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우™ 2018. 12. 18. 17:56


금정산(801m, 양산)

금어를 찾아서,








2018.    12.    15.    토요일


날씨 맑음,


호포역-새마을-하늘릿지-금샘-고당봉-미륵봉-율리


12km, 6시간 소요.




대도시가 가진 산의 특징은


어디서나 열려 있다는 거다.


팔공산이 그러하듯이


금정산도 그렇다.






동대구역에서 아침7시 기차를 타고 구포역으로


부산도시철도 2호선 호포역에 내린다. 









부산의 진산인 금정산은 모르는 사람이 없다.


4백만이 오르내리는 산이라 등산로도 따로 없다.


반질반질한 길부터 꾼들만 다니는 때가 덜 탄 암릉길까지


이 가운데 호포새마을에서 오르는 길은


딱 숨찰 만큼 적당한 오르막이 있고


멀리 낙동강과 김해평야를 조망할 수 있는 바위전망대가 곳곳에 있다.






새마을로 올라가는 이 길이 가장 힘든데


하늘이 너무 맑아 기분은 좋다.


언젠가 택시를 타고 올랐더니 부산이 아니고 양산이어서


시외요금을 주고 내린 곳이기도 하다.






 호포차량사업소 아래 굴다리를 지나 호포새마을로 건너오면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된다.










햇살 스며드는 임도를 따라 걷다가 송전탑을 지나며 오솔길로 들어간다.


조금은 두터워진 낙엽을 밟으며


바스락거리는 겨울철이면 유독 익숙해지는 산길의 속삭임을 들으며 오르면








다시 임도를 만나고


가산리 마애여래입상 가는 오름길은 아니고 그 우측으로,








금정산 정상을 향한 암릉지대 위험 표지


많은 금정산 등산로 중에서도


이 길은 사람들의 발자국이 그렇게 많이 묻은 곳이 아닌 까닭에


한적하고 평화롭다.









하늘릿지 초입에서 금정산 주능선에 닿기까지 산죽군락을 만난다.


큰 산에서나 볼 수 있는 규모로


산죽의 열병을 받으며 지나간다.






금정산 하늘릿지라 이름 붙은 바위 능선이다.


같은 이름의 천성산 하늘릿지와 비교하면 전혀 힘들지 않다.


그저 바위를 둘러 가고,


바위 틈을 통과하다보면 조망이 시원해지는 능선이다.






소나무가 분재처럼 고운 너럭바위에 올라


뒤를 보면 도시철도 너머로 흐르는 낙동강 물길이 눈에 들어온다.























하늘릿지 바위 터널...


통천문(?)


좁아보이는 바위틈이 가까이 가보면 쉽게 오를수 있다.












바위 무더기 틈을 지나 오른쪽으로 휘돌면


밧줄을 잡고 그 위에 오를 수 있다.


전방에 우뚝한 고당봉의 위용이 뚜렷하고


아래쪽으로는 낙동강과 김해일대가 시원하게 드러난다.









산죽 사이로 가파른 오름길을 땀흘리며 오르다


다시 툭 불거진 바위, 쉬어 갈수 있다.


한 숨 고르면 지나온 능선이 그려지고


올라갈 바위가 아른거린다.












하늘릿지에 오를때쯤


정오의 햇살이 쏟아져 내리고


산 너머에 강이 있고, 더 멀리 서쪽 지평선 너머로 바다가 그립다.












하늘릿지 정상에는


또 다른 금샘과도 같은 작은 바위 연못이 하나있고


북쪽으로 갑오봉, 장군평전, 장군봉이 반긴다.






가산리 마애여래 입상이 암릉 아래에 놓였고


그위로 바위무리들이 하트모양을 이루고 있다.









하늘릿지로 오른 후 고당봉 오르기 전 여유롭게 금샘부터


금샘으로 가는 길은 따뜻하고 아늑하다.












금정산 금샘에 대한 옛 기록에


"금정산 산정에 세길 정도 높이의 바위가 있는데, 그 위에 우물이 있다.


