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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야기/충남의산

덕숭산(수덕산), 낮은산 깊이 들어가기.

 

 

덕숭산(495m, 예산) 

 높이보다는 깊이를, 

 

 

 

명산(名山)에 대찰(大刹)이라 했다.
우리땅에는 대개 이름난 산의 명당 자리에 큰 절집이 자리잡고 있다.

 

생각보다 아담하고 평온한 덕숭산이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에 끼인 이유는?

산으로 따진다면 건너편 용봉산이나 가야산이 더 뛰어난데도....

 덕숭산은 수덕사 유명세의 덕을 보는 걸까?

용봉산 산행 http://blog.daum.net/bong-eun/112

 

 옛말에 ‘산이 높다고 다가 아니요, 선풍(仙風)이 있어야 명산’이라고 했다던데.

예산군 덕산면 사천리 덕숭산(해발 495m)은 이 말에 딱 들어맞는 산이다.

 

 

 

2014.  8.  24. 일요일 흐림

사천1리회관-기암능선-덕숭산-정혜사-미륵불-소림초당-수덕사

(약7.5km, 3시간15분소요. 점심포함) 

 

늦 장마다......

남부지방은 물난리다.

8월들어 주말마다 태풍이 내습하고..., 비가 내리고 있다.

 

비를 피하는 방법.....,

그냥 집에 콕~하거나, 비 안오는 지역으로 나가거나 둘중하나일테고, 

 

 

 

 

 ‘덕숭산’ 이라면 모르는 이 많다

그러나 ‘수덕사가 있는 산’이라고 하면 금세 알게 되는 수덕사를 간직한 수덕사 뒷산이다.

그래서 ‘수덕산’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덕숭산과 수덕사에는 이름에 얽힌 설화가 있다.

옛날 이곳 마을에 살았던 수덕 도령과 덕숭 낭자의 사랑에 얽힌 전설이다.

수덕이 어느 날 사냥을 갔다 덕숭이란 낭자를 보고 반해 청혼했지만 여러 번 거절당했다.

덕숭은 자기 집 근처에 절을 지어 달라는 조건으로 청혼을 승낙한다.

수덕은 절을 지었으나 낭자에 대한 연모 때문에 완성하는 순간 불이 나 전소됐다.

목욕재계하고 다시 절을 지었지만 역시 불에 탔다.

세 번째는 부처만 생각하고 절을 지어 결혼에 성공했다.

하지만 수덕이 덕숭을 끌어안는 순간 덕숭은 사라졌고, 그의 버선만 손에 들려 있었다. 그 자리는 바위로 변했다.

덕숭은 관음보살의 화신이었으며 이후 수덕사는 수덕 도령의 이름을 따고, 산은 덕숭산으로 이름 붙였다는 얘기다.

 

 

 

 

산행은 사천1리 마을회관에서 시작한다.

 

 

 

 

 

 

 

 

 

이정표나 시그널 없는 동네 뒷산으로 들어간다.

 

 

 

 

 

 

 

 

 걸어갈 덕숭산 능선

 

 

 

 

 

 

 

길 또한 산을 닮아 유순하다.

 

 

 

 소나무사이로 큰바위가 불쑥 나타나기도 하지만, 길은 평온하다.

 

 

 

 

 

 

 

 

 

 

 

 

 

 

 

 

덕숭산은 한반도 13개 정맥 중 ‘한남금북정맥’에 속한다.

속리산 천왕봉에서 충북을 지나 경기 안성 칠장산에 이른 한남금북정맥은 다시 ‘한남’과 ‘금북’으로 갈라진다.

칠장산에서 북서쪽 경기도로 올라가면 한남정맥이고, 남서쪽 충남 땅으로 흐른 산줄기는 금북정맥이다.

덕숭산은 육송이 많이 커서 잘 보이지 않지만 기암괴석이 많아 ‘호서(湖西)의 금강산’으로 불렸을 정도다.

덕숭산만 떼어 놓고 볼 때는 ‘수덕사 뒷산’ 정도로 조그마하고 밋밋하지만 예사롭지 않은 산이다.

정맥을 잇고 있는 산과 그곳에 자리한 절에 얽힌 깊은 얘기가 많은 탓일 게다.


 

 

 

 

 

 

 

 

 

 

 

호젓한 산길....가파르지도 않고 번잡하지도 않아 명상하기에 적당한 산길이다.

