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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야기/부산의산

황령산:부산은 밤이다





황령산 (427m;부산)


幻想夜行.







북쪽 금정산에서 남쪽 백양산까지 종주하다 보니

남쪽 바닷가 가까이 황령산이 보였다.

해발 427m로 높지는 않지만,

정상에 오르면 광안리 앞바다와

한눈에 펼쳐지는 부산시의 전경을 볼 수 있을 것 같아

금백종주로 혹시 뭉쳤을 근육도 풀어 줄 겸

황령산을 오른다.





2019.    3.    31.    일요일

금련산역-남천동(중앙교회)-금련산-황령산-사자봉-갈미봉-부산남구도서관 : 8km





황령산이란 이름이 동국여지승람에는

누를 황(黃)자를 써서 황령산(黃領山)으로 표기해 놓고 있으나

 동래부읍지(1832년)에는 현재처럼 거칠 ‘황(荒)’으로 기록해 놨다.

황령산은 동래가 신라에 정복되기 전 동래지역에 있었던 부족국가인

거칠산국(居漆山國)에서 온 것으로 보고 있다.

거칠산국에 있는 산으로 ‘기츨뫼’라 했던 게 한자화하면서

거칠 황(荒) 고개 령(嶺)의 황령산이 된 것으로 전해진다고 한다.





황령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여러 갈래다.

그 중 금련산 역에서 출발하여 활짝 핀 벚꽃터널로 금련산을 오르고

황령산에서 부산 광안리와 부산항 야경을 즐긴 후

 사자봉으로 내려오는 길을 잡았다.








남천동에서 출발하여 편백숲을 지나면 벚꽃세상을 만난다.

금련산 벚꽃은 만개했다.














벚꽃에 취해 걷다 어느순간 바다로 난 숲이 끊어진 곳에

광안대교가 바로 내려다 보인다.











금련산 아래 정자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헬기장을 돌아 정상에 오른다.

벚꽃나무를 일렬로 심어 놓았는데

이곳만 만개하지 않았다.











금련산정상 가는 길에

진달래도 반짝이고

개별꽃도 잔뜩 피어났다.











금련산은 연꽃을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지나는 부산분들이 예전엔 정상석이 있었다고 하시는데..

지금은 정상석이 없어 아쉽다.








고운 저녁햇살에 진달래와 벚꽃이 어울리고

새로 돋아나는 연두빛 잎사귀가 예쁘다.

여기도 봄이고 저기도 봄이다.

















통신사 중계탑으로 출입이 통제된 금련산(403m)정상 아래로

벚꽃이 만개한 도로가 굽이굽이 이어지고

산정엔 진달래가 가득하다.














황령산 정상(427m)

거칠 황에 고대 령자를 쓰는데, 령자에는 산봉우리란 뜻도 있으니

우리말로 번역하면 거친 메가 된다.











바람이 제법 강하다.

다행이 황령산 정상에는 쉼터가 있어

따뜻한 커피와 컵사면도 팔고 창밖으로 야경도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창가에 앉아 해가 지기를 기다리며 간단히 요기도 한다.





7시

해는 서쪽으로 넘어 간 시간에

쉼터에서 벗어나 봉수대로 간다.

봉수대에서는 광안리는 잘 보이질 않지만

서쪽 어제 걸었던 금정산-백양산이 붉은 노을을 따라 흐르고 있다.








해가 지고난 이후의 황령산은 걸어서 찾는이는 많지 않은 모양이다.

대구의 앞산은 밤 늦도록 오르고 내리는 이들이 많은데

사자봉으로 향한 산길은 조용하고 찬바람이 거세다.








사자봉

큰 바람이 부는데도 상쾌하다.

광안대교는 가깝고 부산항대교의 야경은 화려해 눈길을 사로잡는다.







바람고개를 지나며 잠시 고민하다가 직진하면

선풍정 정자가 있는 갈미봉(262m) 정상에 올랐다.

작은 정상표지 카메라에 담고 정면으로 내려가면 임도를 만나

임도를 따라 이어지면 남구도서관에 닿을수 있다.

임도에서 산중 벚꽃이 얼마나 화사하던지

렌턴을 들어 자주 하늘을 향해보게 된다.





밤을 걷는 황령산에서

광안대교는 물론이고

도시 속 오밀조밀한 건물들과 그 사이를 지나는 자동차들의 불빛을 바라보고 있자면

자연의 거대한 힘에 맞서온 인간의 저력 같은 것도 새삼 느끼게 되고

붉은 노을이 깔리는가 싶다가 이내 수많은 별들이 뿌려진 것처럼

도시 곳곳이 반짝이기 시작하면 아늑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별, 산, 바다와 꽃,

그 사이로 반짝이는 도심의 불빛들까지….

하나의 풍경 속에서 조화를 이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