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창선도 종주산행
창선도 대방산(468m;남해)
그리움은 남해까지 흐른다.
비수기다.
좀 있어 보이는 말로는 경방기간이라고도 하고
몇몇 곳을 제외하면 산이 조용한 기간이다.
이 무렵엔 크게 갈만한 곳이 없다.
단풍은 졌고,
산은 아직 휑하니
따뜻한 남쪽 바닷가 남해로 간다.
2018. 12. 8. 토요일
단항~연태산~대사산~속금산~국사봉~대방산~지족
14.8km, 6시간30분 소요.
아름다운 남해의 보물섬 창선도 대방산(臺芳山 468m)은
남해에서 두번째로 큰 섬인 창선도의 중앙에 우뚝 솟은 주산으로
이 산을 정점으로 국사봉, 속금산, 금오산, 연태산 등이 한 능선으로 연결되어
창선도를 동서로 가르며 약 15km의 창선일주 등산로를 만들었다.
창선·삼천포대교를 넘어 단항삼거리에서부터 산길을 걷는다.
남해를 가니 남해라 답했을 뿐인데
“그러니까 남해 어디?”라는 질문이 당연하게 따라오는
남해 그 바닷가엔 아직 가을의 온기가 조금은 남아있다.
땀을 쏟고 전망대에 서니
푸른 바다 위에 섬과 섬을 딛고 건너가는
삼천포대교와 창선대교가 보석처럼 빛난다.
숲속을 빠져나와 연태산 이르기 전 암반에서 돌아보면
낮은 능선 그 너머 바다를 잇는 대교가 예쁘다.
남해 창선도의 산 높이가 300~400m 대라고 해서 허투루 볼 게 아니다.
섬 산이 높으면 얼마나 높고 길겠냐는 생각은 잘못이다.
해발이 거의 0m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고스란히 산 높이로 계산된다
정상표지가 있는 밋밋한 풍경의 연태산을 지난다.
남해 금오산성
지도상에는 대사산으로 표기되어 있는데
안내표지에는 금오산이라고 하며
석축산성으로 금오산 정상을 둘러 쌓고
임진왜란 이후에는 군마의 방목지로 활용되었다고 한다.
창선·삼천포대교 단항삼거리에서부터 3㎞정도,
오른쪽 율도마을로 넘어가는 고갯마루
율도고개를 지난다.
이정표는 없고 낡은 리본만이 나무에 달려 있다.
전망도 없고, 봉우리도 선명치 않고 밋밋한
속금산(358m)을 지난다.
작은 나무간판을 달아 놓았기에 알 수 있는 산 이름이다.
길은 내림길이다.
전주 이씨 재실이 보이면 금방 산두곡재다.
재실에서 임도를 가로질러 지방도 터널을 지나면 대방산으로 이어진 산길을 만나다.
운대암 갈림길에서 국사봉(국사당)오르는 길은
꾸준히 올라야하는 길이다.
추운 날씨에도 땀이 흐른다.
국사봉 정상
나라와 마을주민들의 안녕을 지켜달라고 빌었던 국사당흔적이 남아 있다.
바위를 3∼4단,
2m높이로 쌓은 형상이 시골의 큰 장독대처럼 생겼다.
한쪽에는 사람들의 출입이 가능토록 출입문이 있고
옆에는 별개로 1m높이의 바위를 세워 신성한 지역임을 표시해놓았다.
새끼줄을 걸어서 함부로 출입하지 못하도록 했다.
길은 고도를 한껏 낮췄다가 다시 고도를 높여 대방산으로 향한다.
북극한파가 전국을 덮었다고 하더니
남해 끝자락까지 추위가 퍼져있다.
마른 바람도 휑하다.
국사봉을 지나 대방산으로 향한 길에
요즘 컨디션이 좋지 않더니
다리 근육이 뭉치고 호흡도 빨라진다.
바람 멈춘 따뜻한 곳에서 잠시 쉬어간다.
대방산에 닿는다.
대방산은 망경암을 품고 있는 곳으로 꽃봉오리처럼 생겼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너른 평지에 바위 덩어리가 정상석을 받치고
그 옆에는 산불조심 감시초소가 설치돼 있다.
산불감시로 수고하시는 분이 고개를 내밀고 반갑게 인사를 한다.
곧바로 진행하여 지족으로 향한다.
그리고 바다 건너 남해다.
전망 좌우에는 남해도와 사량도가 아련하다.
산길은 지족해협으로 내려선다.
지족해협은 하루 두번씩 밀물과 썰물이 교차할 때마다
바닷물이 좁은 해역을 빠져나가는 물살이 당해내기 어려울 정도로 거세서
원시어업 형태의 죽방렴이 설치되어 있다.
죽방렴은 길이 10m정도의 참나무로 된 말목을 개펄에 벌려
주렴처럼 엮어 만든 그물을 조류가 흘러오는 방향을 향해 V자형으로 벌려놓고
물살에 떠내려오는 고기를 잡는 단순한 방법으로
현재 남해군 지족해협에 유일하게 죽방렴이 남아있다고 한다.
오후 5시처럼,
겨울이 길 위에 내려앉았다.
지족에서 단항으로 다시 삼천포대교를 건너 슬쩍 돌아보니
제법 먼 길 이어진 창선도 너머로 해넘이 하는 풍경과 만나는 시간이다.
그 섬에서는 시간이 늦은 오후의 그림자처럼 길게 늘어지고,
그것마저도 겨울과 잘 어울렸던 길이다.
그 길을 걸으면서 어디서 멈춰 서고,
어디서 더 오래 머물러야 할 것인지,
그리고 그곳에서 무엇을 보아야 할 것인지를
겨울이 그 길의 어디쯤 내려 왔는지,
걸어보지 않았던 길 위에서 만나는 남해 바닷가 겨울은 적막할 정도로 호젓하고...
그래도,
아직은 저무는 것들의 쓸쓸함에 마음을 베일 때가 아니라서,
이 길은 여태 초겨울의 환하고 찬란한 빛으로 물들어 그리움을 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