 

 

 

 

 

 

 

 

 

 

 

 

 

 

 

 저곳...덕숭산 주봉에 통신탑이 뿔처럼 서있다...

 

 

 

 

 

 

 

 

 

 

 

 

덕숭산은 한반도 13개 정맥 중 ‘한남금북정맥’에 속한다.

속리산 천왕봉에서 충북을 지나 경기 안성 칠장산에 이른 한남금북정맥은 다시 ‘한남’과 ‘금북’으로 갈라진다.

칠장산에서 북서쪽 경기도로 올라가면 한남정맥이고, 남서쪽 충남 땅으로 흐른 산줄기는 금북정맥이다.

 

 

 

 

 

 

 

 

 

 

 

덕숭산 정상에서 정혜사를 통해 수덕사로 내려간다.

내림길에는 바위위에 돌탑이 많이 놓여있다.

 

 

 

 

 

 

 

 

 

 

 

정혜사다.

 

덕숭산은 아담한 산세 곳곳에 유명한 암자들이 배치되어 있지만, 유명한 암자들은 도량으로 외부객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만공 스님이 수덕사 향운각 옆 암벽을 깎아 만든 덕숭산 관음상.  

 

 

 

향운각...출입금지다.

 

 

 

 

 

 

 

 

 

한국 불교의 수행 체계를 세운 만공 스님을 기리기 위해 만든 수덕사 만공탑.

 

 

 

 

 

 

 

 

 

소림초당 또한 출입금지.

 

 

 

 

 

 

  

 

수덕사 내려가기전 길가의 사면불

 

 

 

 

 

 

 

 

 

 

 

수덕사는 현존하는 유일한 백제 사찰로 백제 법왕 599년에 창건됐다.

1308년 고려 충렬왕 때 세워진 대웅전은 안동 봉정사 극락전,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과 함께 우리나라 대표적인 목조건축물로 꼽힌다.

정면 3칸·측면 4칸의 맞배지붕에 기둥 가운데가 불룩한 ‘배흘림 구조’를 하고 있다.

고려시대 건축이면서 백제의 미감이 잘 녹아든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보(49호)로까지 지정될 정도지만 그 흔한 단청 한 겹 입히지 않고 목재의 자연 결을 그대로 노출시킨 ‘단순함’이 또 다른 특징이다.

 

 

 

 

 

수덕사는 다비(茶毘) 사찰로도 유명하다.

스님들이 모두 수덕사에서 다비를 하고 싶어 한다.

불교계에서는 ‘금강산에서 출가하고, 묘향산에서 깨달음을 얻고, 지리산에서 깨달음을 전하고, 덕숭산에서 열반하는 게 행복이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김응로선생의 암각화......2점 

 

 

 

 나희덕 시인은 '산다는 일은 더 높이 오르는게 아니라 더 깊이 들어가는 것이라는 듯…'이라 했다.

산의 가치는 물리적인 높이가 아니라 심리적인 깊이일 것이다.

덕숭산도 그러하다.

높이는 495m로, 전국의 100대 명산 가운데 낮은 편에 속하지만, 
이 곳 덕숭산에는 백제 시대의 고찰인 수덕사가 있고, 덕산온천이 있다.

'덕'(德)을 높이 받든다는 의미의 산을 중심으로 모두 3개의 '덕'이 모여 있으니,

유유히 산길에서의 시간을 즐기며 덕숭산의 높이 대신 깊이를 음미했다.

소담하지만 깊이 있고 넉넉한 산행이기에,

 

 

 

 

 

속리산에서, 나희덕

 

가파른 비탈만이

순결한 싸움터라고 여겨 온 나에게

속리산은 순하디 순한 길을 열어 보였다

산다는 일은

더 높이 오르는 게 아니라

더 깊이 들어가는 것이라는 듯

평평한 길은 가도 가도 제자리 같았다

아직 높이에 대한 선망을 가진 나에게

세속을 벗어나도

세속의 습관은 남아 있는 나에게

산은 어깨를 낮추며 이렇게 속삭였다

산을 오르고 있지만

내가 넘는 건 정작 산이 아니라

산 속에 갇힌 시간일 거라고,

오히려 산 아래서 밥을 끓여 먹고 살던

그 하루 하루가

더 가파른 고비였을 거라고,

속리산은 단숨에 오를 수도 있는 높이를

길게 길게 늘여서 내 앞에 펼쳐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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