그 둘레가 10여척이며 깊이는 7척쯤된다.


황금색 물이 항상 가득 차 있고, 가물어도 마르지 않는다.


세상에 전하는 말로는 한마리 물고기가 오색 구름을 타고 범천에서 내려와


그 속에 놀았다고 하며,


금빛 나는 우물,


곧 금정이란 산 이름과 범천의 고기,


곧 '범어'라 하여 범어사란 절이름을 지었다."











하늘은 맑고,


바람은 가볍다.


금샘주변에서 가볍게 요기를 하고 고당봉으로 향한다.












넓은 계단을 올라


원형계단을 오르면 고당봉, 금정산 정상이다.









금정산 최고봉이다.


姑堂峰


토속신앙적 연원을 따라 이름 붙었다고 한다,


여신은 다산 풍요를 뜻한다.


구석기시대 빌렌도르프의 비너스 상을 보고 풍만한 여성이다.


마고할미는 대단하다.


그 할미는 잠을 자다가 코를 골아 하늘을 내려앉게 해 카오스를 만들었고,


깨어나면서 무너진 하늘을 밀어내면서 해와 달을 만들었으며,


땅을 긁어 산과 강을 만들었다고 한다.


고당봉의 고당 할미도 그런 반열이다.


불교도 품고 부권(父權)도 품고 있다.


범어사에 전하는 바로는 500여 년 전 범어사를 돌보던 보살이 죽으면서


사당을 지어 제사를 지내 달라고 해서 지은 것이 고당봉 아래의 고모영신당(姑母靈神堂)이라고 한다.


불교와 샤머니즘의 접속이다.


고모영신당 안에는 산왕대신과 고모영신, 2개의 위패가 있다.


할미가 할배까지 품었다. 품 너른 할미다.






가만히 보니 금정산 고당봉 정상석이 예전부터 봐왔던 정상석이 아니다.


정상표지가 한자로 씌여 있었는데, 한글로 바뀌어있다.


하산 도중 부산분들이


벼락 맞아 정상석이 부숴져 교체하였다는 이야기를 한다.


벼락맞은 정상석은 북문 근처로 옮겨 놓았는데,


누군가 훼손하였다고....


벼락 맞았다는 건 재앙을 당했다는 뜻일까?


아님 돈벼락을 갈구하면서 느껴지는 횡재의 개념일까.






고당봉 정상에서면


고당봉을 기준으로 북동쪽은 경남 양산땅이고


나머지 서쪽과 남쪽은 부산 땅이다.


낙동강이 흘러 다대포 앞바다에 이르고


북쪽 가까운 곳에 장군봉을 비롯한 금정산 북릉과


남쪽으로 금정산성을 따라 이어지다가 광안리가 희끗해 보인다.












정상을 내려설 때


고모령신당(枯母靈神堂)이다. 












남서릉 마루금을 이어가며 장골봉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유순한 산길 도중에 제2금샘이 있다.


바위연못.












암문을 지나 다시 오솔길을 가볍게 걷다보면


트랭글이 울리고


장골봉 물리재 석문을 지난다.









장골봉 물리재석문을 지나면 율리역 이정표를 따라 서서히 고도를 낮춘다.


도중에 남근석도 만나고...















고당봉에서 율리역까지 7km,


가깝지 않은 거리를 가깝게 걸었다.


부산도시철도 율리역 4번출구로 바로 내려설수 있다.






도심 가까운 곳에서 울창한 숲을 만난다.


서울의 북한산은 국립공원이어서 등산로가 한정돼 있지만


금정산은 팔공산과 마찬가지로 어디서나 능선을 탈 수 있다.


축복이다. 


산 밑까지 지하철이 다니고 산 중턱까지 버스 노선이 나 있어


쉽게 쉽게 오르내린다.


산길을 따라 걷는다.


한나절 동안 부담 없는 산길을 걷다보면


발걸음 옮길 때마다 드러나는 풍광 속에서


부산이 품고 있는 아름다운 자연,


강 바다 산을 한꺼번에 품고 있는 도시 부산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