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장산(598m, 대전)
벼랑위 피어난 구절사 가는 길,
구절사는...... 봄에 아카시아향기 날릴때 그때 가보고 싶었다. 산이 그리워서라기 보다 독수리봉 아래 천길 벼랑에 피어있는 한 떨기 구절초 같은 절, 구절사가 그리워서 가는 거다. 2015. 5. 16. 토요일 맑은날씨 세천공원-합수곡-구절사-독수리봉-망경재-식장산-행글라이더장-임도 오솔길을 천천히 걸어가노라면 아침 이슬 머금은 풀 한 포기도, 햇살 따뜻한 나무 한 그루도 졸졸졸 흘러가는 계곡물 소리도 삶의 위안이 된다. 구비구비 돌아가는 산길이 고즈넉해서 좋고 봄의 신록이 좋다. 산허리 돌다보니 자연동굴이 있다. 냉동실처럼 시원한 굴 안에는 박쥐가 서식하고 있다고 하던데..... 아무것도 없는 듯하기도 하고, 다시 또 오솔길.... 독수리봉(580m) 북동릉 능선 마루 삼거리에 닿습니다. 여기서 내리막길로 300미터 가량 내려가면 독수리봉 아래 깎아지른 듯한 절벽 아래 구절사가 있다.
식장산 독수리봉 아래에 자리 잡은 작은 암자 구절사는 속리산 법주사의 말사이다.
행정구역상으로 옥천군 군서면 상중리에 속한다. 절 위 독수리봉 옆에 거북 모양의 바위가 놓여 있어 영구암이라 불렀다 한다. 조선시대 말에 폐사되었다가 일제 말기 다시 신도들에 의해 재건되면서 절의 이름을 구절사로 고쳐 부른 것이다.
조선 태조 2년(1393년)에 무학대사가 이곳을 살피고 산세가 훌륭하여 인물이 배출될 지세라고 하여 이곳에 절을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구절사 가는 길은 각자(覺者)의 길이다.
느긋한 산길을 걸으며 마음이 청정해져서일까,
갑자기 나타난 달랑 기둥 두 개만 세워진 일주문을 보며 반가움이 솟는다.
일주문을 지나고 더 깊숙이 들어서면
또 하나의 문이 기다린다.
이 구절사에 와보고 싶다는 건 암자의 소박함과
구절사 가는 오솔길의 그윽함이 있다고 해서다.
구절사는 차로 쓱 들이밀 수 있는 곳에 있지 않고.
어느 길을 택하더라도
오솔길을 굽이 돌고 굽이 돌아서야 구절사에 닿을 수 있다.
한 구비 돌 때마다 한 생각이 일어났다 스러지고,
길이 길수록 나그네의 마음은 그윽하고 깊어진다.
산길을 걷는 동안 찌든 마음이 절로 청정해져서 산문에 들게 된다고 하던데
팔공산 오도암처럼 외딴 산 속 암자만이 가질수 있는 장점이다.
깍아지른 벼랑 위 오른쪽 칠성각에 먼저 들렀다가
산신각으로 간다.
독수리 요새처럼 강렬한
구절사를 나오면서
구절사...구절암,,,
어느것이 더 어울릴지는 모르지만,
굳이 사(寺)자를 써서 크고 높여 부를 이유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세상을 살다 보면.
이름이란게 어떤 때는 위안이 되기도 하지만,
크고 높여 부른 이름으로 공허하기도 하단걸 느껴지게 되는 때가 있던데...
식장산에는 산중 매점이 많다.
비닐 움막을 지어 놓고,
간단한 탁자와 자리를 배치하고
막걸리부터 간단한 요기까지....
구절사의 깨끗함과 그리움이 어느순간 사라져 버렸다.
산과 산..멀리 겹쳐 있는곳에 서대산이 있다.
식장산은 백제시대 성을 쌓고 군량을 저장해 신라 침공을 방어하던 요새였다는 기록에서 식장산이라 했다는 설과
먹을 것이 쏟아지는 밥그릇이 묻혀 있다 하여 식기산 또는 식장산이라고 불렀다는 설이 있다.
어찌되었던지 포만감이 풍요의 땅에 우뚝 솟아있는 것을...
식장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산들의 너울거림은 한폭의 수묵화를 보는 듯 몽환적이다.
우후죽순처럼 서있는 통신탑의 사열이 좀 그렇지만 그또한 담백하다고나 할까.
식장산 행글라이더장에 서면 대전시가지와
대청호가 바로 앞에 내려와 있다.
언젠가 야간에 다시 한번 올라와야 겠다.
낮에보는 대전과
또 다른 모습의 밤 대전을 그리며...
다시 주말,
맑은 빛이 뚜욱 뚝 떨어지고,
아카시아 향 날릴때
그때 쯤
독수리봉 아래 구절사가 궁금했다.
연두빛 봄과,
향내 짙은 꽃과,
산들 바람과,
자꾸만
잊혀져가는 기억을 쫓아
천길 벼랑위 피어난
한떨기 구절초 같은
구절사가
이렇게
보고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