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봉(문재산931m, 거창)
미녀의 매력에 잠기다.
아득한 옛날 경남 거창군 가조면과 합천군 묘산면 일대는 바다였다.
어느 날 한 장군이 탄 나룻배가 파도에 휩쓸려 표류하고 있었다.
하늘에 있던 옥황상제가 장군을 불쌍히 여겨 딸 중에서 가장 도력이 뛰어난 맏딸을 땅으로 내려 보냈다.
"가서 그를 구하라!" 아비의 명을 받은 딸은 무사히 난파 직전의 배에서 장군을 구했다.
이때 장군은 아름다운 천녀(天女)에게 마음을 빼앗겨 프러포즈를 했고,
둘 사이에 불같은 사랑이 싹트기 시작했지만 옥황상제 가슴 속에는 노여움이 불길처럼 타올랐다.
대로한 옥황상제는 "괘씸하다. 너희 둘은 영원히 산으로 누워 있으라"는 형벌을 두 사람한테 내리고 만다.
그때 돌산으로 된 장군이 누운 봉우리가 우두산 서쪽 능선에 있는 장군봉(956m·경남 거창군 가조면)이고,
이 장군봉에서 동남쪽으로 7.7㎞쯤 떨어진 곳에 장군이 사랑한 천녀가 하늘을 보고 누워 있다.
바로 미녀봉(문재산·931m)이다.
2015. 2. 7. 토요일
날씨 포근한 날
오도산자영휴양림-말목재-유방봉-미녀봉-오도산자연휴양림
천천히 놀며 쉬며 3시간50분
산행 들머리는 오도산 자영휴양림 취사장 뒷편에 산길이 나있다.
말목재로 오르는 등로는 경사도 완만하고
소나무가 많다.
말목재부터 미녀봉 주능선을 탄다.
거창군 가조면과 합천군 봉산면이 능선을 경계로 나뉜다.
말목재에서 20여 분 외길을 걸으면 744봉 전망대다.
잠시 서서 미녀봉을 바라본다.
암릉으로 이루어진 유방봉이다.
미녀봉은 한마디로 아기를 밴 듯 배가 부른 여성이 누워있는 형상이다.
서쪽인 머리에서 동쪽 하체까지 상세히 묘사하면 이렇다.
황강의 지류인 가천을 향해 긴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채
단아한 이마, 새까만 눈썹, 오뚝한 콧날, 헤벌린 입, 또렷한 턱과 목을 거쳐
볼록 솟은 젖가슴 아래로 아기를 잉태한 듯 볼록한 배의 모습은 여러 개의 산봉들이 빚어낸 대자연의 걸작으로 손색이 없다.
첩첩산중인 경남 거창의 가조면은 사방이 천하의 명산들로 둘러쳐진, '산 좋고 물 좋은' 고장이다.
북쪽으로는 비계산(飛鷄山·1130m)과 신선봉(1088m), 우두산(1046.3m)과
그 자락의 의상봉(1032m), 장군봉(956m) 등 우람한 근육질을 자랑하는 골산들이 병풍처럼 도열해있다.
또 서쪽으로는 보해산(911.5m), 금귀산(837.0m), 박유산(712.0m) 등이 봉긋 솟아있고,
남쪽과 동쪽으로는 합천군과 경계를 이루는 숙성산(900m), 미녀봉(931m), 오도산(1120m), 두무산(1036m)이 도열해 있기도 하다.
그 가운데 분지를 이루는 평야는 '가조들'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이 고장에 가면 수십 개의 산행코스 중 입맛대로 자신의 마음에 드는 산을 골라 오르면 된다.
미녀봉 오른쪽으로 하늘이 열린 곳에 오도산 줄기가 오롯하다.
산정의 민간 통신 시설이 멀리서 보니 철로 만든 '성곽' 같다.
가조들판 너머에 비계산과 돌탑봉 그리고 그 뒷편 우두산과 장군봉이 우뚝 솟아 있다.
오도산 자연휴양림 중간쯤
"소원을비는 다산나무"라는 안내판과 함께...
미녀봉은 바위로 이루어진 봉루리가 몇 개 있지만 전체적으로 순한 오름과 내림길이다.
다른 산들과 다르게 참나무보다는 소나무가 많아 솔가리도 풍성해 길이 푹신하고,
여유롭게 산책하기에 적당한 산이다.
그렇다면 건너편 암릉질의 장군봉과 우두산은 어떨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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