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반도 둘레길,
파도소리 따라,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2,3구간 13.3km
몽돌과 파도, 바람까지..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선바우길~하선대~흥환리해수욕장
~장군바위~구룡소~대동배1리~산길~대동배2리~월보 서상만 시비
13.3km ; 4시간 4분소요
호미반도 해안둘레길은
한반도 동쪽 땅끝 호미곶의 지형적 상징성과 해양관광자원을 연계해
호랑이 꼬리 부분에 해당하는 영일만을 끼고
동쪽으로 쭉 뻗어 나와있는 동해면과 구룡포읍,호미곶면의
해안선 58.3킬로를 연결하는 트레킹 로드다.
절벽과 파도로 인해 접근이 어려웠던 일부 구간을 나무데크로 연결하였고,
한반도 최동단 지역으로 해안을 따라 기암절벽과 찰랑이는 파도소리을 들으며
걸을 수 있는 길이다.
포항시가 2015년부터 58억원을 들여 둘레길 조성에 나서
2017년에 청림동에서 호미곶 해맞이 광장까지 25㎞를 개통한 해안둘레길로
1구간, 연오랑세오녀길(청림동∼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6.1㎞),
2구간, 선바우길(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흥환해수욕장, 6.5㎞),
3구간, 구룡소길(동해 발산1리∼구만리 어항, 6.5㎞),
4구간, 호미길(호미곶면 구만리∼호미곶 상생의 손, 5.3㎞)로
갑자기 차가워진 날씨에 2구간과 3구간을 걷는다.
2018년 마지막 산행을 산이 아닌 해안 둘레길을 걷는다.
바다로 가는 경우는 낙동정맥 419㎞ 산줄기를 내달려
부산의 몰운대 모래사장을 걷거나,
금북정맥 280여㎞가 끝나는 충남 태안반도 안흥진 모래사장에서
의식을 치르듯 발자국을 꾹꾹 눌러 찍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바다로 간다.
바람이 세차다.
바다가 얼어있다.
선바위를 지난다.
평택임씨가 처음 마을을 개척할 당시
마을 앞 해안에 높이 6m 가량의 우뚝 선 바위에 연유하여
입암리란 마을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반대편에서 바라보면 그 모양이 꼭 남성을 상징한 모양으로 남근바위라는 이름이 붙었다.
선바위 이후로는
침식으로 절벽을 이룬 바위지대다.
힌디기
옛날 성이 노씨인들이 처음 정착하여 살 때 흥하게 되라는 뜻으로
흥덕에서 음이 변하여 힌디기라 불려 졌다고 하고,
이곳의 큰 구멍이 있는 흰바위 앞에서 소원을 빌면 부자가 된다는 전설이 있다.
하선대
옛날 용왕이 매년 칠석날 선녀들을 초청하여 춤과 노래를 즐기곤 하였는데
용왕은 그 중 얼굴이 빼어나고 마음씨 착한 선녀에 끌려 왕비로 삼고 싶었으나,
옥황상제가 허락하지 않아 용왕은 황제의 환심을 사기 위해
바다를 고요하게 하고 태풍을 없애는 등 인간을 위하는 일을 하자
황제가 감복하여 선녀와 혼인을 허락하여
용왕과 선녀는 자주 이곳에 내려와서 행복하게 시간을 보냈다는 전설이 있다.
먹바우(검둥바위)
해안가 곳곳에 잇는 바위에 각각의 이름을 붙여놓았다.
조금더 지나면 비문바위도 물개바위도 나올테고
저 만치 끝지점엔
모아이석상을 닮은바위까지 있다.
바람도 거세고, 파도도 높고
날씨도 차다.
해변을 걷는다.
마을을 지나다보면 몽돌이 깔린 해안길이 이어진다.
주먹만한 몽돌에서 축구공 크기의 돌들이 깔린 길.
