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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야기/산 이야기

해남 달마산....땅끝 향한 용트림.





달마산(489m, 해남)

 땅끝, 남쪽 바다를 향한 작은암자 한채. 




한반도의 마지막 땅을 지나는 해남은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다.

해남에서 마지막 산 줄기 하나

별뫼산과 두륜산을거쳐 땅끝으로 향하며 솟구쳐 놓은 바위산이 달마산이다.

땅 끝에있는 사자봉을 제외하면 땅끝과 가장 가까운 산군이며,

제주도에서 가장 가까운 육지의 마지막 산이 되어 한라산과 마주하며 해남반도 바닷가의 멋진 조망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



2016.  9.  25. 일요일

흐리지만 모처럼 비오지 않는 일요일이다.

미황사-달마산 불썬봉-떡봉-도솔암-마봉리


거리에 비해 암릉이 많아 시간과 체력 소모가 큰 산길이다.

직선으로 쭉 뻗은 능선을 북쪽에서 남쪽으로 걷는다.

단순하지만 바윗길이 많고

산길에 쌓인 바위는 제법 미끄럽다.



미황사.

동백나무 숲을 따라 걸어 올라가면,

병풍처럼 둘러싼 달마산의 품속에 안온하게 자리 잡은 절집.... 첫눈에 반하게 된다.



미황사는 달마산 서쪽 자락에 위치한 천년고찰로서,

신라시대 의조스님이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설화에 따르면 신라 경덕왕 8년에 돌배 한척이 땅끝 마을 사자포구에 와서 닿았다.

배 안에서 천악범패의 소리가 들려 살펴보려고 가까이 가면 번번히 멀어져갔는데,

의조스님이 기도를 올리자 돌배가 바닷가에 와서 닿았으며 배 위에는 주조한 금인(金人)이 노를 잡고 서 있었다.

그날밤 의조스님의 꿈에 금인이 나와 말하기를

"나는우전국(인도) 왕으로서 경전과 부처님을 모실 곳을 구하고 있는데,

소에 경을 싣고 가다 소가 누워 일어나지 않는 곳에 성상을 봉인하라"고 일렀다.

배에서 나온 소 등에 경을 싣자 소가 한 번눕더니 벌떡 일어나 다시 걷다가 달마산 산골짜기에 이르러 누워 일어나지 않았다.

이에 소가처음 누운 곳에 통교사를 짓고 영영 누운 곳에미황사를 지었다고 한다.

미황사의 '미'는 소의 울음소리에서 따왔고, '황'은 금인의 황금빛에서따온 것이라 한다.



해남군의 지도를 보면

달마산의 위치는 반듯하게 땅끝을 향해 내달리고 있다.

그 길쭉한 직선의 산등성이가 땅끝 수km를 남기고 지평선으로 가라앉는다.

땅끝이라는 곳이 생기려면 산이 바다에 빠져야하니 

그 마지막 용트림에 알맞은 높이와 산세를 지닌 산이다.


이 산을 종주하고자한다면 송촌마을에서 바람재로 올라야 하지만

이동거리가 길었고,

아름다운 미황사를 지나치기가 못내 아쉬워

들머리를 미황사로 해서 오른다.



미황사 옆 동백숲을 지나는 오솔길을 따라 달마산을 오른다.

완만하던 오솔길이 조금씩 고도를 높여감에 따라 경사가 제법 가팔라지면서 점차 오솔길은 사라지고 바윗길이 모습을 드러낸다.

바위들과 나무뿌리가 계단 형태로 이어지다

문득

길 오른편으로 밧줄 한줄...

그 위에 바위 하나가 툭 튀어나와 있다.

바위위에 서면 달마산 품에 오롯이 담긴 미황사가 시선을 사로 잡는다.












로프와 암릉이 나타나면 곧 정상이다.

돌무더기가 쌓여 만들어진 정상은 사방이 트여 전후좌우를 나눌 것 없이 바람이 시원하게 분다.

돌무더기 위에 서면 남해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왼쪽으로 완도가...오른쪽으로는 진도 앞 바다의 푸른 물결이 저 멀리까지 하늘과 맞닿아 경계를 허물고,

오밀조밀하게 박힌 섬들이 수채화를 그려놓는다.

달마산은 바다와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알맞은 위치에 몸을 키웠다.


달마산 정상에서 땅끝 방면으로 흘러가는 능선은 공룡의 등짝처럼 오르내리며 이어진다.

가파른 구간이 길게 이어지는 곳은없지만

내리고 오르는 바위들의 크기가 만만치 않게 커서 힘을써야하는 지점이 제법 많다.



