제일의 그림 같은 산’그 앞에 서 있다.
첫걸음도 떼지 않았는데 눈은 벌써 즐겁다.
영암의 달은 이 산에서 오른다고...
매월당이 그랬다.
그래서 월출산(月出山)이라고,
이 산 머리위로 영암의 달 뜨는 걸 본적이 있다.
오래전 여름휴가로 전라남도를 한바퀴도는 가족 여행 중
완도에서 나주로 가던 어두운 밤 길.......이었다.
완도 명사십리해수욕장에서 시간가는 줄 모르다보니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급한 운전을 하던 중 이었고
어두운 도로 조금씩 밝아오는 느낌에 고개 돌려보니....
아!!!
뾰족이 솟아난 바위봉우리위로 달 오른다.
약간은 괴기스럽지만... 달리던 차를 멈췄다.
그리고 이 산 머리 위로 뜬 달을 쫓아, 달빛 비춰 더 예뻐진 이산 기슭
천황사탐방센타 앞 ‘산꾼의집’에서 예정에도 없이 하룻밤 묵었다.
그 때, 산에 들기에는 상황이 버거워 그냥 바라보았다.
보름달 뜨는 산을 한참이나
그냥.....
올려다 보았었다.
2015. 11. 22. 일요일
10일정도 날씨가 흐리고 비가 오더니 오늘 하루 맑은 날씨다.
천황사탐방지원센타-장군봉-광암터-산성치-영암실내체육관.
약 7km...4시간40분소요.
나목 아래엔 낙엽이 쌓인 카펫이 깔려 있다.
해마다 그렇듯 '언제 왔나' 싶던 가을은 또 낙엽 위로 미련만 남긴 채 겨울과 교대할 채비를 한다
월출산에 든다.
천황사탐방지원센터 앞 거북바위를 지나 월출산으로 들어간다.
아직은 가을이다,
월출산의 겨울은 멀리 있는것 처럼 포근하다.
천황사터 못미쳐 우측 대숲으로 스며들었다.
이후부터는 길이 험하다.
전날 내린 비로 숲길은 미끄럽고
낙엽 쌓이고 물기 많은 바위 지르밟고 옮기는 걸음이 녹록지 않다.
경사는 견딜만하다.
잠시 헐떡거리다 고개를 들면......
아....
위협적이다.
해발고도는 높지 않지만
산세가 험하다.
시간 흐르고... 고도 높아지니 바윗덩이가 제대로 보인다.
월출산 구름다리가 사자봉과 매봉에 걸려 있다.
월출산은 상당히 입체적인 산이다.
시야의 각도를 조금씩 달리할 때마다 암봉의 모양이 달라진다.
같은 암봉이 어떨때는 산신이 되었다가 또 치솟은 창검이 되기도 한다.
월출산의 능선에서는 시선을 가리는 것들이 없다.
산줄기를 타고 가는 내내 시야에 거침이 없다.
바람이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간다.
바람은 오랜 세월을 견뎌낸 이 웅대한 바위들을 잘 다듬어 놓았다.
바람 맞으며 숨 헐떡이게 만드는 바위산을 오른다.
바위도 좋고, 구름다리도 멋지다.
사자봉이 거대하게 버티고 있다.
천황봉에서 사방으로 뻗은 실핏줄처럼 툭!!
선이 굵은산이다.
영산강 물길이 만든 영암의 너른 들판에 홀로 솟아 있는 산.
거친 바위들이 첩첩이 겹쳐 마치 맹렬히 타오르는 불길처럼 갈기를 세우고 있는 산.
밤마다 날카로운 갈기 위로 둥근 달을 토해 놓고는 그 빛으로 푸르게 물드는 산.
월출산이다.
여섯 개의 돌 봉우리가 열 맞춰 솟은 ‘육형제바위’는 기묘하다.
마지막 단풍이 절정을 지나 잎을 다 떨굴때 쯤
거친 바위들이 그려내는 선은 더 선명해지고,
아찔한 높이는 더 뚜렷해진다.
예전 달이 솟았던 암봉을 지나 그 뒤편
비밀처럼 숨겨져 있던 산성대능선이 30년만에 개방되었다.
30년간 탐방이 금지됐던 산성대입구~광암터삼거리 3.3km 중
산성대~광암터삼거리까지 1.5km를 개방하고, 기존 개방구간 1.8km도 부분 정비를 하여
2015. 10. 29. 개방되었다.
산성대에서 저 만치 천황봉까지 이어진 풍경이 몽환적이다.
구름걷히는 영암 들판은 산과 대조를 이뤄 아름답다.
옛날 이 산에 움직이는 바위 세 개가 있었다고 한다.
누군가 이를 밀어 산 아래로 떨어뜨렸는데 희한하게도
이 중 하나가 다시 제자리를 찾아갔단다.
이 바위가 영암(靈巖)이고 그래서 고을 이름이 영암이 됐다나....
백제의 학자 왕인박사, 신라말 승려 도선국사 등 훌륭한 인물이 이 고을서 많이 난 것도 다 영암 덕이라고,
......
초록에 이어 단풍까지 빛을 잃어가도
이 시간을 품은 온기로 인해
달빛 머금었던 이 바위 능선은 여전히 따사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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