파도에 쓸리며 내는 잘그락거리는 소리가 귀를 간지럽힌다.
거센 바람이 불어온다.
바다로 난 테크길을 걷다가 바람이 불고 이내 밀려오는 파도가 크다 싶으면
물보라를 일으켜 피해가야만 한다.
파도가 넘나드는 해안선을 따라 자연석을 깔아 두어 걷기 편한 구간도
바다로 난 테크길도 있고,
또 자연에 가깝게 길을 내어 둔 구간도 있다.
다시 해안을 따라 난 길로 내려서서 몽돌 길을 따른다.
절벽을 이룬 모퉁이를 돌아나가는 구간에 퇴적암이 침식에 의해 파이고 깎였다.
바다와 경계를 이루는 해안에는 형상이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널려있다.
작은 포구에 어구는 쌓여있고
이름모를 물고기와 과메기 말리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절벽을 이룬 바위를 오른쪽으로 크게 돌아나간다.
절벽과 바위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길이 나있다.
절벽을 돌아나가니 바위가 바람을 막아준다.
작은 언덕을 넘어 다시 해안으로 내려서면
너덜과 같은 길이 이어진다.
바람이 잠잠한 곳
쉬어갈수 있어 좋다.
산길을 돌아 작은 언덕을 넘는다.
아래가 아홉 마리의 용이 승천했다는 구룡소인데
승천하면서 뚫어진 아홉 개의 굴이 남아있다고 한다.
작은 포구 마을인 대동배 1리 마을 앞이다.
대동배보건진료소를 지나 교회앞에서 산길로 대동배2리마을로 이어진다.
산길을 넘는다.
대동배2리 마을을 지나 다시 해안으로
저멀리 모아이석상을 닮았다는 큰 바위를 찾아간다.
암벽 앞 얕은 바다 위에서
이스터 섬의 모아이상을 닮은 바위를 만날 즈음
길 왼쪽으로는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와 푸른 동해의 풍경이 펼쳐지고,
오른쪽으로는 기암절벽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추위 탓에 고드름이 매달려 있는 길은
한 굽이를 돌 때마다 보는 맛이 색다른 해안둘레길을 따라 걷다 보면
거친 파도가 끓어 넘치고,
암초에 부서지는 흰 포말의 파도는 쳐다보면 볼수록 빨려든다.
여전히 바닷길은
겨울이어서 그런지 더 투명하고 맑다.
전체가 한덩어리의 모아이 석상인가 싶어 유심히 보니
중간쯤 모아이석상을 닮은 바위가 툭 튀어 나온다.
호미반도 둘레길3구간도 이 바위를 돌아가면 끝이난다.
곧 해안길은 버스가 다니는 찻길을 만나고
이것이 호미반도 둘레길 3코스 끝이자 4코스 시작점이다.
이 끝에 시비가 하나 서있다.
버스로 호미곶 해맞이광장으로
양광모 시인의 “사람이 그리워야 사람이다”라는 시가 있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니
따뜻한 것이 그립다
따뜻한 커피 따뜻한 창가
따뜻한 국물 따뜻한 사람이 그립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조금이라도
잘 하는 것이 있다면 그리워하는 일일 게다
어려서는 어른이 그립고
나이 드니 젊은 날이 그립다
여름이면 흰 눈이 그립고
겨울이면 푸른 바다가 그립다
(후략)
겨울 바다는 동해다.
겨울의 동해는 여름 바다와 달리 날 선 바람이 살갗을 파고들지만
그래도 가슴을 뻥 뚫리게 하는 마력을 지녔다.
여름보다 더 색깔이 짙고 푸른 바다,
암초와 해안절벽에 부서지는 흰 포말의 파도를 마주하다 보면
쓸쓸하지만 눈부시기가 이를 데 없다.
텅 빈 마음속으로 낭만과 고독,
위로와 희망이 시나브로 스며들고,
따뜻한 커피와 국물이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