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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철쭉 2022_5_28

 

 

 

           그 사람              정호승

 

     겨울 아침에 나무가 햇살을 등지고

     무심히 자기의 그림자를 내려다본다

     한 사람이 나무의 그림자를 밟고 지나간다

     또 한 사람이 나무의 그림자를 밟고 지나간다

     바삐 지하철역 쪽으로 걸어간다

     수많은 사람들이

     나뭇가지에 앉은 새의 그림자를 짓밟고

     서둘러 버스에 오른다

     오직 단 한 사람만이 천천히 나무 속으로 걸어들어가

     아예 나무의 그림자가 되어버린다

     그 사람

     봄이 되면 꽃으로 피어난다고 한다

     광화문 백목련으로 먼저 피어나고

     소백산 철쭉으로 무더기로 피어나고

     부석사 무량수전 앞마당의

     키 큰 접시꽃으로도 피어난다

 

              정호승 시집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중에서

 

 

 

소백산 철쭉이 피었다

몸도 마음도 고단한 시간을 견뎌

길섶에 피어난 철쭉이

그 사람을 만난 듯 반갑다.

 

 

그 사람

     봄이 되면 꽃으로 피어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