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산
수도산
백두대간과 이웃 봉우리의 물결
2020. 02. 09. 일요일
심방마을_흰대미산_양각산_시코봉_수도산_구곡령_심방마을 12.8km
귀차니즘이 재발한다.
산에 갔다온 며칠 뒤면 산행사진도 확인하고 산행기도 올리는데,
아직 올리지 못한 산행지도 많고, 글도 쓰기 싫고
암튼 귀차니즘인지, 아님 내가 바빠진건지...
심방마을에서 흰대미산으로 먼저.
제법 산길은 잘 놓여있지만 차가운 날씨에 길을 얼어있고
아홉사리고개를 지나면 능선길이라지만 여전히 급경사다.
거창에는 해발 1000m 이상의 고봉만 25개가 있다.
지도를 보면 군 전체가 사방팔방으로 거대한 능선의 물결을 이룬다.
무주와 경계를 이루는 북서쪽에는 백두대간이 내달리고,
함양과 접한 서쪽엔 월봉 금원 기백산이 장벽을 이루고,
김천과 맞닿은 북동쪽에는 수도산 단지봉 좌일곡령 두리봉이 가야산을 넘보고 있다.
합천과 이웃한 동쪽은 우두산 장군봉 비계산 오두산 등이 키재기를 하고 있고,
최남단에는 거창양민학살사건 추모공원 뒷산인 월여산과 감악산 등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흰대미산(1018m), 양각산(1150m), 시코봉(1237m), 수도산(1317m)로 모두 해발 1,000m가 넘는 봉우리다.
처음 오른 봉우리 흰대미산(1018m)
정상석은 흰덤이산이라고 쓰였고 흰 돌무더기산이라 했다.
남사면은 눈이 녹았지만
북사면은 눈이 쌓이고 제법 많이 얼어있다.
양각산의 양각(兩角)은 두 개의 쇠뿔을 의미한다.
실제로 멀리서 보면 쇠뿔 형상의 암수 자웅형태로 우뚝 솟아 있고
정상은 사방팔방으로 확 트인 1150m로 백두대간 마루금과 주변의 걸출한 봉우리들을 보기에 좋다.
옛 이름은 금광산이라고,
양각산에서 동쪽으로 단지봉과 좌일곡령이 입맛을 다시게 한다.
여전한 미답지로 남아있는데,
올해안으로 해결하고 싶어진다.
능선엔 눈이 많이 쌓였고 다니는 이도 거의 없으니
아이젠을 차고 조심히 이동한다.
능선길을 내달리기도 하고
크고 작은 암봉과 암릉길을 에돌고 넘는다.
좌일곡령과 단지봉 사이로 돌불꽃 가야산도 모습을 드러낸다.
큰 암봉으로 올라서면 소의 코를 닮았다는 시코봉(1237m)
왼쪽은 우두령재에서 올라오는 길, 오른쪽 수도산으로 간다.
눈이 깊다.
눈이 깊은 만큼 체력도 떨어지고, 시간도 늘어난다.
멀리 있기만 하던 수도산이 가까워 지고
우측 봉우리 돌탑이 보인다.
수도산(1317m). 정상석 뒤로 대형 돌탑이 서 있다.
조망은 더 넓어져 북쪽 민주지산, 남쪽 양각산, 남동쪽으로 좌일곡령 단지봉 가야산이 펼쳐진다.
하산은 단지봉 방향으로 진행하다가 구곡령에서 심방마을을 내려선다.
사실 구곡령에서 수도마을로 진행 할수 있는 길이 있는지 궁금했다.
누군가 수도마을에서 수도산을 오른 후 구곡령에서 내려섰다고 하길래...
하산도중 뒤돌아보면 수도산과 이어지는 기암절벽이 무척 아름답지만
늘 수도산을 찾을때마다(겨울철) 가장 위험한 곳이기도 하다.
본격 하산길.
구곡령에서 심방마을 3.9km가 놓여있는 반대쪽으로 시그널이 많이 나부낀다.
수도마을로 내려설수 있는 작은 소로도 보이고
산에도 산마다 어울리는 계절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봄에 좋은 산이 있고, 여름에, 가을에, 겨울에 저마다 내세울 수 있는 좋은 계절이 각각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수도산은 지금 이 계절, 나뭇잎 떨어져 조망이 좋고
눈이 쌓여 길을 더 어렵게 만들 때 조금 더 아름다워지는 산이라는 생각 합니다.
아름다운 산에서 행복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