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야기/경남의산

한우산-자굴산

벽우™ 2019. 5. 8. 12:39



寒雨山(836m 의령)


붉은 철쭉 핀 동화같은 산.


  


등산이라는게

까마득한 정상을 보면서 무작정 땀을 흘리며

몇 시간 이내로 주파하거나

남들이 가지 못한 험산준령을 몇 개씩 이어서 넘어가는 것도 의미가 있다.

그러나 항상 이 같은 가치를 추구하거나 누리는 것은 아니고

가끔씩 생활에 찌든 숨결을 자연에 맞추어

천천히 산을 오르고 주변을 돌아보는 것도 괜찬은 것 같다.

특히 꽃피는 봄에는,





2019.    5.     1.     수요일

한우산 생태숲홍보관-한우산-쇠목재-자굴산-중봉-둘레길-쇠목재-생태숲홍보관



높은 산이 진홍빛으로 갈아입었다.

이 봄 4월에는 진달래에 마음을 빼앗겼더니,

5월 첫날부터 붉은 철쭉이 유혹한다.



한우산 숨길로 올라가는 길은

한우산 임도길에서 공중에 떠 있듯 자리 잡고 있는 생태숲 홍보관에서 시작된다.



‘숨을 쉬다’, ‘숨이 붙어있다’는 말에서 보듯이 숨은 곧 살아있음을 뜻한다.

의령군은 한우산에 사람에게 가장 좋다는 해발 750m 산자락을 따라

10리 둘레길을 내고 숨길이라고 이름 지었다고 한다.



숨길 초입, “한우산 숨길에서 호랑이를 발견하면 절대 다가가지 말고

조심해서 인증사진만 찍을 것”을 당부하는 안내판이 서 있다.

숨길을 들어서면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숨길 중간쯤 남해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바위가 있다.

이곳이 한국전쟁 직후까지 주민들에게 호랑이가 목격됐다는 호랑이 덤이다.

 호랑이를 발견하였으니 그 당부대로 사진만 찍고,







고사리원에서 한우산 정상을 향하면

붉은 철쭉이 피어나고

사방으로 탁 트인 전망이 좋다.







산이 깊고 수목이 울창해 한여름에도 찬비가 내린다 하여

찰 한(寒), 비 우(雨) 자를 써서 붙여진 이름이다.

의령의 진산인 자굴산 바로 옆에 나란히 붙어있지만

웅장한 산세와 봄이면 진달래와 철쭉으로 산 전체가 벌겋게 물드는 장관으로

나름의 멋과 명성을 얻고 있다.





한우산 능선을 따라 늘어선 풍력발전기들과

한우정 주변의 붉게 펴 온산을 붉은 물결로 물들인 철쭉이 반긴다.

한우산 철쭉제는 지난 주말에 종료되어도 철쭉은 이제 만개하고 있다.









산길은 한우정을 지나 철쭉 설화원으로 이어진다.

한우산 철쭉 도깨비 숲으로 알려진 장소다. 

빽빽이 들어선 철쭉 숲 위로 도깨비 머리가 쑥 솟아있다.

 머리에 철쭉이 자라는 도깨비 조형물 옆으로 가파른 계단이 내려가고,

12개의 테마로 걸음마다 이야기가 펼쳐진다.









“옛날 한우산에 평생의 사랑을 맹세한 한우도령과 응봉낭자가 살고 있었어요.

그러나 한우산의 대장 도깨비 쇠목이도 응봉낭자를 남몰래 사랑하고 있었지요.

쇠목이는 망개떡을 만들어 응봉낭자에게 주며 고백하지만

 응봉낭자는 거절해요.

화가 난 쇠목이는 단숨에 달려가 한우도령의 숨통을 조였고,

 이를 발견한 응봉낭자도 눈물을 흘리며 쓰러졌어요.

