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우™ 2019. 5. 10. 07:18




호구산(626m, 남해)


남해와 만나는 방법.





호랑이 언덕에 오르면 김만중이 위리 안치됐던

남해바다 앵강만과 노도를 만날 수 있다.




2019.   5.   4.  토요일

용문사-백련안-염불암-호구산-도틀바위-공동묘지-용문사



들머리는 호구산용문사 일주문이다.

용문사(龍門寺)는 대표적 지장 도량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지장 도량은 지옥에서 고통받는 중생을 교화해

극락세계로 이끌겠다는 원력을 세운 지장보살을 모신 사찰이고

그래서 용문사는 돌아가신 사람들의 넋을 기리고 위로하는 천도재를 자주 갖는다고 한다.



용문사가 일주문에서 절까지 오름길 좌우에 펼쳐지는 풍광이 좋다.

일주문을 지나 시멘트도로 끝 언덕 뒤에 용문사가 나타난다.



원효대사가 금산에 세웠다는 보광사가 훗날 이곳으로 옮겨와 용문사가 됐다고 한다.

임진왜란 후 불타버려 다시 지었고

임란 당시 사찰 승병이 활약한 공이 있어

숙종 때 수국사로 지정돼 왕실의 보호를 받았다 한다.



대웅전은 처마에 수수한 단청과 달리 역동적인 용을 형상화 한 조각을 품고 있다.

국가지정 보물 제1849호이다.





용문사에서 포장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면 백련암,

그 위쪽에 한굽이 더 오르면 염불암이다.





등산로는 염불암 마당 앞을 가로 질러 모롱이를 돌아

 산신각으로 이어진다.

등산로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깨어진 기왓장에다

자세하게 안내해 놓았다.



본격적인 산길에 접어든다.

여름색이 선명해지는 길,

정갈한 햇살이 여린 잎을 관통해서 쏟아지고

어느새 등허리는 축축해진다.



처음 생각한 것보다 된비알이지만

금방 능선에 오를수 있고

능선 갈림길에서 송등산이 아쉽기는 하지만 산방 진행이 호구산만 다녀오는것이니

오른쪽 호구산 정상으로 향한다.







이정표부터 정상까지는 암릉 구간으로

목책이 설치되어있지만 생각만큼 거칠지 않다.






암릉에 올라서면

답답하게 시야를 가리는 숲을 벗어날수 있다.

정상을 북쪽에서 오르는 왼쪽 길로 접어든다.

성벽을 타는 것처럼 깎아지른 암봉이 솟았고

조심스럽게 오르면 오롯한 조망터다.





호구산 정상은

비스듬한 암반이 드넓게 펼쳐져 있고 그 한 중앙에 봉화대가 세워져 있고

360도 조망이 가능하다.



한려수도 국립공원의 풍광이 그림같이 아름답다.

왼쪽으로는 보리암을 품은 금산이 보이고

앵강만에 떠있는 작은 섬이 노도로

서포 김만중이 귀향와서 구운몽을 썼다는 곳이다.

그리고 오른쪽 설흘산이 가깝다.



어수룩해 이용하기 좋은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호구(虎口)라는 말이

먼저 떠오르는 호랑이 언덕 호구산과

원숭이 원을 써서 원산(猿山)이라고 적힌 정상석,

또 산 원숭이의 옛말 납(잔나비)을 빌려 ‘납산’이라고 새겼다.



사면이 쪽빛 바다로 둘러싸인 남해의 바람이 코끝을 톡 쏜다.

살랑거리는 바닷바람에 실려 온 노곤한 기운이 전해지고

등산로 곳곳에 지천으로 깔린 야생화는 나비 모양을 한 남해섬의 날갯짓을 부추긴다.





짧은 숲을 지나면 돗틀바위봉이 나타나고

암릉을 따라 산성이 있다.




 

 


바위와 바다가 빚어내는 절경이 있고

한참을 머물다 간다.



돗틀바위에서 앵강고개를 향한 하산길에는

바다로 쏟아져 내릴 듯이

 괴석들의 기세가 매서운 너덜겅이 단속적으로 이어진다.



산성을 따라 눈을 돌리면 

뾰족 솟은 봉우리가 호구산 정상이다.



암릉 봉우리의 끝자락에서

바위에 올라 앵강만을 굽어보면

노도가 돛단배처럼 떠 간다.









암릉이 끝난 후 한참을 숲길을 내려오다가

임도를 만나

오른쪽 임도를 따라 걸으면 곧 용소공동묘지를 지나

용문사에 닿을 수 있다.


 

 


남해를 만난다.

암릉의 정상에 서면 연무가 옅게 끼긴 했지만

신이 빚어낸 조화가 감탄스럽다.

줄지은 바위 봉우리가 있어

비탈을 따라 내려서는 형상이 바다를 향해 달려가는 것만 같고

비단같은 산 자락이 끝나는 지점에 푸른 들판이 시작되고

 길을 건너면 갯벌이다.

갯벌을 넘보는 파도가

그렇게 남해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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