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기맥7구간 ; 달마산
땅끝기맥 7구간
땅끝까지 간다! (닭골재~달마산~도솔봉~땅끝)
땅끝기맥 7구간(16.5Km, 해남)
땅끝기맥이란
호남정맥의 바람봉 분기점에서 서쪽으로 가지를 쳐
육지의 최남단인 땅끝까지 내려가는 도상거리 123 Km쯤 되는 산줄기로
일부는 영산강의 남쪽 울타리가 되며 일부는 탐진강의 서쪽 울타리가 되고
길이나 높이에 비해 암릉구간이 많은 옹골찬 산줄기인데
마지막 7구간에서는 달마산, 도솔봉을 지난다.
해남 이라 하면, 고산 윤선도 선생이 떠올라
외로운 산(孤山)을 찾아 가는 길.
설렘 안고 달마산을 지나
갑니다.
孤山 선생의 五友歌를 읊조리면서
다섯 벗(水石松竹月)을 만나려 길을 떠난다.
두어라, 이 다섯 밖에 또 더하여 무엇하리.
2018년 10월 21일 일요일
날씨 맑음,
물오른 가을볕이 쏟아지는 닭골재에서 남쪽으로 이어가면
이슬 머금은 꽃 향이 코를 간지럽히고,
땅끝 마지막 산길에 발걸음 또한 가볍다.
산기슭은 벌써 노란빛을 띠기 시작했다.
가을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게 아니고
땅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내린 비에 이 길은 부드러워져 있다.
제법 너른 숲길인가 싶다가
다시 기맥길 임을 느끼게 해준다.
숲을 지나면 도깨비풀이 한가득 따라온다.
어느순간 숲이 벗겨지고 암봉이 나타난다.
호흡을 깊숙이 삼키며 된비알 암릉을 넘으니
바람재다.
송촌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난다.
바윗길
남쪽으로, 땅끝으로,
멋진 자태를 뽐내는 기암을 딛고 일어선다.
달마산이 보인다.
두륜산과 대둔산으로 이어져 땅끝으로 향하는 산줄기가
마지막 자락을 남해에 풀어 던지기 전 힘을 써 돋군 바위 첨봉이
달마산이다.
땅끝으로 가다 보면
울퉁불퉁한 바위 암릉으로 이루어진 달마산이 보인다.
그 높이가 500m도 채 되지 않지만 사뭇 위세가 당당하고 산줄기가 기운차다.
땅끝 해남에서도 가장 남쪽에 위치해 내륙 최남단의 산이라고 불리는 달마산은
수려한 산세와 시원한 조망을 자랑하는 화려한 산이다.
해남의 산, 하면 일반적으로 두륜산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달마산을 좋아한다.
달마산은 바위들도 여전히 갖가지 형상을 하고 있다
달마산은 생김이 기묘하다.
8km나 일직선상으로 능선이 내리뻗었다.
그 주능선 양쪽으로는 짧고 촘촘하게 지능선을 내뻗고,
무수한 암봉들은 연이어진다...
예전 이곳에 봉수대가 있어 불을 피웠다 하여 불썬봉으로 불리는
달마산(489m).
조망의 절정을 보여주는 산이다.
남으로 한반도 최남단 땅끝을 향해 내리닫고,
북으로 두륜산으로 뻗어나간 산줄기의 가운데쯤에 솟구쳐
동으로는 완도와 강진, 장흥 일원의 내륙과 남해바다가 바라보이고,
서로는 진도 일원의 다도해가 아름답게 눈에 들어오는 산이다.
달마산은 조망만 좋은 산이 아니다.
기암괴봉이 등줄기를 따라 줄지어 솟아올라 감탄케 하고,
그 기암괴봉을 요리조리 돌아서거나 빠져나가고
혹은 올라설 때마다 변화하는 풍광에 또다시 눈이 휘둥그레진다.
날카로운 암봉이 위압적인가 하면 바위를 기고 돌아서는 사이
다도해가 풍경화 같은 모습으로 펼쳐지고,
또 한 모퉁이 돌아서면 다시 풍광이 바뀐다.
하얀 파도가 일렁이듯 억새가 기암괴석과 어우러지는
울퉁불퉁한 암봉을 이어나간다.
기기묘묘 각양각색으로 촘촘히 붙어선 암봉들 사이로
다도해의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가을이 찬찬히 내려오고있음을 느낀다.
작은금샘을 지나
하숙골재를 거친 산 길은 들쭉날쭉한 기암괴석, 수려한 암릉,
억새와 구름 흘러가는 다도해의 섬들과 함께 하는
도솔봉이 보인다.
떡봉
이정표 하단에 흰글씨로 떡봉이라 적혀 있다.
천년 암자 도솔암 입구에서
쉬었다가 다시 길을 잇는다.
40m 높이의 해안가 땅끝탑
끝이 시작이고, 시작이 곧 끝이라고 했다.
땅끝탑에는 ‘태초에 땅이 생성되어 인류가 탄생했으며,
한겨레가 국토를 그어 국가를 세웠으니,
맨 위가 백두산이며,
맨 아래가 사자봉이니라’고 쓰여 있다.
"땅 끝에 왔습니다.
살아온 날들도 함께 왔습니다.
저녁 파도소리에 동백꽃 집니다."
고은 시인이 노래한 땅끝이다.
북위 34도 17분 38초, 동경 126도 6분 2초, "땅끝"
토말탑까지 왔으니 보길도에도 가고 싶어진다.
땅끝
-고은-
해남 땅 끝에 왔습니다.
살아온 날들
잘못 살아온 날들도 함께 왔습니다.
천근의 회한을 내버리고
여기 술 먹은 밤 파도소리에 먼저 온 누구의 이승이 혼자 떠 있습니다.
암릉길 기웃거리며 땅끝까지 걸어 온 길.
내내 가슴이 뛰고 설레던 길에서
파도소리 들으며 가을볕에 취해버린 나.