이를 지켜본 정령들은 응봉낭자를 ‘그녀의 눈물만큼이나 아름다운 철쭉꽃’으로,

한우도령은 ‘한여름에도 차가운 비’로 만들어

서로 보살피며 살아갈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라는

 이야기의 진행에 따라 설치돼 있는 도깨비의 대형 조형물들은

때로는 익살스럽고, 때로는 무서운 모습으로 서 있다.

사람이 너무 많아 산행 후에 다시 찾는 걸로...







철쭉은 여러 종류가 있다.

우리나라 산에서 쉽게 만날 있는 것은 ‘철쭉’과 ‘산철쭉’인데

이게 참 헷갈린다.

이리저리 찾아봐도......

끈끈한 잔털이 있고 끝이 우산살처럼 갈라진 짧은 꽃대 끝에 3~7송이씩 모여서 꽃이 달리고

암술대는 1개고 씨방에 끈끈한 잔털이 있으며

수술은 10개다.

위쪽에 달리는 꽃 안쪽으로 붉은 자주색 반점이 있는.....

뭔말인지,

아무튼 한우산 꽃은 산철쭉(Korean Azalea) 이다.


산철쭉(위)과 철쭉(아래)









한우산 정상에서 봤을때는 철쭉군락지가 군데 군데 조금씩 있는것 같더니

능선 숲길을 걸어보면 붉은 철쭉이 계속 계속 이어진다.











활공장 갈림길에서 산길을 따라

자굴산과 한우산의 경계인 쇠목재로 내려선 후 자굴산을 오른다.

자굴산 분위기는 한우산과는 전혀 다르다.





쇠목재에서 화기보관소를 지나 임도를 버리고

계단을 따라 급하게 고도를 높이면 쇠목정에서 쉬어 갈 수 있다.



잠시 후 둠베기먼당

먼당은 고갯마루를 뜻한다는데,

둠베기는....설마 경북의 돔베기는 아닐테고,





둠베기먼당부터 산길이 가팔라지며 계단이 이어진다.

가뿐 숨 몰아쉬며 천천히 오르면

넓은 터에 자리잡은 삼각점과 정상석이 반긴다.





자굴산은 의령의 진산이다.

산이름에 붙은 '자'(도)가 '성문의 망대'를 뜻하고

굴은 우뚝 솟았다는 뜻이니,

 성문위에 높게 설치된 망루 모양으로 우뚝 선 산이 자굴산이다.




정상에서의 시계가 좋지 못해 지리산 조망은 못하고

중봉으로 향한다.









자굴산 중봉

특별한 것은 없고

산불감시초소와 끊임 없이 날라오는 무전소리가 요란하다.









중봉 삼거리로 돌아나와 백련사 방면으로 내려서면

둘레길과 만날 수 있다.

자굴산 둘레길을 따라 쇠목정에 이르고

다시 쇠목재로 내려설수 있다.









자굴산 정상 아래 650m 선상에 5.7㎞의 둘레길이다.

북사면 둘레길은 빛이 많지 않아 작은 이끼계곡이 많고

바람이 시원하다.







대의면에서 쇠목재로 오르는 길 상단을 일명 트럼펫도로라고 부른다.

해가 진 후 불 밝히고 오르는 차량의 전조등의 불 빛을 이어 붙이면

트럼펫 형태가 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해가 지기까지 기다리며

쇠목재 포장마차에서 간단한 요기를 한 후

산객들이 빠져나간 도깨비 철쭉 설화원보러 한우산에 다시 올랐다.






















쇠목재에서 쉬다가, 산객들이 빠져나간 한우산 철쭉숲을 걷다가

문득 왜 산에 갈까?

어떤 이들은 정상을 항해 전진하는데 의의를 찾는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산정에 섰을 때 거대하게 밀려오는 희열에 가치를 두는 것이다.

반면 어떤 이들은 그냥 숲 속에 있어도 기쁨을 얻는다.

 호젓한 흙길을 밟는 것만으로도 쾌감을 느끼는 것이다.

이런거나 저런거나 이 둘의 만족감에는 우열이 없고

단지 개인의 취향일 뿐이다.

한번씩 이런 즐거움도 괜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