높이가 489m의 달마산은 능선을 따라 걷게되면 좋은 품세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금방 알수 있는 산이다.


 달마산 정상에는 2~3m 높이의 돌로 쌓은 봉수대가 있다.

예부터 봉화를 피웠던 봉우리였기에 불썬봉이라 불렸다.

‘불 켜다’를 ‘불 써다’라고 하는 이곳 사투리에서 비롯되었다.



도솔봉까지는 5.2km,,,,,,,,

높이와 거리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이산에서도 느끼게 된다.

길 가운데 암릉이 버티고 서 힘자랑하며 산객의 발걸음을 무디게 하고

암릉 사이의 틈마다 바람이 불어와 헐떡이는 땀을 닦아 주며 쉬어가게 만든다.












이젠 산 능선을 따라 남쪽으로 걷는다.






능선 좌우로 빠지는 길을 알리는 이정표가

문바위, 대밭삼거리....하숙골재에서 나있다.


문바위는 집채만한 바위들이 서로 몸을 기대고 있는 가운데에 작은 통로가 있다.

상체를 숙이거나 몸이 큰 사람은거의 앉아서 걸어야할 정도로 좁고 불편한 문이지만,

달마산 기암괴석의 한 중앙을 관통하는 맛이 있다.





































































한참을 걸었는것 같지만

점심시간포함해서 2시간50분정도 대밭 삼거리에 이르렀다.













































거리에 비해 산행의 진행이 더디다.

하지만 불썬봉의 화려한 경치를 미리 보아서인지

서서히 발걸음이 빨라진다.



하숙골재삼거리에 닿기전부터는 길이 유순하게 바뀌고

속도가 붙는다.






떡봉 직전의 하숙골재,

산 아래 계곡이 하숙골이 아닌 화수골이어 화수골재가 정확한 이름이라고 한다.


















떡봉.

시원하진 않지만 경치가 터진다.

아직도 산은 여름마냥 푸르다.

다만 계절갖은 색깔의 가을꽃들이 쉼표 역할을 한다.

철탑이 솟은 도솔봉이 다가오자 떡처럼 누그러졌던 산의 흐름이 다시 거친 바위산의 풍모를 되찾는다.


바위능선을 헤쳐온 지친 산객들은 물이 떨어진 모양이다.

가을이려니 하고 찾은산, 늦더위에 타는 목마름을 견디지 못하고 애처롭고 물을 나눠주길 갈망한다.

.......여유가 많질 않아

조금만 마눠주고 마지막 도솔봉으로 오른다.



도솔봉이다.

호남정맥에서 갈라져 나온 땅끝기맥으로

바다로 가라앉기전 마지막 힘을 짜내 달마산이라는 수려한 암릉줄기를 빚어내고

도솔봉과 사자봉을 지나면 해남 땅끝에서 맥을 다하게 된다.












도솔암에 이르러

병풍 속으로 들어간다.

뾰족하고 날카롭고 깎아지른 듯한 온갖 바위들 사이를 지나

…. 저 아래로 땅끝과와 다도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시야가 그리 좋지 않은 날이었는데도, 눈이 시원해지고 답답하던 가슴이 뚫렸다.






달마산의 남쪽 끝자락에 아름다운 암자,

도솔암이 있다.






도솔암을 가장 잘 볼수 있는 곳을 찾아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며 도솔암을 사진기에 담는다.

이 능선 길 끝에..... 이런 절도 있구나.

한동안 바라보게 되는 암자다.

깎아지른 바위와 바위 사이를 돌로 메워 조성한 터에 들어선 작은 암자 하나.

그 소박하면서도 신비로운 모습이라니.

어찌 보면 허공에 떠 있다.

신라의 의상대사는 무슨 뜻을 품고 이 험한 곳에 절을 지었을까?

절 마당에서 내려다보는 세상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

산자락 끝에서 펼친 들판은 사람 사는 마을을 품고 달려가다 바다 앞에 멈춰서있으니,






















‘山’이란 한자처럼 솟았다.

성벽처럼 뻗은 산줄기다.

땅끝기맥답게 백두대간의 마지막 기운까지 짜내어 땅끝으로 돌진하는 산줄기다.


달마가 기다릴것 같은 암릉을 넘어 날등에 올라서면

흘러가는 능선이 힘차게 꿈틀거리고

쭉 늘어선 흰 바위능선에 퍼질고 앉아 마음을 잡는다.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모른다.

그러나

높은 산만이 최고가 아니며, 낮은 산도 그만한 아름다움에 이룰 수 있다는 건 알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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